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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game/Review

[보물찾기 0174]Die Macher(1997)

제작사: Moskito/Hans in Gluck
디자이너: Karl-Heinz Schmiel
인원수: 3~5인
소요시간: 3시간


보드 게임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은 종종 더 나이 드신 분들로부터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부정적인 눈길로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일련의 사건들과 지난 대선 덕분에 젊은 층도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줬죠. 뭐 그게 '와~'하고 유행 따라가는 단세포적 행태라는 또 다른 부정적인 반응을 일부 기성세대로부터 얻긴 했지만 말이죠. 아무튼 요즘 머리가 좀 더 굵어지고 세상에 좀 더 발을 들이밀게 되다 보니 정치면도 꼼꼼하게 챙겨 보게 되는 군요.

그런 의미에서 'Die Macher'는 정치, 특히 선거라는 테마를 도입했다는 면에서 보드 게임을 입문하던 당시부터 '저 게임 해 볼 때까지만 보드 게임을 하자.'라고 막연하게 제 목표가 되었던 게임이었습니다. Rare Item이고 구하기 힘들다 보니 지금까지 전혀 해 볼 생각은 못 했는데 어쩌다 보니 쉽게 구하게 되어 결국에는 제 꿈(?)을 이뤄냈습니다. 뭐 보드 게임 접는 건 일단 논외로 하고 먼저 이 게임에 대한 써~얼부터 풀어야겠군요.

일단 정치, 선거라는 테마를 사용했다는 게 너무 특색 있고 눈길을 끕니다. 그리고 플레이 해 본 결과, 독일의 선거 구조를 정확히 알지 못해서 완벽하게 재현했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선거 테마를 훌륭하게 보드 게임에 입혔다는 게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영문판마저 없는 상황이라서 안 그래도 독일 정치 구조를 테마로 해서 이해가 힘든데 게임 자체의 텍스트가 독어이다 보니 약간은 플레이어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플레이 하는 데에는 그리 큰 지장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Text가 적어도 영어라면 설명이나 게임 중 확인 내지 이해도 면에서 좀 더 좋지 않았나 하는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게임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보죠. 게임이 좀 많이 길고 복잡하다 보니 게임의 흐름에 따라 설명을 하고 그 때 그 때 코멘트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존 방식과 다른 리뷰라 잘 쓸 수 있을지 걱정이군요. 게임은 전체 7개 라운드로 진행됩니다. 7개 라운드, 즉 7개 지역에서 지역 선거를 거쳐서 각 플레이어는 각 지역별로 지역 의회 의석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정활동비 명으로 돈을 모으게 되고 또한, 선거의 승리를 통해 자신의 정당의 인기를 높임과 동시에 자신의 정책을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전국적인 당원 수를 늘리면서 당비 명목으로 돈도 더 벌게 되구요. 이 돈을 이용해서 의석 수, 정당 정책과 국민 의견과의 일치도, 방송 장악 능력, 전국 당원 수 등 점수에 직결되는 부분들에 집중 투자해서 점수를 많이 획득하면 승자가 됩니다. 즉, 고려해야 될 대상이 무척 많다는 것 자체가 플레이어의 신경을 거스르기(^^) 시작하죠.


일단 보드부터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4개의 동일한 모양의 보드는 지역 선거 시 사용되는 보드이며 나머지 2개 중 하나는 전국 상황을 나타내는 보드이며 다른 하나는 게임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들을 정렬해 놓는 데에 쓰이는 보드입니다. 지역 선거 보드에는 각 정당의 인기도, 선거 회합 횟수, 언론 장악도, 득표수와 지역민의 의견, 해당 지역을 나타내는 지역 타일 등이 표시되게 됩니다.


게임 시작 전 각 보드에 실제 지역을 배정하고 해당 지역민들의 의견을 설정-지역민 의견 카드-합니다. 또한 각 플레이어 역시 각자의 정당을 정하고 해당되는 카드와 마커를 받아 온 뒤, 각 마커를 기본 위치에 배치합니다. 그리고 각자 배분받은 정당 정책 카드에 의해 해당 정당의 정강, 정책이 결정되죠. 첫 지역 선거 과정이 시작되기 전 플레이어는 각자 자신만의 초기 설정을 합니다. 특정 지역에서의 선거 사전 유세 활동을 벌이거나 인기를 높이거나 언론을 장악하거나 혹은 전국 단위의 당원들을 넓히는 일을 미리 합니다. 이를 통해 각자가 자신만의 선택을 통해 서로 다른 초기 세팅을 가지게 되죠.

