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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세상만사

[펌]IZM 선정 1990년대 이후 우리를 흔든 노랫말 Top 30' 1~15위

지난 번 글에 이은 1위부터 15위까지의 내용입니다. <원글 링크>

뭐, 생일날 '서른 즈음에'를 다시금 생각하게 될 줄이야.... 어제 과음으로 속쓰린데 오늘도.. --;


● 1위 (30표)
서른 즈음에 (작사: 강승원 / 작곡: 강승원 / 가수: 김광석 / 1994년)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 조금씩 잊혀져간다 / 머물러 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설 문 참여자 42명 중 30명이 '서른 즈음에'를 최고의 가사로 꼽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동일한 찬사를 쏟아내게 한 그 힘은 김광석의 목소리에도 있지만, 서른이라는 리얼한 실정의 가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알 수 없는 곳으로 생이 흐르는 것을 목격한다. 특히 젊음의 혈기가 줄어들고 안정적인 생활에 접어드는 서른이면 건너온 과거도, 건너갈 미래도 막막해진다. 누구나 한 번쯤 부딪치는 그 미세한 감정의 동요를 보편화한 노랫말의 위대한 승리!

● 2위 (18표)
말 달리자 (작사: 이상혁 / 작곡: 이상혁 / 가수: 크라잉 너트 / 1996년)
'닥쳐 닥쳐 닥쳐 / 닥치고 내말 들어 / 우리는 달려야해 / 바보 놈이 될 순 없어 / 말달리자'
삶 을 관조하는 포크의 노랫말이 1위에 오른 것은 고개가 끄덕여져도, '지름'에 가까운 '말 달리자'가 그 뒤를 이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서른 즈음에'가 인생의 맛을 알아가는 나이를 위한 노래라면, '말 달리자'는 폭발하는 청춘을 위한 곡이다. “때로는 가장 의미 없는 말이 가장 젊음을 잘 표현하는 말이 되곤 한다.”(웹진 '웨이브' 편집장 김태서). 인디를 대표하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음악평론가 성기완의 해석도 가사에 무게감을 더한다. “인디 세대의 청춘 송가. 한 세대의 마음과 시대적 조건을 압축했다.”

● 공동 3위 (2곡, 17표)
교실이데아 (작사: 서태지 / 작곡: 서태지 /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 / 1994년)
'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 애보다 더 /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댄스가 주류 장르로 등극하면서 음악계의 판도가 바뀐 데는 노랫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이 90년대의 기린아들이 '컴백 홈'으로 가출 청소년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발해를 꿈꾸며'로 통일 문제를 환기시켰던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그 중에서도 '교실이데아'는 획일화된 공교육에 일침을 가하며 평지풍파를 불렀다. 가히 “주류 최고 뮤지션의 비주류적 스트레이트 어법!”(임진모)

왼손잡이 (작사: 이적 / 작곡: 이적 / 가수: 패닉 / 1995년)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 진다고 / 나 같은 아이 한 둘이 어지럽힌다고 /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 난 왼손잡이야'
몇 년 전, 초등학교 교과서에 '왼손잡이' 가사가 실렸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차이가 낳은 편견을 버리게 하기 위함이라는 취지였다. 이렇게 '왼손잡이'는 차별이 횡행하는 “세상과 한판 맞짱 떠보려는 20대의 패기를 제대로 보여준 노래”(음악평론가 고영탁)다. 일차적으로 모든 왼손잡이들의 송가, 이차적으로 사회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소리! 우화적인 '달팽이'와 달리 패닉의 저항적 면모를 드러냈다.

