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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물욕(物慾)

식탐기행 - 정식당

결혼기념일을 맞이해서 연차를 쓰고는 'C' 앱을 이용해서 다행히 예약에 성공해서는, 아침부터 일찍 이동했습니다. 예약한 시간이자 점심 영업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같은 건물에 아래층에 있는 정카페가 오픈했길래, 일단 거기서 기다리려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정식당을 예약하고 온 손님들에게는 무료로 내부에서 대기하는 것이 가능하더군요. 하지만 카페인이 부족해서 일단은 커피 1잔을 시키고는 약 2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오픈 시간이 되니 2층에 위치한 정식당에서 스태프 분들이 내려오셔서는, 도착한 순서대로 예약 여부를 확인하더니, 바로 입장을 시켜줘서는 자리로 안내해주시더군요. 깔끔한 내부였는데, 창가 자리로 안내해 주셔서 일단 자리를 잡고, 스태프 분들의 간단한 안내를 받은 다음에는 바로 주문을 했습니다. 

점심 코스로 일단 주문을 하였고, 여기에 식사와 함께 하는 술을 시킬 수 있는데, 잔 수로 주문이 되어서, 인당 2잔으로 해서 추천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하고 주문을 했더니, 조금 있다가 전반부에 코스 요리와 함께 마시는 화이트 와인을 가지고 오셔서는 와인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고는 잔을 채워주셨습니다. 개인 취향에 맞춰서 마나느님과 제가 다른 와인을 마셨는데, 마나느님은 Granbazan Albarino Etiqueta Ambar라는 와인을 1잔 마셨고... 왜 제 꺼는 사진을 안 찍어서 기억을 못할까요....T.T

그러고는 바로 첫 Plate가 나왔습니다. 아래 개별 사진에 더 근접사진을 찍긴했는데, 가장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얘기하면 첫번째는 두부와 명란 위에 감태를 바르고 들기름에 담은 플레이트였고, 그 다음은 관자타르트 위에 가쯔오부시 가루를 뿌린 요리였고, 다음은 빵 위에 트러플소스와 파마산치즈를 뿌린 전채요리였습니다. 그리고 배와 생강 레몬그라스로 만든 배 수프와, 가운데 가장 큰 플레이트에는 낙지와 드라이토마토에 먹물 소스를 함께 한 플레이트였습니다. 보기도 좋고 각각 식감이나 먹기도 좋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 음식은 칼루가 캐비어에 동해산 갑오징어를 슬라이스한 것에다가 아스파라거스 잎을 데코한 음식이었고, 제피 잎으로만든 살사 소스도 함께 서빙되었습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식감이나 맛이 정말 맘에 드는 요리 중 하나였습니다. 

그 다음은 완도산 전복을 1시간 찐 다음에 훈연한 것을 Smoked 김치 위에 얹어서 내놓고, 그 옆에 화이트와인 베이스로 한 뵈르블랑 소스(노란색 소스)에 부추 오일을 둘러서는 내놓은 플레이트였습니다. 전복이란 식재료도 참 고급이지만, 이렇게 찌고 훈연하고, 참 손이 많이 가게 내놓으니 그만큼 풍미가 더해져서 좋더군요. 

그 다음은 정식당의 시그니처라고도 알려져 있다고, 스태프 분이 자신있게 얘기한 '맛있는 김밥'이었습니다. 솔직히 김밥이 얼마나 특이할까 했는데, 아래 사진처럼 뭔가 스틱 같이 나와서 보기도 신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김부각으로 래핑한 게 신기했습니다. 김부각에 찹쌀풀을 발라서 바삭하게 만든 게 신기했구요, 그리고 그 안에는 소고기와 트러플을 함께 섞은 밥이 들어가 있고, 찍어먹는 소스로는 트러플 아이올리 소스를 주더군요. 한 번 베어 먹어 봤는데, 김부각의 바삭한 느낌 때문에 식감이 너무 좋더군요. 물론 맛도 있었구요. 이게 왜 정말 그렇게 자신있게 맛있다고, 시그니처라고 하는지 알겠더군요. 

그 다음은 왕우럭조개죽이었습니다. 주먹만한 왕우럭조개를 저며서 잘게 준비해서 먹기 좋은 사이즈로 서빙되었구요, 이 조개로 만든 육수에 된장을 풀어서 죽 베이스를 만들어서 쌀과 보리를 같이 끓여서 식감을 좋게 했다고 했는데 정말 죽인데 식감이 좋은 것도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육수를 조금 더 따로 부어주시던데, 그 때 향이 정말 좋더군요.  

