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같은 그룹 다니다가 해외 연구소로 이직한 대학 동기 녀석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와 사는 사람들끼리 연락하고 살자며, e-Mail이 왔길래, '그러자'고 답장을 보냈더니, 그 쪽에 계신 85학번 선배님이 Update 중이라는 주소록이 첨부되어 왔드랬다. 뭐, 내 꺼 Update 해주면서 찾아보니, 아니... 놀랍게도, 내가 석사 1년차일때 랩짱이었던 형이 차로 30분 거리에 살고 있는 거였다. 뭐랄까,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너무 오래 연락을 안 해 전화는 그렇다고 생각해서) mail로 인사드렸더니, 몇 분 안 되서 그 형한테서 전화가 왔다.
'Kungdang(대학 시절/실험실에서의 내 별명이다), 너 뭐냐? 너 여기 왠 일이냐'
로 시작되어 한 10분 떠들고 있었는데...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을 했다. 이 넓디 넓은 미국 땅에서 안 본지 6~7년 된 선배를 찾아낸 것도 그렇지만, 그 선배가 내가 뭘 하는지를 단 한 번에 알아내는 게 신기했다. 그랬다. 형네 동기들은 대부분 이 쪽 계열의 내가 되는 회사의 Customer나 Rival Company에 다니고 있는데다가 형도 관련된 분야를 하고, 또 3주 전 이 동네서 열린 학회를 가서는 그 동기들을 만나고 왔다 보니, 내가 여기에 와 있고, 지금 이 회사를 다닌다고 하고, 잠깐 Customer네에 가 있었다고 하니 단박에 '너 XX 하는구나'라는 얘기가 나오더라.
나도 내가 이걸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데, 한 두 다리 건너 있는 저 형은 내가 '그걸 한다'라고 단박에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니까, 저 형에게 얘기를 전해 준 사람들도 내가 '그걸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고... Epstein 하면 'A 회사에서 B를 하는 녀석'이라든지 자신이 하고 있는 'B를 경쟁업체에서 하는 XX 놈'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나 할까... 형이 '그런 거군. ㅋㅋ, 그랴 너도 너 나름대로 열심히 해야지'라고 할 때는 묘한 기분이 들더라. 왠지 뭐랄까, 나만 이상한, 아니 Outsider가 된 느낌. 늘 Outsider라고 생각해 왔는데, 오랜만에 만난 실험실 형으로부터 Outsider 취급을 받은 것 같은 이 기분... 익숙한 거랑 극복한다는 거랑은 확실히 다른 건가 보다.
2. 회사 업무 관계 차 이런 저런 서류를 본사로부터 송부 받았다. 특허도 있고, 논문도 있는데... 그 자료를 읽는데, 또 한 명의 선배 형을 찾아냈다. '1'에서 얘기한 그 형과 동기인 또다른 실험실 선배 형인데... 가끔 나한테 Computer Game 좀 CD로 구워 보내달라고 했던 그 형이었다. 내가 지금 하려는 일을 다른 회사에서, 똑같진 않지만 나름 비슷한 걸 하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걸 반가워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비슷한 일을 한다는 건 결국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되고, 그 형이 다니는 회사와 내가 다니는 회사 관계로 봤을 때는 내가 그 형을 상전처럼 모셔야 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는 거다. 선배로서 대접하는 것과 업무상 고객으로서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라고 생각하는데... 이전까지 고객으로 만난 사람들은 아예 시작을 고객으로 만났던 사람이다. 근데, 전에 다른 경로로 알게 된 사람을 이제는 고객으로 갑자기 한 번에 내 태도를 바꿔 가며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더라. 이 회사 처음 들어오고 나서 대학교 동기 녀석이 그런 애매한 관계가 될 뻔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그 일을 안 하게 되어서 그 묘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이 관계를 알게 되면, 또 연줄이라고 어케든 연결시키려 할텐데, 그것 또한 별로 바라지 않는 상황....
