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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game/Review

[보물찾기 0354]Fiese Freunde Fette Feten(2005)

디자이너: Marcel-Andre Casasola Merkle/Friedeman Friese
제작사: 2F Spiele
인원수: 2~6인
소요시간: 60~90분


어렸을 적 받던 상들을 보면 항상 정해진 서식이 있었습니다. ‘품행이 방정하고 타의 모범이 되며…’ 워낙 많이 받던 상이다 보니(--;) 저 문구를 기억하는데요. 어렸을 때는 저런 상을 받는 게 칭찬도 받고 그 덕분에 떡고물도 생기고 해서 참 자랑스럽고 좋게만 생각했습니다만 나중에 커서 생각해 보니 누군가가 만든 정형화된 틀에 날 끼워 맞춰 사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나선 학창시절 그나마 평탄하게 지냈다는 사실이 그닥 자랑스럽지는 않더군요. 가끔은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렇게 지냈으면 내 인생 어찌 되었을까? 여러분들은 그런 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내가 가지지 못한, 내가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


이 글에서 소개하는 게임은 바로 그러한 소망을 현실화 해 주는 게임입니다.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 추후 인생의 출발점이 될 여러 가지 사건을 경험하고 그에 따라 정해져 버린 인생을 나름대로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 뭐 물론, 그 정해진 방향이 금강오륜을 중시하는 우리 나라 사회에서 절대!!! 용서 받을 수 없는 인생일지라도 말이죠.


모든 게임의 제목을 자신의 이름에 들어간 알파벳 F가 들어가도록 작명하고 있는 괴짜 디자이너 Friese와 Meuterer와 Verrater로 보드 게임보다 더 완성도 높은 카드 게임을 만들었던 Merkle이 힘을 합쳐 만든 골 때리는 인생 만들기 게임이 바로 Fiese Freunde Fette Feten입니다. 일부 사이트에서 공개된 카드 이미지-보드 게임 하면 암울해진다는-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었는데요, 저 암울한 카드과는 반대로 음담패설이 판을 치는 아주 유쾌한(물론 음담패설, 농담 따먹기, 탈선하기에 익숙한 분들 아니 참아낼 만한 공력이 되시는 분들에게 한정)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사춘기에 막 접어든 소년이 되어 여러 가지 카드 플레이를 통해 여러 가지 특성을 변화시켜 가며 게임 시작 전에 받은 5장의 종류별 인생 목표 카드를 가장 먼저 전부 다 사용해서 게임의 승자(가장 막 나가는 인생을 달성)가 되어야 합니다. . 


일단 게임 내용물을 살펴 보면, 각종 마커와 개인 보드, 그리고 게임 진행에 가장 중요한 카드입니다. 카드는 인생 목표 카드, 큰 목표 카드, 사춘기 카드, 인생 카드가 있습니다. 인생 목표 카드는 개인에게 분배되며, 큰 목표 카드는 게임 테이블 가운데 공개되어 누군가 먼저 필요 조건을 채우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게임 종료 조건을 체크할 때 인생 목표 카드와 같이 고려하게 됩니다. 사춘기 카드와 인생 카드는 게임 진행 중에 획득해서 사용하게 되면 사용한 플레이어(일부 카드는 다른 플레이어와 같이)의 현재 상황을 바꿔 주는 카드입니다. 


