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년째가 된다고 하는 창덕궁(昌德宮) 희정당(熙政堂) 특별관람 행사. 역사학자가 어린 시절 꿈이고, 조선왕조실록을 20번 정도 초등학교 때 정독한 주인장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집도 아닌 조선시대의 궁궐 내의 각 전각이 뭐가 있고 어떤 건지 어찌 다 알겠습니까. 경회루, 근정전, 후원 등등 좀 유명한 곳만 이름을 들으면 건물의 대충의 모양까지 떠올리지만, 나머지는 뭐... 또 워낙 교과서에서는 경복궁에 강세를 줘서 서술되어 있다 보니 창덕궁의 전각은 아는 바가 없었는데요... 최근 수원 화성을 자주 가면서 마나느님의 흥미도 끌기 시작한 우리 문화재 보러 다니는 여가 활용 덕에 '문화재청'에서 직접 진행하신다는 창덕궁의 '희정당 특별관람' 행사 소식에 시간 맞춰 각 잡고 앉아 있다가 어려운 예매 전쟁에서 살아남아 겨우겨우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수,토요일에 단 두 번, 한 번의 행사 진행에 딱 10명의 관람객이 들어가서 봤으니, 총 8일 16번 160명의 행운아들이 희정당 내부를 볼 수 있었네요.
주인장은 결혼 전에 지금의 마나느님과 함께 창덕궁 후원을 야간에 돌아보는 야행 행사로 창덕궁을 가 본 게 다라 낮 시간에는 제대로 본 적이 없고, 시골 촌놈이다 보니 경복궁이 더 유명해서 그 쪽만 한 두 번 더 가 봤는지라, 희정당이 정확하게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이번 행사를 참가했드랬습니다. 근처 안국역 4번출구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조금 걸어서는 창덕궁 매표소에서 예매한 표를 찾으러 갔더니, "특별관람"이라는 목걸이 표식과 함께 아래 사진의 팜플렛과 전통 한지(지승 끈)와 인지퍼로 만들어진 색이 너무 이쁜 마스크 걸이를 기념품으로 주시더군요. 나중에 행사에 참여하신 다른 분들의 것들을 보니 전부 색깔이 다 달랐더라는.. 후덜덜덜....
행사 안내 문자에 따라서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敦化門)으로 들어가서는 바로 앞에 있는 안내도 옆 집합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이 날 주인장등을 안내해주실 가이드 분이 오시더군요. 오셔서는 간단한 행사 안내와 창덕궁에 대한 간단한(그렇지만 주인장은 처음 알게 된 것도 많은) 안내, 그리고 이 날의 주인공인 희정당에 대한 간단한(이건 주인장이 한 번도 이전에 알지 못했던) 안내를 해주시곤, 행사 참가자들을 이끌고는 희정당을 향해 출발. 희정당이 임금과 왕족들이 사는 내전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하다 보니 가는 길에 있는 금천교와 중문에 해당하는 진선문, 그리고 경복궁의 근정전에 해당하는 인정전과 인정문, 내전으로 들어가는 숙장문, 그리고 진선문, 인정문, 숙장문과 4각형을 이루게 되는 (아... 이름이... 이왕직들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런 곳들을 설명해주고, 홀로 청기와로 된 선정전까지 안내해주시면서 희정당 앞까지 도착. 아 따라 가는데 발걸음이 너무 빠르셔서 숨이 차서 희정당 못 보고 죽는 줄 (^^)
경복궁과 함께 조선의 주 궁궐로서의 기능을 했던지라 내전(=침전)에 해당하는 곳에는 안쪽으로는 왕비의 침소(침실 등)와 임금의 침소가 안쪽에 있고, 제일 바깥에 임금과 신하들이 만나는 공간이 존재하는데, 이 희정당은 최초에는 임금의 침전이었다가 나중에는 정사를 보는 편전으로 기능이 바뀌었다고 한다. (전각 명칭 붙이는 기준에서 임금/왕비 등이 사용하는 건물에만 붙는 '전'이 아닌 '당'이 있어서 그 기능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는 하나 그건 난 모르겠고~) 하지만, 1917년 화재로 전소(다 타서 없어지고)되고, 1920년 일제에 의해서 경복궁 강녕전을 다 뜯어 내고 그걸로 다시 희정당을 짓는데, 기존의 편전 개념에서 서양식 접견실 개념을 도입하고, 난방을 위해 보일러(온수) 등을 설치하다 보니 외양은 기존의 궁궐 양식이나 내부는 서양식으로 된, 아주 묘~한 공간이 되었다. 위 두번째 사진의 일반적인 일자형이 아닌 튀어나온 포치 양식은 당시 자동차를 타고 다니던 순종과 순정효황후께서 차를 탑승할 때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 서양식 저택에서 볼 수 있는 구조에 조선 궁궐 건축 양식이 접목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희정당에 도착해서는 가이드 분과 도와주시는 다른 두 분의 도움을 받아서는 신발을 실내화로 갈아신고는 드디어 희정당 내부 투어를 시작했다. (다른 분들이 따라 들어오려 하는데.... 죄송해요 이건 특별관람이라, 내년에 꼭 예매하고 들어오세요. 희정당은 'ㅁ'자 구조로 되어 있으며 'ㅁ'자로 둘러 싸여진 안쪽은 조그만 별도 정원... 아직 복원이 안 되었는지 풀밭이 존재하고 'ㅁ'자로 된 통로를 기준으로 정원 반대쪽, 쯕 바깥쪽 방향으로는 여러개의 방이 존재하는 그런 구조였다. 이 바깥 쪽에 존재하는 방들의 바깥 쪽 창이 내부에 들어오지 못하는 일반 관객들이 보게 되는 희정당의 창틀/창문과 전각의 모습이 된다.
