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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세상만사

차라리 보호 감호소에 쳐 넣든지...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려고, 여기저기 Internet을 떠돌다 발견한 글 하나 때문에 기분 완전 잡쳤다.
<서울신문: 핵심 엔지니어 국가가 관리해야>

일본이 외국인-특히 한인-에게 지문 날인을 요구하는 것과 도대체 뭐가 다른가. 완전히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언젠가는 사고 칠 놈을 보는 게 아닌가... 내가 뭘 개발하는 지 일일이 국가에 보고해야 되고, 내가 개발한 기술의 수명이 다 할 때까지 해외기업으로의 이직을 막는다고.... 완전 이거 현대판 노비 문서가 아닌가...

솔직히, 프로젝트 참여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돌아오는 건 특허비와 일회성 Bonus 뿐이다. 기사대로 15조원 짜리 Wibro 기술을 만든다고 해서 해당 개발 Engineer에게 돌아오는 건 기껏 해야 월급의 수십에서 많아야 수백%정도의 상여금 정도. 물론 회사에서 그만한 여건을 마련해 줬으니.. 개인 니 혼자 하면 절대로 못하니 그 이익금을 가져가겠다는 건 인정하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지식과 경험,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의 영리를 추구한다. 의사, 변호사 모두 자기의 지식을 이용해 밥벌이를 한다. 하지만, Engineer들은 자신의 모든 걸 걸어 만든 결과물은 모두 회사 것이 된다. 그리고, 돌아오는 거라고는 마치, 어린 아이가 재롱 피운 후 받는 용돈 수준의 일회성 상여금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 때문에 종국에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까지 받아야 한다. 내 안에 든 지식, 평생을 공들여 배워온 지식을 어느 회사에서 한 번 써 먹으면, 다른 곳에 가서는 절대 쓰지 말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7년 동안은 쓰지 말란다.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7년이면 내가 가진 밑천은 다 떨어지는데, 그렇다고 그 7년동안 회사에서, 그리고 국가에서 이 한 개인을 돌봐줄 자신이 있는 건지.

기술의 해외 유출이 무서워서 사전 등록제 등의 제도로 막겠다고 한다. 방법이 틀렸다. 무슨, 병영 국가도 아니고(하긴 아직 병영 국가의 잔재가 잔뜩이지)...기술의 해외 유출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런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인재의 유출을 두려워 해야 하는 거다. 그런 인재를 잃는 것이 싫다면, 100번 양보해서 그 인재가 나가서 다른 기업에 가져달 줄 이익이 아쉽다면, 그 인재가 나가지 않을만큼의 정신적, 금전적 대우를 해 주면 되는 것이다. 몇 조 아니 몇 경을 가져다가 투자 해 봐라, 그런 인재 Pool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깨진 독에 물 붓는 격이지. 회사의 투자만큼이나 중요한 게 사람인데, 왜 회사 투자에 대한 이익 부분은 챙겨 가면서, 개발에 참여한 사람에 대한 대우에는 인색한 것일까.

나와 보니 더 뼈저리게 느낀다. 오래된 타향살이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들 얘기를 들으면 한 편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두렵다. 굳이, 이런 얘기를 해서 기를 꺾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갑갑하고 안타깝다. 외국계 기업으로 가면, 배나 되는 연봉은 물론이고 '박사', 그리고 '과학자' 또는 'Engineer'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대접 받고 산다. 하지만, 군 문제, 그리고 그 놈의 정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꽤 된다. 너무나 안타깝다. 그 정 때문에 돌아간 한국에서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받으며, 내가 만든 게 내 께 아닌 '전체주의적 사고'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그 사실을 알면 과연 몇 명이나 한국으로 돌아가려 할까. 

Science Kid의 비애... 남박사 당신은 알았수?

이건 전부다, 남박사 때문이다. 제길. 내가 왜 '장래 희망'을 과학자로 써 가지고는, 아니 왜 내가 이공계의 길을 선택했을까. 뷁스럽기 그지 없다. 늘 그랬지만 내 후배가 되겠다는(정확히는 내 모교를 지원하겠다는) 애들이 이처럼 뷁스러운 현실을 알고 있을지 궁금하기 그지 없다.


마지막으로 이른바, 산학장학생에 대한 한국과 해외의 차이에 관한 Episode 하나 퍼오면서... 글을 마친다. 제길... 오늘 밤엔 vodka다.

국내 모대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외국으로 취업한 K씨가 있었습니다. 몇 년간 외국기업에서 일을 탁월하게 한 결과, 어느 날 매니저가 K씨를 불러서 회사에서 학비를 대어 대학원에 보내주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
 
K씨는 한국 기업들처럼 당연히 “학업을 마친 후, 학업 기간 x 2배수의 기간을 필수 근무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받은 학비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그 내용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매니저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것은 당신의 업무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로 주는 것이다. 어떤 조건은 없다.”라고 했습니다.
 
K씨는 그 말이 이해가 안되어서, “만일 내가 학교를 마치자마자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하는가? 헤드헌터가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기업을 소개해서 내가 이직을 하면 어떻게 하는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만일 당신이 여기에서의 연봉보다 더 많은 연봉으로 스카우트가 될 경우, 우리가 판단하기에 당신이 필요하다면 그 이상의 연봉을 주어서 당신을 붙잡을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시장 가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떠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이 흡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할 것이므로 당신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