그 다음 플레이트는 능성어로 주 재료로 한 요리였는데요, 능성어를 숯불에 구어서 껍질이 바삭하게 만들고, 그 아래에는 구운 애호박과 슬라이스한 마와 감자 수제비를 더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아래 부어진 소스는 능성어 뼈에 훈연향을 입힌 후 맑게 뽑아낸 육수에 크림과 버터를 더해서 만든 소스이고, 거기 위에 있는 초록색 오일은 쑥갓과 깻잎으로 만든 아로마 오일이라고 하더군요. 능성어의 껍질 식감이 너무 바삭하고... 이것 역시 너무 맛있었습니다. 

그 다음 요리는 스테이크이다 보니 스테이크르 먹을 때 사용할 나이프를 골라 보라고 하면서 프랑스 라귀올 지방에서 만든 나이프들인데 손잡이들이 여러 가지 재료로 되어 있어서 색깔이나 그립갑이 조금씩 다르더군요. 저는 상아.... 였던 거 같은데 정확히는 무슨 소재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그리고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두번째 페어링 와인을 들고 오셔서는 설명해주셨는데, 키안티 클라시코라고 하는 이태리 토스카나 지역의 와인인데, 품종은 산지오베제라고 하네요. 같은 토스카나 지역의 브루넬로 디 몬텔치노에 비해서 Daily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다 보니, 많은 노력에 의해서 더 나은 와인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얘기와, 크랜베리향이 나며 산도가 꽤 있어서 정식당에서 서빙하는 김치의 산도에 밀리지 않는 풍미를 제공한다는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메인요리가 나왔는데 저는 한우를 아내는 오리 요리를 선택했습니다. 메인 요리는 사이드로 김치와 각종 나물들이 담긴 플레이트도 함께 나왔는데요, 이 플레이트에는 두릅피클, 오이김치에 피시 소스를 얹은 것, 더덕 생채, 당근 잎으로 마든 장아찌, 풋마늘로 만든 김치, 그리고 그 다음은 무슨 잎사귀에 튀김옷을 입힌 것이었는데요,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메인 요리는 소고기의 경우에는 투뿔 한우 안심이었다고 하셨고, 그 아래 소스는 소뼈를 오랜 시간 우려낸 걸 베이스로 한 소스라고 안내 받았습니다. 오리 요리의 경우에는 오리 가슴살을 냉장고 한 켠에 말려 바삭하게 껍질을 만든 후, 전분 가루를 살짝 묻혀서 구운 요리이며, 그 옆의 빨간 건 살사 소스로 제주산 홍다래, 레드키위, 사과로 만든 소스이고 라벤더 시럽으로 향을 더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오리 아래의 소스는 덕주 소스로 오리 뼈를 오랜 시간 고아내서 복분자주와 함께 쫄여 만든 소스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조류는 잘 못 먹어서 오리 고기는 못 먹었지만, 한우 안심이랑 봄나물은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메인이 끝나고 나서는 프리디저트라고 해서 입가심하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고 했는데요, 술찌게미를 보통은 술빵 같은 걸 만드는데 이걸 팔팔 끓여서는 고소한 풍미를 가진 소르베처럼 만들고, 그 아래에는 제주산 블러드 오렌지를 베이스로 한 소르베가 있었습니다. 

이 쯤 되어서 코스가 거의 끝나가서는... 제가 예약할 때 결혼기념일이라고 남겨서, 이렇게 하면 뭔가 축하해주시는 별도의 디저트/케이크가 나온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나오질 않아서 별도로 얘기 드리니까 예약을 한 번 했다 취소하고 다시 하면서 결혼기념일이라는 정보를 남기지 않았더라구요. 그래서 어쩔 수 없지 하고 있는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약 10분이 되지도 않아서는 아래와 같이 결혼 기념일 축하 디저트가 두 개의 플레이트가 나오더군요. 이렇게 빨리 대응해서 새로이 나오는 거에 감동~~!

먼저 바로 아래는 New York To Seoul 이라는 디저트라고 하는데 한반도 지도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바닐라빈 아이스크림이랑 피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는 돌하르방과 제주도를 소재로 한 디저트였습니다. 현무암처럼 만든 흑임자 스펀지 케이크랑 금귤, 그리고 요거트 크림이 제주도 모양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이쁜 결혼기념일 디저트까지 먹고 나니 음료로 커피와 차를 시켰고, 이 음료를 마실 때 곁들이는 디저트 과자들도 나왔습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갑작스런 변동 상황에도 친절하게 그리고 능숙하게 대응하시는 거에 너무 감동 받은 결혼기념일 만찬이었습니다. 정말 파인다이닝을 제대로 즐긴 경험이었네요. 언젠가 또 한 번 더 들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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