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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소회(素懷)

주저리주저리

1. 우울증.

언젠가 Bay Area의 겨울은 비가 자주 와서, 나머지 3계절(이라고 부를게 있을지 모르겠지만)의 맑은 날씨에 적응한 사람들이 못 견뎌해서 우울증 걸리기 십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제가 있던 2년간은 그닥 겨울에 비가 오지 않은데다가, Sharks 덕에 겨울은 오히려 즐거운 계절이었습니다.

근데, 여기 Albany 오니까 정말 우울증 걸릴 꺼 같습니다. 아직 Easter가 안 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날이 좀 따뜻하면 비가 주르륵, 날이 좀 추우면 눈만 내리고.... 맑은 하늘에 해를 보는 게 너무 힘드네요. 따뜻하다고 해도 40도 정도로 영상 5도 정도니까.... 거기에다가 주위에 놀 거라고는 영화관 밖에 없다 보니, 정말 사람이 쳐져 가는 걸 느낍니다. 이러다 정말 우울증 걸리는 게 아닌가 싶은데... 일이라도 바빠지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이런저런 걸로 딴 생각할 시간이 많다 보니.....

뭔가 배우러 다니든지(Hockey? Drum?) 아님 집에다가 Treadmill이라도 사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미칠 거 같습니다.

2. 지름신

자꾸 처지고 그러는데는 아무래도 한국 떠난지 2년이 지나다 보니, 거기다 이젠 혼자 지내다 보니 좀 많이 외롭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으깬 호박이나 Zard가 아니라 자꾸 8090 가요나 아니면 예전에 좋아하던 가수들의 복귀작들을 찾아 듣고 있는데요....

소리바다에서 정액 구매권으로 다운로드 받은 이은미씨의 새 노래 '헤어지는 중입니다'랑 '결혼 안하길 잘했지'가 참 좋더군요. 왜 이런 노래만 땡기는지.... 










이래저래 신곡들을 보보니 박정현 새 앨범과 이선희 새 앨범이 보이길래 구매를 했습니다. 박정현은 지난 6집까지 그리고 Digital Single들도 다 가지고 있는지라 뭐 그런 의미에서 구매했고, 이선희의 새 앨범은 Double CD인 2번째 장이 추억의 노래들이더군요. 구매하는 길에 '붕가붕가 레코드'의 앨범들도 다 구매할까 했습니다만 일단 '장기하와 얼굴들'만 구매했습니다. 나중에 오면 들어보면 될 듯 하구요, 나머지 붕가붕가 레코드의 앨범들은 일단 소리바다에서 샘플로 들어 봤는데요 '아마도이자람밴드'가 좋더군요. 그 예솔이가 인디 계열에 있는 줄이야....

@덤으로 Crossroad랑 웹툰들(김수박의 '오늘까지만 사랑해')을 구매했습니다. 자꾸 한국말/영어/일어를 섞어 들어서 뭘 들으면 이게 무슨 말인지 넘 헷갈리네요, 쩝. --;

3. 불후의 명곡

지난 번에 '이선희'와 '김창환' 편을 본 이후로 보진 않았는데, 종영 마지막 편과 그 전편에 각각 '이문세'와 '박지윤'이 나왔다고 해서 봤는데....


확실히 박지윤은 박진영이 망쳐 놓은 게 맞는 듯 싶다. '박지윤' 하면 '성인식' 밖에 안 떠오르게 만들어 버렸으니까.... 꽤 괜찮은 노래들이 있었는데, '음악'이 아닌 '스타'를 만든다-라고 하는 박진영의 사업가적인 발상의 첫번째 희생양이라고나 할까.... 나름 노래 좀 되고, 연기도 좀 되는 연예인이었는데, '성인식'과 '나는 남자다'의 Sexy Code에 갇혀서는 결국 허우덕대다가 법정 다툼까지 갔던 걸 기억해 보면.... 친형제 같다는 '비'에 대해서도 헤어지자마자 폄하하는 발언을 찍찍 날리는 박진영이, '5년 내로 물리적인 CD와 같은 수단을 통해 음원이 제공되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공언하고 다니는 그 박진영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음반제작사의 핵심이라는 사실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결국 박진영은 이수만의 또 다른 Version이었을 뿐이었다. 그런 그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Wonder Girls'와 '소녀시대'를 보자면, 많이 씁쓸하다. 그들의 사업가적 능력에 찬사만 보낼 수 없는.... 그런 씁쓸함.



암튼, 그런 박지윤이 다시 나왔다. 비록 시청자들이(또는 해당 Program 제작진이) 박지윤 하면 떠올리는 곡으로 '성인식'을 뽑았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다른 곡들을 들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세월과 세상의 편견에 좌초해 버린 박지윤의 모습을 보면서 '소녀시대' 'Wonder Girls'의 미래가 그녀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더 이런 지형을 만들어 낸, 이른바 Midas들에게 더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면, 같은 연예인이지만 영화인들에 비하면 음악인들의 경우에는 존경하고 싶은 어른들이 참 없는 거 같다. 물론 음악적 성과만을 따지자면, 신중현, 산울림, 조용필이란 거목이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존경하고 싶은 어른이란 사회 참여 활동도 함께 하는, 음악 활동 이외에도 존경할만한 인물을 말하는 거다. 산울림의 김창완 씨처럼 아예 세상사에 관심을 끊고 음악만을 보고 순수하게 사시는 분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요즘 시기에 큰 영향력을 가지는 음악인이 사회적, 도덕적으로 올곧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건 너무나 벅찬 요구사항일까? 표현 방식에서는 문제가 있지만, 나름 신해철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를 함부로 너네들이 원하는 Outfit 속에 재단해 넣지 말라고 한다. 그러고는 냄비 fan들은 왜 이렇게 많냐고 한다.  맞다. 그가 어떻게 살든 그건 그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의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그 수많은 궤변을 보면, 결국 그도 그 누군가처럼 주목받고 싶고,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별 수 없는, 그런 애였구나 하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오히려, 그가 이렇게 자발적으로 '나도 별 수 없는 3류 딴따라야'라고 coming-out을 해주니 고맙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도...

그런 의미에서 의도야 어찌 되었든 사회 Issue가 되고 있는 문제를 수상소감에서 언급했던 이문세의 새로운 모습은 조금 놀랍다. 전혀 사회 문제와는 상관없이 자기 노래만 하고 사는 것 같던 그가 그런 발언을 했다니... 누군가에게 기대하고 싶진 않지만, 이문세 급의 Career와 영향력이라면.... 





어찌 되었든 그와는 상관없이 그의 노래를 '불후의 명곡'으로 듣고 있자면, 이제는 몇 년 전인지 계산하기도 귀찮아지는 까까머리 중고딩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문세와 고 이영훈. 그들 생각과 함께, 또 그렇게 비 오는 싸늘한 늦겨울 밤 파전에 동동주가 그리워지는 밤이, 또 그렇게 하루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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