플레이어는 비공개 비딩을 통해 해당 라운드의 선을 정합니다. 가장 높은 비딩을 한 플레이어가 해당 금액만큼 은행에 지불하고 선을 정합니다. 자신이 해도 되고 남을 시켜도 되죠. 게임 진행 과정에서 보면 선이 될 경우 유리한 행위와 뒤에서 기다릴 경우 유리한 행위가 있습니다. 또한 경매 등 한 2개 요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행동-특히 카드 사용-은 패스를 해도 다시 들어와서 해당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선을 차지하기 보다는 남의 결과를 보고 대응해 가는 게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튼 선이 정해 지고 나면 해당 라운드 해당 지역에 대한 선거 과정에 들어가게 됩니다. 각 정당은 먼저 자신의 정강, 정책을 변화시킵니다. 이는 지역 의석 수를 높임은 물론 다른 정당과의 연합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죠. 그러고 나면 자문 위원회(shadow cabinet) 카드를 이용해서 각 지역에 대한 사전 선거 운동에 들어갑니다. 각 카드에는 여러 가지 선택 사항이 있으며 더 많은 선택사항이 있을수록 해당 자문 위원이 작업을 하는 데 드는 돈이 많이 들죠. 상대방이 사용한 카드에 의해 생긴 변화는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당 변화를 미리 예측하거나 또는 그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게임 중간 과정에서 계속 고려해야 합니다.



이후, 현재 선거가 행해지는 지역에서의 정당 정책이 비슷한 정당끼리는 연합이 가능합니다. 연합이 이루어지면 이 후 점수는 따로 계산하지만 일단 득표수를 합쳐서 계산해주기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유리합니다. 선거의 승리는 바로 선거 결과 처리 시에 이득을 보게 되며, 게임 종료 시에 획득할 수 있는 점수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비슷한 성향의 정당끼리, 특히나 해당 지역에서 약세인 정당이 강세인 정당에게 연합을 신청 또는 강제 체결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좋은 선택이 됩니다.

그러고 나면 플레이어는 지역 별로 언론과의 접촉에 들어갑니다. 언론에 돈을 기부-언론 마커를 돈 주고 산다-하고 언론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죠. 그러나 한 지역에 배치도는 언론 마커 수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특정 정당이 결국 해당 지역에서 언론을 장악하게 되죠. 언론을 장악한 정당은 언론을 이용해서 지역민의 의견을 변화-한가지 사안에 대해-시킬 수 있게 됩니다. 왠지, 우리 나라의 현실과 비슷해 보여 조금 가슴이 아프군요. 아무튼 현대 선거는 미디어전이라는 점을 잘 표현했다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지역 언론은 각 정당의 인기도 여론 조사를 행하죠. 이 결과-여론 조사 카드-를 놓고 각 정당은 경매를 시작합니다. 경매에서 이긴 정당은 여론 조사 결과를 보고 원한다면 지역민에게 공표해서 각 정당의 인기도에 변화를 가져오지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면 이를 폐기함으로써 좋은 이미지를 유지해서 전국 당원 수의 증가-주사위 굴림-를 가져 오게 됩니다. 경매 요소와 주사위를 이용한 Random 요소가 잘 Mix되어 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죠. 언론을 장악한 정당은 해당 지역에서 벌어지는 정당의 인기도 여론 조사에서도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 해당 지역 언론이 좋게 얘기해줘서 피해는 보지 않게 되는 이득을 또한 얻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각 정당은 지역구별로 선거 대책 회의를 하게 됩니다. 지역 당 누적 횟수-마커로 표시된 것만 따져서-로 최대 10번의 선거 대책 회의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선거 대책 회의 역시 돈이 들어가게 되며 선거 대책 회의는 많이 할 수록 득표 수의 증가에 직결됩니다. 지역민 의견과 정당 정책간의 일치도, 그리고 지역 내 정당의 인기도에 따라 선거 대책 회의 1회의 득표 수가 결정되게 됩니다. 이 선거 대책 회의의 직접적인 결과는 해당 정당이 원하는 경우에만 실제 득표수로 전환하게 됩니다. 미리 전환하게 되어 해당 지역에서 독주를 하게 되면 지역민의 의견에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지만 대신 선거 결과는 동점인 경우 따라온 사람에게 유리하게 판정이 나기 때문에 무턱대고 앞서 나가는 건 그만큼 위험부담이 있게 되죠.