● 공동 5위 (2곡, 16표)
라구요 (작사: 강산에 / 작곡: 강산에 / 가수: 강산에 / 1992년)
'고향 생각나실 때면 소주가 필요하다 하시고 /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 아버지 이렇게 얘기했죠 / 죽기 전에 꼭 한번 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 라구요'
순 위에 오른 모든 가사들이 그렇지만, 유독 강산에의 노랫말은 진하다. 아버지께서 단숨에 들이키시는 탁주, 혹은 어머니께서 몇 번이나 우려낸 사골 국물을 연상케 한다. 그만큼 그의 가사는 촉감이 느껴질 정도로 우리네 삶과 맞닿아 있다. '라구요'는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을 일상으로 축소하여 애상적으로 표현한 노래. 덕분에 '두만강 푸른 물의 노 젓는 뱃사공'을 부르던 어른들의 십팔번은 '라구요'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법의 성 (작사: 김광진 / 작곡: 김광진 / 가수: 더 클래식 / 1994년)
'이제 나의 손을 잡아 보아요 / 우리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죠 /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 우리 앞에 펼쳐질 세상이 너무나 소중해 함께라면'
리 메이크, CF 등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울리는 멜로디에 이 가사가 붙지 않았다면 그만큼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노랫말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지금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고전'으로 남아있다. 대중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노래 중 하나. “이렇게 아름다운 가사가 대중가요가 될 수 있다는 초석을 만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동요가 아니지만 대중가사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그러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곡.”(엠넷미디어 편성팀장 이지영)

● 7위 (13표)
타타타 (작사: 양인자 / 작곡: 김희갑 / 가수: 김국환 / 1992년)
'산다는 건 좋은거지 / 수지맞는 장사잖소 /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 그런 게 덤이잖소'
1992 년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 삽입되어 반향을 일으킨 '타타타'는 당시 상당한 인기를 얻으며 무거운 가사와 달리 남녀노소 모두에게 불렸다. '타타타'에 쓰인 언어 하나하나에는 인생의 바닥에 주저앉아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거대한 긍정이 녹아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을 풀어내면 이 정도가 될까. 생의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양인자 노랫말의 개가. 생활의 발견!

● 공동 8위 (2곡, 12표)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작사: 양희은 / 작곡: 이병우 / 가수: 양희은 / 1991년)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일 /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 이제는 거울 앞에선' 세대의 시각에서 바라 본 상처받은 사랑에 대한 체념을 잘 드러냈다. 이병우의 기타가 곁들여진 곡도 그렇지만 한국 가요의 예술적 가능성을 극대화시킨 명품가사.”(음악잡지 '인터내셔널 피아노' 기자 윤석진) “클래식 소품에 가까운 멜로디와 편곡을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흐르는, 훌륭한 가사.”(SBS 라디오 PD 고민석) “이 가사를 듣고도 '사랑' 그 자체에 대해,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없다면 과감히 혼자 살아라!!! 당신의 심장은 이미 얼어 있으니 말이다.”(음악평론가 성우진)

바람이 분다 (작사: 이소라 / 작곡: 이승환 / 가수: 이소라 / 2004년)
'세상은 어제와 같고 / 시간은 흐르고 있고 /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 내게는 천금 같았던 / 추억이 담겨져 있던 / 머리위로 바람이 분다'
여 성 가수가, 여성의 시각으로, 여성의 마음을 써내려갔다는 점에서 여자들의 절대 지지를 받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참여자 중 남성들이 크게 공감했다. 실연을 당하고 나면 껑충해진 여자의 머리칼에도, 술잔을 기울이는 남자의 손가락 사이에도 바람이 분다. “세상을 울리는 1형식의 단아한 독백”(MBC 라디오 PD 남태정)을 보여준 '바람이 분다'는 이별 후에 느끼는 슬픔을 서늘한 감성으로 표현해낸 톱10 노랫말 가운데 최근작.

● 10위 (11표)
환상속의 그대 (작사: 서태지 / 작곡: 서태지 /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 / 1992년)
'환상속엔 그대가 있다 /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 환상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 지금 자신의 모습을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상 당히 추상적인 노랫말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TV 프로에 나와 춤을 췄어도, 메시지만큼은 주류 지향이 아니었다. '환상속의 그대'는 3위에 뽑힌 '교실이데아'처럼 직접적인 사회 문제를 다루지는 않지만, 그와는 또 다른 부분을 건드린다. 현대 사회의 가식과 소외를 언급하며, 실제를 보지 못하고 환상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데뷔 때부터 그들이 사랑받은 이유는 빠른 리듬과 현란한 비주얼 때문만이 아니었던 셈이다.

