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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game/Review

[보물찾기 0317]Sherlock Holmes Consulting Detective(1984)

디자이너: Raymond Edwwards/Suzanne Goldberg/Gary Grady
제작사: Sleuth Publications
인원수: 1인 이상
소요시간: 1~2시간


바로 그 때 아래층 홀에서 어지럽게 들려오는 여러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나는 외쳤다. 여럿이서 우당탕퉁탕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와 함께 하숙집 주인이 질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베이커가 특공대(Baker Street Irregular)입니다.' 

내 친구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문이 덜컥 열리더니 누더기를 입은 부랑아 대여섯이 들이닥쳤다. 

'차렷!' 

홈즈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어린 양아치 여섯 명이 더러운 조각상처럼 일렬로 서서 부동 자세를 취했다. 

'앞으로는 보고할 것이 있으면 위긴스만 올려보내고 너희들은 너희들은 길에서 기다려야 한다. 위긴스, 어때 알았나?'

-'주홍색 연구' 중에서 발췌- 


이 게임은 전적으로 좁게는 셜록 홈즈 매니아인 셜로키안, 넓게는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에게 어필하는 게임입니다. 게임 도입부에 보면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을 셜록 홈즈와 함께 누비고 싶지는 않으십니까라고 나오죠. 저야, 뭐 추리 소설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제 친구는 이 문구에 크게 동감하며 이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그냥 막 치솟더군요.


게임은 기타 추리 게임과는 진행 방식은 동일할 지 모르나 게임 종료 조건 또는 그 해답을 알아내가는 과정이 좀 다릅니다. 완전히 셜록 홈즈 식이라고나 할까요. 돌아다니며 증거를 모은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만, 다른 게임의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예상되는 사실이 제거된다든지(클루에서 카드를 직접 보는 경우) 또는 여러가지 정보를 수집해 보면 한 가지 사실로 결론이 도출(Orient Express)되죠. 


하지만 이 게임에선 주어진 정보, 단서만이 아닙니다. 그 단서 중에 유용한 것만 추려낸 후, 사건의 개요를 추리, 좀 심하게 말하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셜록 홈즈의 결론 도출 방식을 기억하시면 가장 쉽게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플레이어들은 사건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 의뢰인 또는 도입부의 이야기를 읽고 자신의 턴이 되면 원하는 위치에 가서 정보를 얻게 됩니다. 정보는 사건별로 정리된 자료철에서 해당 위치에 대한 글을 읽어서 얻게 되죠. 이 뿐만이 아니라 신문의 기사들도 읽어서 유용한 정보도 얻어내야 합니다. 여러 명이 할 경우에는 정보는 공유합니다. 하지만 정답은 각기 따로 맞추게 되죠. 누군가가 맞추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부 다 답을 알았다고 생각했을 경우, 퀴즈 북에 나온 퀴즈의 정답을 말함으로써 그리고 얼마만에 정답을 알아냈느냐를 서로 비교하게 됩니다. 승자의 개념은 극히 미약하다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사건의 전말은 따로 주어지기 때문에 퀴즈 정답을 확인한 후 내용을 파악할 수 있죠. 


게임을 한다기 보다는 한 편의 추리 소설을 직접 써 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홈즈가 된 기분, 또는 왓슨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게 바로 이 게임입니다.


추가 확장판이 있다고는 하나 10개밖에 안 되는 시나리오, 추리 소설과는 달리 정답을 알고 나면 다시 하기 힘든 Replayability,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청난 영문 텍스트의 압박은 언뜻 게임에 손 대기 무섭게 만들죠. 저 같은 경우에도 사전 하나를 옆에 끼고... --; 제가 해 본 시나리오는 제가 직접 플레이는 안 하고 정보가 필요할 때 Clue book을 직접 읽어주면서 했지만, 신문도 챙겨 봐야 하니 영문 읽는 것만으로 좌절이죠. 거기다 지도 보면서 상상도 해야 하니... 정말 영어 자신 있는 분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추리 소설이라면 셜록 홈즈라면 호기심 만빵 오르는 사람들은 그래도 이 게임이 하고 싶으실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라면 정말 추천해 드리고 싶은 훌륭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