왜, 예전과 같이 편한 선후배 사이로서 이제는 사람들을 못 만나게 되는 일이 자꾸 늘어나는 걸까... 정말, 난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하지만, 이걸 본사에 입고 들어갔다가, 한 두번 낭패를 본 게 아니다.
첫번째, 인사 쪽에 친분이 있다면 있다고 할 수 있는 한 Rank 높은 분으로부터
'Dr. Epstein님, 옷이 그게 뭐에요. 애도 아니고.'라고 말이다.
두번째, 어르신들도 들어오는 회의가 있었는데, 암 생각 없이 들어갔더니, 유학파라서 나름 개방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같은 과장급 형이
'Epstein아, 왠만하면 잠바 입어서 그 빨간 색 옷 안 보이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세번째, 신입사원들한테 인사를 받는데, 나가 있는 사람이다 보니, 소개하는 사람도 잘 모르더라. 결국 내 직급보다 아래인 사원으로 소개 받았다가, 날 아는 사람이 뭐라고 하자, 무안해진 소개하는 사람이 날 보고는 'Epstein님, 옷이 너무 튀어서 전 사원인 줄 알았지 누가 간부사원일 줄 알았겠습니까요...'
난, 그냥 직급만 있다뿐 한낮 연구원일 뿐인데, 회사에서는 이제 날 '연구원'이 아닌 '직급'으로만 판단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길 바란다. 적어도 Casual Suit 정도는 입어야 하고, 왠만하면 Suit를... 운동화에 Hood를 입는다는 것은 이제 나하고는 안 맞는, 아니 남들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편한 거 입고 싶은 내 기분보다, 이젠 남이 날 어케 봐 주는 지를 신경 쓸 나이/위치가 되고 말았다. 정녕코 난 내가 입고 싶은 걸 입으면 안 되는 걸까?
4. 내 의지와 기호와는 상관없이 날 위해 하는 것들을 결정해야 되는 것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뭐, 영어를 배운다거나, 운전을 배운다는 건 여기서 살아가기 위한 거니까 그렇다고 치자. 내가 가지고 싶은 조그맣고 이쁜 차에 대한 소유욕은 '작은 차는 사고 나면 위험하다. 큰 차가 좋다. 그리고, 여기 이제 사람들 많이 올텐데, 작은 차로는 care하기 힘들다'라는 어르신'들'의 말에 서서히 잠식당해 나가고 있다.
여기 있을 때가 아니면 싸고 쉽게 배울 수 없으니 후일을 대비해 여가시간에 길다란 막대기 들고 잔디밭 뛰어 놀며 과실주 마시는 걸 연습해 두라는 요구 사항까지 등장했다. 음, 그 채 값만 해도 얼마며, 또 그 Wine 값만 해도 얼마가 나갈까... 굳이 그렇게까지 해 가면서 후일을 대비해야 하는 건가? 난 사람들이 얘기하는 그 '후일'을 정말 원하는 걸까? 하지만, 현재 매여 있는 처지에 (권한 듯 보이지만) 저 지시 사항에 하기 싫다고, 내 취향이 아니라고 시도도 안 할 용기가 나한테는 있는지....
5. 내가 원한 게 아니지만, 자꾸만 다른 사람들에 주목을 받게 되고, 남들의 눈을 신경써야 하는 처지로 변해 가는 걸 나 자신조차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나랑 같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 중에 나처럼 대우 받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음은 나도 안다. 하지만, 이거 다 내가 원했던 게 아니고, 또 난 이걸 호의나 대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밖에서 보기엔 전부 회사의 호의이고 대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란 놈에겐 뭔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또 '쟨 뭐가 유별나서'라는 질시(없진 않겠지) 섞인 사람들의 시선을 감내해야만 하게 되어버렸다. 누구보다도, 나만의 울타리 속에서 혼자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회사 안에서의 나와 친한 지인들 속에서나 혼자 있을 때와의 나는 완전히 반대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회사에서의 뭔가 감시 당하고 주목 당하는 데 대한 반발로 자꾸만 자유로움에 대한 갈증은 더욱 더 개인적인 삶에서 극을 향해 달려가는 요즘이다. 이러다가, Monster의 Johan처럼 내 안의 괴물이 자꾸만 커져 날 잡아 먹는 상황이 올까 두렵다. 근데, 어느게 괴물이고 어느게 나일까? 난 그것조차 모르겠다.
