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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game/Review

[보물찾기 0232]Maya(2003)

디자이너: Bernd Eisenstein
제작사: Abacus/Rio Grande
인원수: 2~5인
소요시간: 90분


국내의 보드 게임 열풍과 함께 가까워진 나라가 바로 독일이라고 할 수 있죠. 어렸을 적의 '쌀나라와 싸운 나쁜 나라'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던 독일이 한 순간에 좋아진 것도 보드 게임 덕분이었다고 고해성사를 해봅니다만... 아직은 보드 게임 소비국이다 보니 수입된 게임에 의존하게 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검증된 작품만 들어오다 보니 덕분에 자칫 국내에 소개되지 못할 뻔 했던 독일의 고전이나 명작들이 다량 수입 판매되어 많은 게이머들이 그 혜택을 받고 있죠.


요즘은 수입 판매 사이트의 다양화로 인해서 독일에서 출품된 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신보-믈론 낙점되어야지만 수입이 되지만-들을 거의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그 낙점 받은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이 글에서 소개할 Maya입니다. 2002년 게임 디자인 대회에서 'Ruler of the Andes(안데스의 지배자)'라는 이름으로 출품되어 상을 받은 상품을 Abacus의 Big box 시리즈의 하나로 발매되면서 이름은 Maya로 바뀌었죠.


룰북을 읽으면서 그리고 이 게임을 하면서 느낀 점은 지금까지 경험-현지인은 수년에 걸쳤겠지만 전 1~2년 동안 경험했던-해 왔던 독일 명작 게임들의 시스템들이 여기저기 스며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좋게 말하면 각 시스템의 장점만을 골라냈다이고 나쁘게 말하면 독창성 없이 딴 시스템들의 장점만 차용해서 안주했다라고 말할 수 있겠죠.



게임은 총 3라운드에 걸쳐서 진행되며 카드 비딩으로 획득해온 큐브를 피라미드에 층별로 잘 배치하여 점수를 많이 획득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한 라운드는 3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집니다. 카드 페이즈에서는 각 플레이어는 돌아가면서 타일 아래에 카드를 비공개로 비딩합니다. 카드는 숫자가 적혀 있으며 뒷면에 표식을 통해 낮은 숫자(3~5)인지 높은 숫자(6~8)인지 정도의 예측이 가능합니다. 각 타일에는 놓을 수 있는 카드의 양이 정해져 있고 첨으로 내리는 카드는 무조건 낮은 숫자 카드여야 합니다. 카드의 양이 제한된다는 점에서는 Caesar & Cleopatra가 처음 배치하는 사람에게 제약이 간다는 점에서는 Web of Power가 연상되죠. 그리고 뒷면이 구분되긴 하지만 상대방의 비공개 입찰의 압박은 Aladdin's Dragon을 연상시키죠.


이렇게 각 타일에 카드를 배치하다 타일별로 정해진 카드 수를 다 채우거나 모두 패스를 하게 되면 타일별로 카드를 공개하면서 1,2위를 가립니다. 타일에는 숫자 2개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게 바로 1,2위들이 획득하게 되는 큐브 수로 다음 페이즈에 피라미드에 직접 배치할 수 있게 되죠. 또한 1위에게는 특수 액션이 가능한 칩도 주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획득하게 된 큐브는 전부 다음 큐브 배치 페이즈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손에 남아 있는 카드의 숫자 합만큼만 사용할 수 있게 되죠. 즉, 카드는 2가지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핸드 관리가 중요해 진다고 볼 수 있죠. 



실제 점수 획득에 중요한 페이즈인 2번째 페이즈에는 각 플레이어는 번갈아 가면서 피라미드들에 그려진 빈 칸 중 한 곳에 배치합니다. 아래층에 빈 칸이 있으면 위층에는 배치가 불가능하죠. 또한 아래층에 자신의 큐브가 없다면 그 위층에도 큐브를 배치할 수 없게 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이죠. 원한다면 2개를 동시에 놓을 수 있지만 대신 추가로 1개를 버려야 합니다. 한 층이 완성되면 해당 층에서 큐브 갯수가 단독 1위인 플레이어에게는 그 위층이 비어 있다면 보너스 큐브 1개가 주어져 그 즉시 배치를 하구요.


그 다음은 점수 페이즈로 큐브들의 배치가 끝나면 각 층-칸이 다 채워지지 않은 층도 포함-별로 점수가 주어집니다. 이 또한 큐브 수에 따라 1, 2위에게만 점수가 주어지죠. 점수 집계가 끝나고 나면 해당 피라미드에서 점수를 획득한 플레이어는 모든 층에서 큐브를 하나씩 제거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래층에 큐브가 없어지면 위층의 큐브도 모두 없애야 하죠. 


이렇게 점수 계산과 큐브의 재배치가 끝나면 한 라운드가 끝나고 카드와 특수 액션 칩들을 반납하고 다음 라운드를 시작합니다. 게임은 3라운드에 걸쳐 진행한 뒤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플레이어가 승자가 됩니다.


배치에 사용되는 큐브의 획득과 사용이 2원화 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El Grande를 연상시킵니다. 카드의 비딩-여러장이 아닌 한장이지만-이라는 점에서도 비슷하구요. 한 라운드에서 큐브를 대량 배치한 플레이어의 이후 라운드의 유리함을 없애기 위해 큐브를 제거하는 과정은 Caesar & Cleopatra에서 투표에서 이긴 플레이어는 높은 숫자의 카드를 제거하던 것과 유사해 보입니다. 



이렇게 여기 저기에서 검증받은 시스템들을 도입하다 보니 게임 시스템 자체는 매우 탄탄하고 재밌습니다. 실제 플레이에서도 그러한 매력을 느낄 수 있구요. 하지만, 예전에 해 본 것 같다는 느낌에 독창적인 새 게임을 했다는 느낌보다는 종합 선물 세트 또는 보너스, 외전을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더군요. 물론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처음부터 독창적인 시스템을 만든 디자이너가 누가 있겠느냐'라는 반박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게임 디자인 대회에서의 수상작이라고 하기에 뭔가 참신함을 기대했었기에 실망감 또한 컸다고 토로하고 싶네요. 아 게임 자체에 대한 실망감이라기 보다는 독창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디자인 또는 시스템에 대한 실망감이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죠. 게임 자체는 별 무리 없는 승점(영향력) 쟁탈전 게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 게임으로 여러 게임들의 장점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면 아니면 이 게임을 통해 맘에 드는 시스템을 찾아 그 원 뿌리를 찾아갈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선택이 되겠죠. 뭐.. 그렇다는 얘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