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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만만치 않은 삶, 일

여기 와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들

1. 내가 만든 건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뼈저리게 느낀다는 거.

본사에서 뭔가를 만들어도 기계가 없다보니 다 여기에다 맡겨야 한다. 프로젝트 성격 상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쉽사리 테스트 받을 수 있었지만, 두 회사가 그냥 그런 관계였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여기 사람들도 자기가 만든 걸 테스트하는 건 아니다. 우리처럼 누군가가 만들어다 주는 거지... 하지만 적어도 여기 사람들은 뭘 만들어야 하는 지를 알기 때문에 실제 자기가 만든거나 다름없다. 특히나 우리랑 일할 때는 우린 거의 모든 걸 아니 전부 오픈하기 때문에.....

2. 나도 몰랐는데 내가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한다는 거다.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기계. 물론 나의 필요에 의해, 또 회사가 원해서 배우는 거지만, 아무튼 아무리 목적의식이 있다해도 재미없으면 말짱 꽝인데 의외로 여기서 이것저것 기계 쓰는 법 배우는 게 재밌다는 거다. 내가 아는 지식이랑 맞춰 보는 재미도 있고, 이전에 받은 결과들이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고 왜 그렇게 밖에 못해주는 지를 알게 되니 여기 사람들도 이해가 가고.. 그 전엔 사실 해주는 거 좀 더 잘해주지 였는데.... 진짜 옛날부터 이런 사실 알았다면 아마 물리화학 했을 거 같다. --;

3. 일 많이 하는 회사?

다분히 업무량이 많긴 하다. 그러나 대기업이라 각종 법규를 철저히 지켜야 하기 때문에 다 보상은 된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만큼은 칼 같이 챙긴다. 그게 만약 과장급 이상이라면 말이지. 물론 퇴근 후에 여러가지 미팅은 다시 다 잔업이나 마찬가지지만, 회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본다는 거.. 너무 부럽다. 나는 뭐 회사에 갖혀서 실험만 해서 학교나 여기나 그랬는데... 물론 과장급 미만의 사원들은 실제 라인에 들어가고 그거 결과 보고 하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주 5일만 일하면 되는데... 나처럼 박사 학위 따고 오는 사람이라면 절대 일 많이 하는 회사라는 생각 안 든다.

4. 확실히 돈 많이 받는다.

벌써 여름 휴가 다녀온 사람이 둘이나 된다. 근데 둘다 휴가 기간을 유럽에서 보냈다. 물론 싱글이니 가능한 얘기겠지만, 휴가를 그렇게 보내도 될만큼의 시간적 여유와 금전적 여유가 있다는 거 아닌가? 물론 여행하는 거 예전보다 쉬위지고 가격도 내려갔지만, 그래도 부러운 건 사실.

그래서 갈수록 파견 왔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재밌고 즐겁고 한편으로는 슬프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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