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은 개인적으로 조선 궁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곳입니다. 유네스코 유산이기도 하고 하다 보니, 매일 제한된 인원만 (그것도 광클을 통해서) 들어가서 관람을 하고 올 수 있는데요... 특히나 가을 단풍 시즌에는 정말.... 들어가기가 하늘에 별따기이죠. 근데, 그 후원 관람도 실제로는 후원 전체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일부 허용된 지역만 들어갈 수 있어서, 못 들어가 보고 쳐다만 보는 영역에 대해서는 늘 아쉬움이 따랐죠.
그러던 중에 후원 관람 시 들어가지 못했던 주합루(宙合樓) 일대, 그러니가 부용지(芙蓉池) 일대에서 연못 너머로 어수문을 지나 올라가 봐야만 하는 그 곳에 있는 건물에서, 진짜로 예전에 정조대왕이 본인과 신하들에게 책을 읽고 학문을 닦도록 했던 그 당시의 규장각과 부속 건물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행사가 있다고 해서... 정말 미친듯이 광클을 해서 겨우 예매에 성공했습니다.
기쁜 마음에 문화재청에서 편찬한 동궐도 책자까지 싸 메들고는 입장 시간보다도 훨씬 전에 도착해서는 창덕궁 관리소에 가서 입장권과 안내 책자를 받았드랬습니다. (근데 이게 엄청난 이득을 가져오는 일이 될 줄이야....)
입장권도 바꾸고, 근처에서 식사도 마치고, 집결지인 창경궁과 창덕궁 사이의 문 근처에 도착해서는.... 담당 학예사님의 안내를 받으면서, 드디어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보통은 창경궁과 나뉘는 궁궐 벽을 따라서 가다가 부용지(芙蓉池)로 가는 길로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그 길이 아닌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부용지를 오른쪽에 끼고는, 부용지에서 올려다만 본 주합루 영역으로 이동했드랬습니다.
주합루 영역에 도착해서는 학예사 가이드 분의 주합루 영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잠깐의 포토시간이 주어져서 (전문적인 카메라 사용은 금지이고 휴대폰 카메라만 허용되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들어가보지 못하는 주합루를 한 바퀴 돌며, 늘 올려다만 봤던 이 자리에서 아래쪽의 부용지, 부용정, 영화당 쪽을 내려다 보며 사진을 찍었드랬습니다.
약간의 포토 타임을 가진 다음에는, 바로 3개의 전각으로 가서 책을 읽은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주합루를 제외하고, 나머지 서향각(書香閣), 희우정(喜雨亭), 천석정(千石亭)의 3개의 전각인데요. 행사 내용을 잘 알지 못했을 때는 그냥 다 같이 하나씩 하나씩 돌아가는 걸로 알았는데, 각 전각별로 칸 수가 다르고 그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인원 수에 제한이 있다 보니, 사전에 나눠준 번호표에 따라서, 처음 들어갈 수 있는 전각이 정해지더군요. 희우정은 2명, 천석정은 3명, 그리고 나머지는 다 서향각이었는데요. 그렇게 배정 받은 첫번째 전각에서 가장 오래 (30분이었나? 1시간이었나?) 있고, 그 뒤에 나머지 2개의 전각을 자리 비는대로 들어가서 이용하는 거였는데요..... 일찍 가서 번호표를 받는 덕에.. 그리고 인원수가 맞았던 덕에 저와 마나느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그리고 학예사님이 가장 인기 있는 곳이라, 특히 이 전각에 가시는 분은 꼭 시간 지켜서 나와주셔야 다음 분이 들어간다고 한 희우정(喜雨亭)에 배정받아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희우정부터 각 전각의 사진은 별도의 글에서 또 만나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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