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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세상만사

어느 신입사원의 사직서


인터넷 돌면 어느 회산지 대박에 다 나오니, 그냥 회사명도 공개해서 퍼옵니다.



이 글을 읽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나도 많이 물들었네' 였습니다. 뭐랄까, 이 신입사원이 떠나야만 한다는 이유가 나름 이해가 되면서도, '뜬구름 잡는구나', '아직 세상을 모르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자신을 보곤 '와, 나도 정말 머리가 많이 굵었구나' 싶더군요.

비록 같은 Group이래도, 다른 회사이고, 연구소와 상사라는 업의 개념도 다르다 보니,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사소한 차이이고, 그건 정도의 차이로 실제 한 회사에서도 부서마다 좀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입장(그리고 여기 오시는 월급쟁이 분들도 다들 이런 경험 하실 겁니다)이다 보니 뭐, 불만 사항에 대해서는 공감을 안 한다고는 못 하겠네요.

회식도 많고, 술 권하는 것도 여전하고, 이것저것 아래로부터가 아닌 위로부터의 여러 가지 변화가 많다는 건 인정을 합니다. 그리고, 그걸 해서 뭐하나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이 신입사원의 행동은 '젊은이의 치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 건 그의 글에도 쓴 것처럼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이라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는 얘기에 수긍하며 그냥 조직으로 물들어 가는 저 같은 범인들도 누군가가 그 조직을 바꿔주길 바라고 있고, 또 누군가가  나서주면 따라갈 의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직서를 쓴 이 신입사원의 경우에는 '조직이라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대답에 '그건 하다 하다 안 되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해야 되는 말이 아니냐라고 해 놓고는 자신은 '그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더군요. 그 대신 '절이 싫으니 중이 떠나는' 선택을 했구요. 뭐, 물론 개인적인 노력을 했다고는 사료되지만, 그가 말한 '최선을 다한' 노력이었을까는 모르겠습니다. 다분 아니라고 예상하구요.

계속 그렇게 싫다고 떠나기만 한다면 과연 한국에 이 신입사원을 받아줄 만한 회사가 있을런지를 생각해보면, 약간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구요.

이 정도까지 걱정하며 글을 남긴 걸 보면 열정도 있고 회사에 대해서도 애정도 꽤나 있었던 거 같은데, 그 열정과 애정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고 포기한 듯 해서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과, 계속 이렇게 물러나기만 하면 과연 어느 선까지 물러나게 될지...

사람관계에서도 서로에게 바라는 걸 강요만 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는 거죠. 자신이 바뀌는 만큼 남에게도 그만큼 바뀌길 바라는 거죠.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거대 조직이다 보니 개인을 대하는 것보다는 좀 더 보수적일 수도 있지만, 그건 하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나오라는 회식 다 나가고, 하기 싫은 야근 다 하는 것... 보다 어느 정도 융통성을 갖고... 필요할 땐 하고, 하고 싶을 때는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자신만의 Rule을 회사나 같은 조직원에게도 요구하는 게 정작 중요하다고 보는데... 너무 곧이곧대로 행동한 거 같아 아쉽더군요.

심정적으로는 공감이 가지만, 현실적으로는 마냥 박수 쳐 줄 수 없는 제 모습이 오히려 더 안습이네요.

<지엽적인 Comment>
@'법인 카드로 긁어 댄다'니 역시 연구소하고는 다르네요.
@'쉬엄쉬엄 하며 야근이나 한다는 얘기'는 아마 인사팀에서 알면 야근 수당 줄인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걱정이 드는 걸 보면... ㅋㅋㅋ 저도 참 많이 세상에 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