그러고 나면 현재 지역 선거가 행해지는 지역에 대해서만 남아 있는 모든 선거 대책 회의의 결과를 산정합니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각 정당이 얻은 득표수가 결정됩니다. 이 득표수에 따라 게임 시작 전 해당 보드에 지정된 지역-독일의 실제 지역-의 의석 수 결과 표와 비교해서 각 정당의 의석 획득 수가 결정됩니다. 일단 이 의석 수가 바로 해당 정당의 이번 라운드 획득 점수가 됩니다. 선거에서 승리-득표 수 1등한 정당 또는 연합-한 정당은 해당 지역에서의 자신의 언론 장악 마커를 전국 상황판 보드에 해당되는 위치에 배치합니다. 전국적으로 주목 받게 되는 거죠. 이 또한 점수가 되며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점수가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은 해당 지역민의 의견 중 하나를 반영해서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게 됩니다. 전국적인 이슈는 최대 5개까지 있을 수 있으며 이와 정당의 정책과의 일치도에 따라 매 라운드 전국 당원 수의 증가는 물론 게임 종료 시에 일치되는 정책만큼의 점수를 추가로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선거가 종료가 되면 각 정당은 정당 활동비를 얻게 됩니다. 세 가지 재원이 있는데 먼저 현 지역 선거에서 획득한 의석 수만큼의 의정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벌게 됩니다. 둘째 방법으로 라운드에 따라서 전국 당원들에게 일정량의 기부금을 받게 됩니다. 즉, 전국 당원 수는 게임 종료 시에 점수는 물론 게임 중간 중간에 당 활동비의 재원이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는 각 당은 거대한 돈줄-검은 돈이든 기업의 기부금이든-로부터 기부금을 제의 받게 됩니다. 이를 받는다면 활동 자금은 올라 가지만 전국 당원 수의 감소가 따르고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청렴(?)한 이미지 덕분에 전국 당원 수의 증가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이 당원 수의 증감은 주사위로 결정되어 운의 요소가 가미되어 있죠.

이렇게 하면 한 라운드가 끝나고 현재 사용되었던 보드에는 새로운 기본 세팅-5,6,7 라운드를 위한-을 한 뒤 다음 라운드로 진행됩니다. 6번째 지역구와 7번째 지역구에서는 라운드 진행 방식에 약간의 변화가 오지만 해당 사항은 앞서 언급한 내용 중 일부가 누락된다는 점 뿐 기본적인 진행 방식은 똑같습니다.



이렇게 7개 지역구에 대한 선거가 끝나게 되면 각 정당은 지역별 획득한 의석 수, 전국 상황판에 놓인 언론 마커에 의한 점수, 전국 당원 수, 전국민 의견과 정당 정책과의 일치도에 따른 점수를 합산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정당을 소유한 플레이어가 승자가 됩니다.

에공... 일단 게임 전체를 흐름에 따라서 다 쓰긴 다 썼군요. 근데 다른 때 보다 훨씬 긴 리뷰인데... 거참 읽어 주실 분이 있을 지 걱정이군요.. --; 짧게 써야지 써야지 해도 뭔가 빼먹은 듯한 느낌이 들어 쓰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해당 라운드에 결과가 나올 지역구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구에 대해서도 해당 라운드를 진행하면서 미리 초석을 깔아놓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정당의 정책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5개 중 라운드당 최대 1개-에 지역구마다 플레이어에게 경중 판단을 하게 하죠. 특정 지역구에 집중 투자하거나 아니면 연합을 이용하든가. 이 또한, 승산 있는 지역구에 집중 투자하는 현 정당들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서 쭉 언급했던 내용들은 Repeat되는 과정에서 꽤 많아 보이지만 금방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 할 수록 어렵게 만드는 건 다른 플레이어의 행동이 직간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죠. 따라서 다른 정당의 행동을 미리 예측해 나가야 하죠. 그나마 다행인건 각 정당의 정책, 인기도, 선거 회합 등 모든 요소가 공개된 상태이고 나뉘어지는 기본 카드들도 같기 때문에 판단의 기준이 될 것들은 많이 있다는 거죠. 뭐 물론 더 고려할 게 많아 머리 아프다고 싫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머리만 쓰면 너무 게임이 딱딱해지거나 오랜 생각 때문에 게임이 루즈해지는 걸 막기 위해 경매 요소를 넣어서 잠깐 동안의 긴장감도 주어 보고 주사위를 굴려서 운도 테스트 해 보는 일탈을 즐길 수 있게 한 점도 디자이너의 역량을 느끼게 해 주는 부분입니다. 플레이 시간이 4시간이나 되다 보면 머리만 쓰다 보면 아마 폭주하고 말껄요... ^^: 현대 선거는 돈과 미디어에 의해 결정된다는 걸 여실하게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선거에서 승리해서 좀 더 많은 재원을 충당하고 이를 다시 선거 자금으로 투입하는 순환되는 시스템, 그리고 미디어 지배를 통해 지역민 의견을 자신들을 따라 오게 변화시키는 시스템. 이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나머지 선거의 복잡한 부분을 잘 어울려서 흠 잡을 데 없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어 낸 걸 보면 게임 디자이너에게 무한한 존경과 찬사의 미사여구를 날려 보내고 싶군요. 뻐꾸기 날린다고들 하던데 말이죠. 제 게임 생활 마지막 게임으로 점찍어 놨던 게임이었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Rare Item이라 해보시긴 힘들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만 어케든 기회가 되면 꼭 해보시라고, 게임에 투자한 4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