'ㅁ'자이다 보니 한바퀴 돌면 제자리가 되는 구조인데, 가이드 분들에 따르면 동행각 쪽(들어오면 오른쪽에 해당하는 곳)은 순종과 순정효황후를 접견하러 온 손님들이 대기하거나 이동하는 경로였고, 반대편인 서행각은(들어오면 왼쪽)은 두 분과 가족 분들을 모시고 의전을 행하시던 이들(이 분들을 '이왕직'이라 칭함)의 업무공간 및 이동 공간이라고 하더군요. (단 하루가 지났는데 벌써 기억이 헷갈려요 ㅠㅠ ㅠㅠ)
일단 가이드 분의 안내대로 동행각 쪽으로 투어를 시작했는데요, 동행각을 향해가는 통로 마지막 자락(접견실 방향으로 틀기 전), 'ㅁ'자의 모서리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지금의 수세식 화장실이 있고, 서부시대나 남북전쟁시대 영화에나 봤던 그런 보일러와 세면대가 있어서, '아, 정말 이 공간이 조선과 서양이 공존하는 공간이구나'하는 이미지를 확 심어주더군요. (와중에 브랜드는 영국제라고 ㅎㅎㅎㅎ)
동행각에서도 뭔가 설명을 해주셨는데 기억이 잘.... 사진을 못 찍었다 보니 역시 다음 공개 때는 가급적이면 좀 사진도 허용을.... (가이드 분에게 설명 들은 내용에 따르면) 아직 복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려 하시는 윗 분들(^^) 생각에 이번 특별 관람에는 대조전 쪽에 위치한 접견실을 제외하고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었답니다. 그래서 가는 길에 희정당 바깥쪽을 보고 사진을 찍거나, 가면서 들은 보일러 난방의 흔적인 서양식 라디에이터가 설치되었던 흔적 등만 눈에 담으며 접견실로 이동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ㅁ'자의 안쪽이 되는 접견실에 도착하니 이 곳은 지난 복원의 결과물이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하고 멋졌는지... 같이 동행했던 다른 직원 분이 가이드 분의 요청에 따라 (촛불도 아니고) 전등을 켜주니까.... 세상에 조선 궁궐에 촛불/등불/청사초롱이 아니고 전등입니다, 전등! 이 켜지고 샹들리에가 존재하니 이건 뭐 정말... 세상에서 단 하나 존재하는 유일한 공간에 온 느낌에 가슴이 벅차고 감동이!!!
분명 바깥 문/문지방이나 기둥 그리고 천정의 문양이나 기둥에 새겨진 문양들은 분명히 이 공간이 조선의 궁궐임이 분명한데, 천정에는 샹들리에 전등인데 우리네 노리개 같은 다회띠가. 그리고는 해강 김규진의 금강산만물초승경도(金剛山萬物肖勝景圖)와 총석정절 경도(叢石亭絶景圖)가 양쪽 윗 벽에 전시되어 있고, 근데 그 가운데 바닥은 카페트가 깔려 있고, 서양 응접실에서나 볼 수 있던 원탁과 서양식 푹신푹신 의자가.... 카페트를 이렇게 깔아두면 희정당이 지상에서 1.5m 정도 높은 곳이라서 여름엔 습기, 겨울엔 결빙이 카페트 아래인 목조 건물에 생기게 되어 이 카페트 아래에 짚단으로 내열/방한 기능을 하도록 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는 사이, 가이드 분이 옆의 또 다른 접견실로 또 안내를 해주셨는데 이 곳은 완전히 서양식으로 되어 있더군요. 다른 문양의 밝은 색의 카페트가 깔려 있고, 이 접견실의 반대쪽 벽은 조선식의 옆방과는 달리 완전 서양식 창/문틀과 커다란 거울대도 있더군요. 그리고, 아주 짙은 갈색의 사각 식탁과 4개의 의자. 샹들리에도 유리장식이 화려한 등이 달린 것으로 되어 있고, 방문 하나 왔다갔다 하는데 분위기가 영 다른 2개의 공간이 존재하더군요.
희정당 특별관람의 핵심이자, 사진 스팟에서 관람객들 모두 설명 들으랴 사진 찍으랴 정신없이 보내고 나서는 이제는 서행각 쪽으로 돌아서 특별관람을 마무리 했습니다. 서행각 쪽을 지나가면서 옆 전각에서 이어진 통로에서 제조된 음식을 가져와서 준비시켜 놓거나 또는 실제 식사를 하는 곳. 또, 대조전과 이어진 통로에 대한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것도 휘발성 메모리엔 안 남아 있어서 내년에 또 들러야 할 거 같네요.
특별관람 끝나고 나오는 길에 포치를 통해 바깥을 바라 보는 데 너무 아름답더군요. 내년에도 꼭 다시 와 볼 수 있기를, 그리고 더 많이 복원이 되어서 내년엔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P.S 주인장 보고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닮았다고 해주신 가이드 분, 너무 즐거운 관람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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