문제는 이 카드의 내용입니다. 이거 정말 골 때리죠. ‘잘못된 만남’이나 ‘부모님의 이혼’. 이 정도는 정말 가벼운 카드입니다. ‘찢어진 CD’나 ‘알코올 중독에서 마약 중독으로’와 같은 18禁 카드가 여러 가지 방면에 걸쳐서 아주 Variety하게 포함되어 있죠. 따라서, 이런 카드를 즐겁게 웃어 가며 즐길 수 있는 센스가 필요한 게임입니다. 일부 카드는 종교와 관련되기도 해서 좀 민감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카드에 의해 바뀌어진 플레이어의 현재 상태(이는 다른 카드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필요 조건이 됨)는 개인 보드에서 기록/확인합니다. 개인보드 상단에는 '담배, 술, 마약, 질병, 비만, 우울증'에 얼마나 찌들었는 지와 '돈, 종교, 지식'에 얼마나 심취하는 지가 체크됩니다. 또한 아래쪽에는 인간관계가 드러납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를 포함해서 5쌍의 남녀-10명-가 포함됩니다. 플레이어를 제외하고는 중립 캐릭터죠. 이들 캐릭터는 서로 간에 인간관계를 쌓게 됩니다. 하단 좌측에는 자신과 단지 아는 사이 또는 친구인 캐릭터들이 표시되고 중앙에는 자신과 사랑에 빠진 캐릭터가 표현됩니다. 연인, 약혼, 신혼, 오래된 결혼 등 4단계로 나뉘죠. 1부1처제이므로 기본적으로 자신과 연애사를 함께 쓰고 있는 사람은 1명입니다. 그러나 새 사람이 등장하면 기존에 있던 사람은 전연인-하단 우측- 자리로 쫓겨나죠. 전연인에도 이별을 그냥 한 전연인과 불륜관계 등 나쁘게 헤어진 연인으로 나뉩니다. 따라서 게임 중에 A양을 사귀고 있다고 하더래도 다른 플레이어가 A양과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면 뺏겨 버리게 됩니다. 이는 A양이 동성을 좋아하게 되도 마찬가지입니다.. --;


게임은 5시대에 걸쳐서 하며 첫 시대는 사춘기이고 나머지는 같은 형식의 시대(Round)의 반복입니다. 사춘기 시대에는 사춘기 카드만을 사용하게 됩니다. 자신의 턴에는 테이블 중앙에 펼쳐진 사춘기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져와 사용하든지 테이블 가운데 공유되는 큰 목표 카드를 가져와 사용-선수 조건 달성해야 가능-하든지, 아니면 그냥 해당 라운드에서 빠져 나가든지 입니다. 마지막 해당 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옵션은 빠져 나간 순서에 따라 게임에서 이후 시대의 카드 획득시 진행되는 경매에 화폐 개념으로 사용하게 되는 시간 마커를 받을 수 있습니다. 


2시대부터는 사춘기 카드 대신 인생 카드가 펼쳐지게 되고 인생 카드는 가져와서 사용이 아니라 현재 플레이어가 선택한 카드를 경매에 붙여서 경매에서 이긴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나머지는 다 동일하고, 한 가지 추가되는 것은 타임 마커 4개를 사용해서 자신의 인생 목표 카드를 바꿀 수 있습니다.


게임은 누군가가 5장의 목표 카드(인생 목표 카드/큰 목표 카드 모두 포함)를 먼저 사용하게 되면 종료됩니다. 바로 그 사람이 게임의 승자가 되죠. 만약 5시대까지 아무도 앞서 언급한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게임 관점에서) 모두 실패한 인생으로 승자가 없죠. 게임 살피기로 돌아가서 컴퍼넌트는 '암흑의 플로어' 수준입니다.


일단 이 게임은 엄청나게 사람을 탄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플레이 스타일(입담 문제는 물론)는 물론 개인적인 성향(게임 성향이 아닌 생활 성향)을 아주 절대적으로 따른다는 얘기죠. 일부 종교적인 문제가 있는 카드가 있을 수도 있고, ‘바른 생활 사나이’이신 분들이 절대 용서 못할 분이라면… 이 게임은 주말에 갈 데 없어 골방 또는 카페에 동성끼리 모여서 군지렁군지렁 거리는 3~40대 알 거 다 아는 중년들이 즐겨야 하는 게임이라는 게 제 결론입니다. --; 정말 맘 편하게 군시렁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게임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거죠. 워낙 괴짜 디자이너이다 보니 디자이너가 한 음험한 생각에 홀딱 빠져줄 수 있는 인물들이어야만 제작자의 의도대로 놀아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임 시스템으로 봐서는 간단한 경매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카드 사용 순서를 어떻게 잘 쓰느냐 하는 겁니다. 그리고 내가 쓰는 카드 뿐만이 아니라 남이 쓰는 카드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뭐 인생이 늘 자기 뜻대로 가나요)에 남에게도 잘 보여야 하죠. 시스템에서는 그닥 신기할 게 없지만 테마 때문에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전, 자주는 못해도 사람만 어케 모으면 꼭 하고 싶은 게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