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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game/Review

[보물찾기 0363]Friedrich(2004)

디자이너: Richard Sivèl
제작사 : Histogame
소요시간: 2~3시간
인원수 : 3~4인용


보통 보드 게임 중 전쟁을 테마로 하는 전쟁게임이라고 하면 널찍한 보드에 다양한 종류의 마커-말-들을 올려 놓고 이를 이동시키면서 주사위로 전투를 해결하는 걸 떠올리기 쉽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게임들이 많구요. 카드가 사용될 때는 기본 규칙에 변화를 준다거나 하는 이벤트를 만드는 경우, 그리고 화폐/자원의 개념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죠. 뭐, 세상의 모든 전쟁 게임을 하나로 정형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쉽게 볼 수 있는 게임들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Friedrich(프리드리히)는 이런 측면에서 보면 독특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 산출기로써 주사위가 아닌 카드를 쓴다는 점, 그리고 보드는 무지하게 넓고 빽빽한데 반해 실제 그 위를 다니고 있는 유닛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거기다 한 명만 다굴(^^)하는 설정이지만, 실상 협동 게임은 아니고... 



게임 배경의 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의 글을 보시면 됩니다(광고!!!). 간략히 얘기하면, 프로이센을 분할 점령하려고 오스트리아, 러시아, 프랑스, 스웨덴이 연합하여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와 전쟁을 7년간 벌였고, 플레이어들은 이들 국가 중 하나(또는 둘)을 맡아서 이 7년 전쟁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널직한 보드에 비해서 유닛은 그리 많이 배치되지 않습니다. 이는 영토와 영토의 소유권에 대한 개념에서 기인합니다. 타 전쟁 게임에서 하나의 공간 개념에서의 영토이기 때문에 이를 소유하기 위해선 이 공간을 자신의 부대 단독으로 점유하고 있어야 하죠. 하지만, Friedrich에서는 영토는 공간이 아닌 점의 개념이며 이 점들은 선으로만 연결이됩니다. 따라서, 자신의 부대의 독점적인 영향력(부대 이동 능력, 선 개념) 내에 존재하는 도시(점)들이 자신의 소유가 되는 거죠. 공간이라기 보다는 기준점에서 기준 거리 이내의 점들이라고 보게 되죠.


이 덕분(?)에 전투는 같은 영토 내에 있는 부대가 아닌 인접한 지점에 위치한 부대 간에 벌어지게 됩니다. 부대가 인접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전투를 벌이게 되죠. 여기서 이 게임의 특이점이 나옵니다. 보드 상에 보면 사각 격자로 구분선이 그려져 있으며 각 사각 격자 안에는 트럼프의 패(스페이드, 클로버, 하트, 다이아몬드)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전술 카드라고 불리는 실제 플레이에 사용되는 카드에도 트럼프의 패(와 2~13까지의 숫자)가 표시되어 있죠. 좀 감이 잡히시나요? 자신의 기본 부대 세기에 서로 번갈아 가면서(상대방보다 세기가 열세에 놓이면) 자신의 부대가 놓여진 지점의 패 모양과 똑같은 카드를 플레이하면서 어느 누군가가 카드 사용을 그만 둘 때까지(자의든 타의든) 진행하여 승패를 결정합니다. 패한 부대는 숫자 차이만큼 부대도 잃고 퇴각해야 할 거리도 결정되죠. 



그럼 턴(1년)의 진행을 살펴 보겠습니다. 자신의 턴이 시작되면 정해진 숫자의 전술카드를 받습니다. 한 명이 2개의 국가를 맡은 경우에는 카드를 따로 관리해야 합니다. 카드를 받고 나면 자신이 부대와 보급 기차를 원하는대로 이동시키죠. 기본적으로 정해진 이동 능력에 대로를 이용하면 이동력에 보너스를 얻습니다. 이 이동 과정에서 상대방의 부대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목표 도시를 지나가게 되면 자신의 소유권으로 바꾸게 되죠. 이동이 종료 되고 난 후, 상대방 국가-단, 모든 전쟁은 프로이센 연합군과 타 국가 사이에서만 벌어짐-의 부대와 인접하다면 위에서 설명한 방식대로 전투를 진행합니다. 이 전투 결과, 해당 턴에 지나왔던 도시 중에 보호 여부가 바뀌는 도시가 생기면 그에 따라 도시의 소유권을 변경해주면 됩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7개국, 4명의 플레이어가 모두 자신의 차례를 끝내면 1년이 종료됩니다. 그럼, 실제적으로는 3대 1로 싸우는데, 시간이 지나갈수록 Friedrich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지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구심이 드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운명 카드'라는 것을 도입해서 해결했습니다. 실제 게임 제작은 이 개념에서부터 출발했지만 말이죠. 역사적으로도 러시아 여제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전쟁은 어이없이 끝납니다. 이를 게임에서도 재현하기 위해 20장의 운명 카드가 도입되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내용-특정 인물의 죽음, 내란 등등-을 통해 각 세력들이 어쩔 수 없이 부대를 일부 또는 전부를 잃게 되어 전쟁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만들죠. 이 운명 카드는 6년이 지나야 매년 끝날 때마다 한 장씩 뽑아서 전쟁의 판도를 변화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대로 7년만에 끝날 수도 있지만, 더 길어질 수 도 있는 거죠.


설정 상으로는 한 명의 플레이어가 3명의 플레이어와 맞상대해야 하지만, 이 한 명의 플레이어가 공급 받는 부대나 카드의 크기가 다른 3명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으며, 더 중요한 사실은 3명의 플레이어의 목적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협력 체제를 유지가 힘들고 따라서, 이는 프로이센에게 한줄기 빛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센을 맡은 플레이어는 (남들보다 많긴 하지만 그래도) 한정된 부대와 자원으로 전면에서 영토를 침공하는 부대를 막아내야 합니다. 한 순간의 부대 이동의 실수는 결국 전장의 붕괴를 초래하므로 사려 깊은 진행이 필요합니다


나머지 국가를 맡은 플레이어들도 운명 카드의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언제 전장에서 이탈하게 될 지 모르므로, 저돌적인 공격이 필요합니다. 프로이센을 맡은 플레이어의 카드 보유 수가 늘어날수록, 전쟁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플레이 순서가 빠른(그리고 그나마 카드를 많이 받는) 러시아나 오스트리아를 맡은 플레이어가 전략적으로 공세를 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뜩이나 부대와 자원이 부족한 프랑스가 전선에 뛰어들 수게 없게 되어 결국 여분의 부대가 다시 러시아와 오스트리아로 칼 끝을 돌릴 수 밖에 없게 되죠. 전쟁에서의 승리는 단순히 군사력의 우위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외교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걸 3개국을 맡은 플레이어들은 유념해야 할 듯 싶네요.


몇 가지 독특한 설정 때문에 꽤 신선하고 재밌는 전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 시간도 2시간이 채 안 되고 규칙도 용이하고 인원수도 그리 부담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맘에 드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