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에는 처음 시도되는 행사로 알고 있는데, 내용은 뭐 이전에 다른 형식으로도 진행되었을 수도 있지만요. 어쨌든 장안문의 옹성 안에서 처음 시작해서 화서문의 옹성 안에서 끝나는, 성곽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중간 중간에 있는 화성 성곽 내 건물들 앞에서 재현극 및 상황 설명을 해주는 행사인 "기억의조각" 참여 후기입니다.
비가 올듯 말듯한 날씨에, 나중에 보니 Raw 형식이 아닌 JPG형식으로 찍어서 사진도 다 날려 먹은 체험이지만, 일단 모임 장소에서 사전예약한 사람들이 장안문 안내소에 다 모이고 나서는 시간이 되자 장안문 옹성 안으로 이동했습니다.
전기수(무성영화의 변사처럼, 예전에는 글을 못 읽는 이들을 위해 책을 대신 읽어주던 이)와 고수, 그리고 트리오 악단이 준비하는 곳에, 정조대왕과 채제공, 정약용으로 분한 이들이 나와서 화성 축성에 활용된 이런저런 기술들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누는 재현극을 하고는, 전기수가 나와서 추가로 이런저런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며 이 장소에서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이 재현극이 끝나고는 장안문 옆 돌계단을 타고 올라서는 북서적대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서는 정조대왕이 등장해서는, 행사에 참여한 이들을 전부 축성에 참여한 백성들로 분하게 하여서는 삯으로 이쁜 주머니를 하나씩 나눠 줬습니다. 내용물은 엽전 하나가 묶여 있는 팔찌였죠. 이걸 받고는 다들 만세를 부르며 정조대왕을 칭송했다는..... ㅎㅎㅎ
그러고는 다시 이동해서는 북포루 앞에 서서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상부에서 내려진 수원화성을 폭파해서는 진격을 늦추라는 명령을 받고 이를 수행하는 걸 끝끝내 거부했던 당시 국군 장교의 이야기를 재현극으로 보여줬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북서포루로 이동해서는 6.25 전쟁이 끝나고 나서 북한군 등등에 의해 파괴되어 버린 수원화성의 참상을 당시 이를 소재로 만들어진 노래를 전기수 분이 불러주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습니다. 노래 가사에 "서문은 서 있고 남문은 남았는데, 동문은 도망가고 북문은 부서졌네"라는 후렴구 부분이 기억나네요.
그러고는 다시 성곽길을 따라서는 서북공심돈 앞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받기 위해 노력한 당시 수원시와 시민들의 이야기, 지정된 주요 이유 중 하나인 의궤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기수 분이 설명하시고는 다시 마지막 장소인 화서문 옹성 안으로 이동해서는... 이 모든 이야기를 다 끝내고는, 현재의 우리들이 화성을 아끼고 사랑하고 즐기고 있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정조대왕의 마지막 인사와 전기수 분의 창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수원에 산 지 오래 되고, 또 화성행궁 근처에 살면서 자주 오가며, 어릴 적 역사학자의 꿈을 여기에서나마 풀어보겠다고 이래저래 화성 관련 얘기를 많이 알고 있었다 보니 내용이 개인적으로는 새롭다거나 하진 않지만, 이런 재현극을 화성 성곽을 이동하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준다는 기획이나 실제 연기하고 연주하시는 분들의 퍼포먼스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옹성 내부나 북서적대와는 달리 좁다란 화성성곽 길 앞에서 진행하게 되는 다른 장소에서는 지나가는 참가자가 아닌 분들과의 통행에 있어서의 불편함이나, 참가자가 아닌 분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행사를 함께 보고 있는 것에 대한 컨트럴이 조금 부족했던 부분은 좀 아쉽더군요.
아쉬운 부분은 다음 회차나 다음 축제 때 개선되어 반영되길 바라며, 이전 수원에서의 다른 행사에서 뵌 적이 있던 이 날 '기억의 조각' 공연자 분들 중에 몇 분과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이 날의 일정을 마무리 했네요.
그럼 다음 글에서 또 축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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