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궁중문화축전을 다니기 시작한 게 꽤 되었는데요, 사실 궁중문화축전보다 가장 가보고 싶었던 건 종묘대제였습니다. 매년 5월 첫 일요일에 하는데, 이상하게 일정이 꼬여서 예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지난 몇 년 간은 종묘 정전이 보수 공사를 하면서 종묘 정전에서 하는 걸 꼭 보겠다면서 정전 보수공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올해 보수 공사가 끝나서 종묘 정전에서 오랜만에 종묘대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매에 성공해서 가게 되었는데요. 원래는 종묘에 있던 신위들을 창덕궁에 옮겨 모셨었는데 이 신위가 다시 종묘로 돌아오는 환안제도 신청했었지만 추첨에 안 되면서, 종묘 대제만으로 만족을 해야 했습니다.
행사는 영녕전에서 제향 행사가 10시부터 진행하는데 이 곳은 선착순으로 관람이 가능했고, 중간에 창덕궁에서부터 어가가 오는 재현 행렬이 있고, 정전에서의 제향 행사는 2시부터 진행을 하는데, 여기는 일단 사전예약제로 진행하고, 전주 이씨 종친회 자리, 내빈들 자리, 그리고 일부 현장 관람 신청자 자리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사전예약자는 종묘 바깥에 있는 안내 부스에서 사전예약자임을 확인하고 손목 밴드를 챙겨주면 그걸 착용하고는 종묘 앞에서 사전예약자 입장 대기줄에서 기다렸다가 행사 1시간 전에 입장을 하는데요. 근데 이 때, 앞서 말한 자리 구분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해서,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게 좀 그렇긴 했지만, 수 년 만에 하는 행사에 대한 기대감에 크게 신경 쓰진 않았던 거 같습니다.
행사 시작 시간인 2시가 되기 1~20분 전부터 제관들이 자리를 찾아 가는 취위(就位)가 진행되었습니다. 다들 자리를 잡고 악공(궁가와 등가)들과 일무를 추는 무용수들도 다 자리를 잡고 나니 요즘말로 하면 개막을 선언하는 진천행사(進請行事)가 시작되면 집례(執禮)가 이후 진행되어야 할 예식/연주/일무를 알려주면 제관/악공/무용수들이 수행을 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 행사 2일전에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을 한 번 봤더니 종묘제례악이 포함된 예식들은 두번째라 더 잘 보였고, 음악/일무가 진행되지 않는 예식의 경우에도 집례가 외치면 진행된다는 걸 알고 보니, 그냥 집에서 유튜브 영상 보는 것보다 확실히 잘 이해가 되고 더 잘 보이더군요. 친제는 임금이 직접 제례를 올리는 건데, 현재는 조선왕조가 아니니 황사손이 그 역할(초헌관)을 맡아서 진행하더군요. 신관례(晨祼禮)와 궤식례(饋食禮)를 진행하면서, 제관들이 올라가기도 하고 황사손이 올라가기도 하는데.. 종묘 정전의 각 실에 모셔진 임금들이 가장 왼쪽에 태조가 있고, 그 오른쪽을 그 다음 대의 왕들이 모셔져 있다 보니, 현재 제례를 올리는 임금은 이들 선대 왕에게는 후손, 즉 가장 낮은 순위가 되니 종묘 정전을 바라 볼 때 가장 오른쪽에 서서는, 매 번 태조가 모셔진 가장 왼쪽 재실까지 제례 절차가 될 때마다 왔다갔다.... 이거 여름에 했다가는 그냥 임금 쓰러지겠다 싶더군요. 정말 임금으로 사는 것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건 선대 임금들과 왕비들에게 술잔을 올리는 것이 3번을, 초헌, 아헌, 종헌이라고 하는 3번의 예식을, 예전에는 임금, 세자, 영의정이 차례대로 하니 그나마 2번은 쉬더군요.
그러고는 일반 가정에서 하는 제사처럼 초헌관이 음복을 하는 음복(飮福禮)가 진행되고, 그 뒤로는 제례에 올린 제물들을 조금씩 덜어내고 제기를 치우는 철변두(撤籩豆),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기 위해 모든 제관이 4배를 올리고 신주를 옮기는 송신례(送神禮), 그리고 마지막으로 축문을 태우고 난 뒤 모든 제관들이 퇴장하는 망료례(望燎禮)가 진행되면서 제례의 전체 행사가 마무리 되더군요.
이 전체 행사는 국가유산청 유튜브 채널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어서 아래 링크를 걸어 둡니다.
졔례 행사가 마치고 나서는 평소에는 올라가지도 못하는 재실 앞 단까지 올라가서는 열려있는 각 재실과 종묘제례에 사용된 제기들을 볼 수 있는 참관행사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길지 않고 사람들이 많아서, 각 재실마다 서 계신 제관(자원봉사자)들이 서 있지 말고 지나가며 보라고 하지만, 잠깐잠깐 최대한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을 어케든 남겨 봤는데요. 고궁박물관에서 보는 것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종묘대제를 직접 본 것과 이 재실이 열려 있는 것을 직접 본 것만으로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5년인가 암튼 정말 오랜만에 정전에서 한 종묘대제라는 것도 뜻깊었구요.
행사도 끝나고 재실 보는 것도 마쳤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재실이 열려 있는 정전 사진을 좀 더 담아 보면서, 2025년 봄궁중문화축전과 종묘주간의 마지막 참가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년에도 또 오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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