● 공동 11위 (5곡, 10표)
애모 (작사: 유영건 / 작곡: 유영건 / 가수: 김수희 / 1990년)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데 /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남자요'
2005 년, 장윤정의 '어머나'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김수희의 '애모' 이후 12년 만에 트로트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애모'는 90년대의 마지막 트로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1993년 트로트가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변화하는 세대 분화 현상의 가운데에 '애모'가 놓여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돌풍을 뒤로하고 사랑에 빠진 이들의 마음을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라고 표현하여 만인의 공감을 샀던 노래. 지금이 사랑에 대한 거침없는 표현의 시대라면, '애모'는 안으로 삼켜야 했던 침묵의 시대를 대표하는 사랑가다.

수필과 자동차 (작사: 정석원 / 작곡: 정석원 / 가수: 공일오비 / 1992년)
'우리가 이젠 없는 건 옛 친구만은 아닐거야 / 더 큰 것을 바라도 많은 꿈마저 잊고 살지 / 우리가 이제 잃은 건 작은 것만은 아닐거야 / 세월이 흘러갈수록 소중한 것을 잊고 살잖아'
“동 시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꿰뚫은 감각적인 가사의 승리”(팝 칼럼니스트 김정훈) '수필'과 '자동차'라는 단어를 제목에 나란히 놓은 것부터 그들의 재치가 엿보인다. '신인류의 사랑'처럼 사랑 노래에도 사회를 입혔던 공일오비의 시대감각이 빛을 발한 곡.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가사를 산뜻한 멜로디 위에 얹어놓은 것도 '수필과 자동차'를 돋보이게 한 전략이다. 그만큼 공일오비는 음악과 가사 모두에서 9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다.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작사: 조동희 / 작곡: 조동익 / 가수: 장필순 / 1997년)
'그늘진 너의 얼굴이 /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없는 걸 알고 있지만 /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땐 / 내 마음 속에 조용히 찾아와줘'
'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는 하룻밤의 사랑으로 외로움을 잊어보자고 말하는 섹시 스타들의 노래보다 더 유혹적이다. 가을바람과 같은 한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관통하면서 따뜻한 체온을 그리워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속삭임에 이끌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장필순의 솔직한 창법과 나긋한 언어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이 곡이 끊임없이 대중들의 입에서 맴도는 이유다.

거위의 꿈 (작사: 이적 / 작곡: 김동률 / 가수: 카니발 / 1997년)
'그래요 난 / 난 꿈이 있어요 / 그 꿈을 믿어요 / 나를 지켜봐요 /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 거위의 꿈'의 가사를 찬찬히 뜯어보면 사람들이 '꿈'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발견해 낼 수 있다. '꿈'은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현실이 무너져 있거나 벽에 부딪친 상태라고 해도, '꿈'은 유일하게 그 자리에서 주저앉지 않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수많은 곡절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노래가 직접적인 용기로 다가오는 것이다. '거위의 꿈'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위로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음악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폭 넓은 감화력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작사: 정지원 / 작곡: 안치환 / 가수: 안치환 / 1998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 사랑'
이 즘 필자 한동윤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 대해 “이 노래를 듣는 순간만은 인류애를 느낀다.”고 말한다. 철학에 가까운 '휴머니즘'이나 사회 운동으로 생각되는 '인권 문제'가 이렇게 시원하게 다가온 적이 있었던가. 운동권이라는 말을 역사로만 기억하는 세대가 범접하기 힘든 '한계령'이나 '아침이슬'보다 더 편안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노래가 바로 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다. 과거가 아닌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 사이의 사랑을 즐겁게 노래한다.

※ 같은 표를 얻은 동순위는 노래 발표 시기를 우선순위로 정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