'Kungdang(대학 시절/실험실에서의 내 별명이다), 너 뭐냐? 너 여기 왠 일이냐'
로 시작되어 한 10분 떠들고 있었는데...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을 했다. 이 넓디 넓은 미국 땅에서 안 본지 6~7년 된 선배를 찾아낸 것도 그렇지만, 그 선배가 내가 뭘 하는지를 단 한 번에 알아내는 게 신기했다. 그랬다. 형네 동기들은 대부분 이 쪽 계열의 내가 되는 회사의 Customer나 Rival Company에 다니고 있는데다가 형도 관련된 분야를 하고, 또 3주 전 이 동네서 열린 학회를 가서는 그 동기들을 만나고 왔다 보니, 내가 여기에 와 있고, 지금 이 회사를 다닌다고 하고, 잠깐 Customer네에 가 있었다고 하니 단박에 '너 XX 하는구나'라는 얘기가 나오더라.
나도 내가 이걸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데, 한 두 다리 건너 있는 저 형은 내가 '그걸 한다'라고 단박에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니까, 저 형에게 얘기를 전해 준 사람들도 내가 '그걸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고... Epstein 하면 'A 회사에서 B를 하는 녀석'이라든지 자신이 하고 있는 'B를 경쟁업체에서 하는 XX 놈'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나 할까... 형이 '그런 거군. ㅋㅋ, 그랴 너도 너 나름대로 열심히 해야지'라고 할 때는 묘한 기분이 들더라. 왠지 뭐랄까, 나만 이상한, 아니 Outsider가 된 느낌. 늘 Outsider라고 생각해 왔는데, 오랜만에 만난 실험실 형으로부터 Outsider 취급을 받은 것 같은 이 기분... 익숙한 거랑 극복한다는 거랑은 확실히 다른 건가 보다.
2. 회사 업무 관계 차 이런 저런 서류를 본사로부터 송부 받았다. 특허도 있고, 논문도 있는데... 그 자료를 읽는데, 또 한 명의 선배 형을 찾아냈다. '1'에서 얘기한 그 형과 동기인 또다른 실험실 선배 형인데... 가끔 나한테 Computer Game 좀 CD로 구워 보내달라고 했던 그 형이었다. 내가 지금 하려는 일을 다른 회사에서, 똑같진 않지만 나름 비슷한 걸 하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걸 반가워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비슷한 일을 한다는 건 결국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되고, 그 형이 다니는 회사와 내가 다니는 회사 관계로 봤을 때는 내가 그 형을 상전처럼 모셔야 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는 거다. 선배로서 대접하는 것과 업무상 고객으로서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라고 생각하는데... 이전까지 고객으로 만난 사람들은 아예 시작을 고객으로 만났던 사람이다. 근데, 전에 다른 경로로 알게 된 사람을 이제는 고객으로 갑자기 한 번에 내 태도를 바꿔 가며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더라. 이 회사 처음 들어오고 나서 대학교 동기 녀석이 그런 애매한 관계가 될 뻔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그 일을 안 하게 되어서 그 묘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이 관계를 알게 되면, 또 연줄이라고 어케든 연결시키려 할텐데, 그것 또한 별로 바라지 않는 상황....
왜, 예전과 같이 편한 선후배 사이로서 이제는 사람들을 못 만나게 되는 일이 자꾸 늘어나는 걸까... 정말, 난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3. 요즘 내가 입고 다니는 옷이다. Backside에 Naming이 안 되어 있고, 앞에 Numbering만 안 되어 있으면, 완전 똑같다. 이걸 입고 다니는 게 너무나 편해서, 그리고 날씨에 상관없이 입고 다닐 수도 있고...
하지만, 이걸 본사에 입고 들어갔다가, 한 두번 낭패를 본 게 아니다.
첫번째, 인사 쪽에 친분이 있다면 있다고 할 수 있는 한 Rank 높은 분으로부터
'Dr. Epstein님, 옷이 그게 뭐에요. 애도 아니고.'라고 말이다.
두번째, 어르신들도 들어오는 회의가 있었는데, 암 생각 없이 들어갔더니, 유학파라서 나름 개방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같은 과장급 형이
'Epstein아, 왠만하면 잠바 입어서 그 빨간 색 옷 안 보이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세번째, 신입사원들한테 인사를 받는데, 나가 있는 사람이다 보니, 소개하는 사람도 잘 모르더라. 결국 내 직급보다 아래인 사원으로 소개 받았다가, 날 아는 사람이 뭐라고 하자, 무안해진 소개하는 사람이 날 보고는 'Epstein님, 옷이 너무 튀어서 전 사원인 줄 알았지 누가 간부사원일 줄 알았겠습니까요...'
난, 그냥 직급만 있다뿐 한낮 연구원일 뿐인데, 회사에서는 이제 날 '연구원'이 아닌 '직급'으로만 판단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길 바란다. 적어도 Casual Suit 정도는 입어야 하고, 왠만하면 Suit를... 운동화에 Hood를 입는다는 것은 이제 나하고는 안 맞는, 아니 남들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편한 거 입고 싶은 내 기분보다, 이젠 남이 날 어케 봐 주는 지를 신경 쓸 나이/위치가 되고 말았다. 정녕코 난 내가 입고 싶은 걸 입으면 안 되는 걸까?
4. 내 의지와 기호와는 상관없이 날 위해 하는 것들을 결정해야 되는 것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뭐, 영어를 배운다거나, 운전을 배운다는 건 여기서 살아가기 위한 거니까 그렇다고 치자. 내가 가지고 싶은 조그맣고 이쁜 차에 대한 소유욕은 '작은 차는 사고 나면 위험하다. 큰 차가 좋다. 그리고, 여기 이제 사람들 많이 올텐데, 작은 차로는 care하기 힘들다'라는 어르신'들'의 말에 서서히 잠식당해 나가고 있다.
여기 있을 때가 아니면 싸고 쉽게 배울 수 없으니 후일을 대비해 여가시간에 길다란 막대기 들고 잔디밭 뛰어 놀며 과실주 마시는 걸 연습해 두라는 요구 사항까지 등장했다. 음, 그 채 값만 해도 얼마며, 또 그 Wine 값만 해도 얼마가 나갈까... 굳이 그렇게까지 해 가면서 후일을 대비해야 하는 건가? 난 사람들이 얘기하는 그 '후일'을 정말 원하는 걸까? 하지만, 현재 매여 있는 처지에 (권한 듯 보이지만) 저 지시 사항에 하기 싫다고, 내 취향이 아니라고 시도도 안 할 용기가 나한테는 있는지....
5. 내가 원한 게 아니지만, 자꾸만 다른 사람들에 주목을 받게 되고, 남들의 눈을 신경써야 하는 처지로 변해 가는 걸 나 자신조차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나랑 같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 중에 나처럼 대우 받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음은 나도 안다. 하지만, 이거 다 내가 원했던 게 아니고, 또 난 이걸 호의나 대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밖에서 보기엔 전부 회사의 호의이고 대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란 놈에겐 뭔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또 '쟨 뭐가 유별나서'라는 질시(없진 않겠지) 섞인 사람들의 시선을 감내해야만 하게 되어버렸다. 누구보다도, 나만의 울타리 속에서 혼자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회사 안에서의 나와 친한 지인들 속에서나 혼자 있을 때와의 나는 완전히 반대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회사에서의 뭔가 감시 당하고 주목 당하는 데 대한 반발로 자꾸만 자유로움에 대한 갈증은 더욱 더 개인적인 삶에서 극을 향해 달려가는 요즘이다. 이러다가, Monster의 Johan처럼 내 안의 괴물이 자꾸만 커져 날 잡아 먹는 상황이 올까 두렵다. 근데, 어느게 괴물이고 어느게 나일까? 난 그것조차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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