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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round/대~한민국

[왕릉천행]영원을 담은, 왕의 숲길 #2 - 동구릉

경복궁을 출발해서는 구리에 있는 동구릉을 향했습니다. 동구릉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에서 이미 사전에 단체 예약이 된 식당에서 일단 점심 식사를 다 같이 하구요 (행사 순서에 포함되어서 별도의 추가 비용은 들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동구릉에 도착해서는, 버스에서 내려서 가이드(이번에도 지난 번 영월에서 뵜던 역사컬럼니스트 박광일 씨였습니다) 분을 따라 동구릉 안으로 입장했습니다. 

일단 조선왕릉은 도성 밖 10리에서 100리 사이에 위치해야 한다는 기본 규정이 있었기에 그런 거리 내에서 명당을 찾다 보니, 동구르이나 서오릉처럼 왕릉들이 모여 있게 된 게 아닌가 싶네요. 어쨌든 이 동구릉에 가장 먼저 자리하신 분은 가장 먼저 등극했고, 그래서 출생연도나 살았던 시기로나 가장 빨랐던 태조인데요. 위 동구릉 지도에서 보면 매표소 근처 주차장에서부터 걸어 들어가면서 대략적인 조선왕릉의 개수나 유네스코 유산이 되었던 내용이나 간단한 사전지식을 들으며 이동하다 보니 가장 먼저 만난 것이 수릉(綏陵)이었습니다. 여기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인공으로 나온 효명세자(박보검 배우)의 묘로, 원래는 임금으로 등극하기 전에 돌아가셨기에 능이 아니었으나, 아들인 헌종이 왕이 되면서 아버지 효명세자를 익종으로 추존하면서 능이 된 케이스고, 나중에 고종이 황제가 되면서 문조라고 다시 한 번 추존되게 됩니다. 이 앞에서 이런 추존왕의 왕릉이 있다는 안내와 함께, 홍살문부터 신도/어도의 길을 따라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까지의 구조물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듣고는 다시 이동을 했습니다.
수릉을 지나서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가보고 싶었던 현릉(顯陵), 즉 5대 문종과 그의 부인인 현덕왕후의 능을 그냥 지나쳐서는 가장 먼저 생겼던, 그리고 오늘의 가장 핵심 목적지인 태조의 능인 건원릉(健元陵)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도 대략적인 건원릉이 세워졌을 때의 내용과 정자각 등을 잠깐 보고는... 대부분의 기간에는 이 정자각까지만 접근해서는 정작 왕릉은 그보다 약간 높은 언덕 위에 있는 실제 능은 멀리서 쳐다만 봐서 능 구조나 그 옆의 각양각색의 석상 등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데, 이 행사에서는 건원릉에 한해서 능역까지 올라가서 볼 수 있게 해줘서, 아래 사진의 왼쪽으로 난, 원래는 입장할 수 없는 길을 따라 건원릉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건원릉 정자각
보통은 이렇게 능역을 언덕 위에 있는 것만으로 쳐다보기만 해야 했지만, 왼쪽 능역 직원이 있는 곳 옆으로난 능역 접근로로 올라가 능역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언덕길을 한 5~10분 정도 올라가니, 억새풀이 가득한 능 1기가 있었는데 이게 바로 건원릉이었습니다. 아들 태종 이방원 때문에 원했던 신덕왕후와 함께 묻히지 못하고 이렇게 따로 단릉으로 묻히게 되고, 근데 또 아버지를 위해서라며 함흥에서 억새풀을 가져다가 묘에 심어 준 바람에, 다른 능과는 달리 억새풀이 자라 있는 능이 되어 버렸지요. 

능 둘레에는 12지시산이 그려져 있고 그 옆으로는 석호(돌호랑이) 4마리와 석양(돌양) 4마리가 번갈아 가며 능 주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밖으로는 능역을 구분짓는 곡장이라 불리는 담장이 있습니다. 

석호(좌)와 석양(우)

능 앞에는 돌아가신 능의 주인을 모시는 문인과 무인 석상 그리고 이들을 수행하는 석마(돌로 만든 말)이 봉행을 하고 있는 형태로 세워져 있더군요. 

가장 위부터 양쪽에 도열한 문인상, 무인상 그리고 석마들

이렇게 능역에 올라와서 보니 글로만 보던 석마니 무인상, 문인상, 장명등, 망주석, 혼유석, 석호, 곡장 이런 것들을 직접 보면서 외우게 되니까 훨씬 빨리 이해하고 또 다음에 기억하기 쉬워지더군요. 그리고, 이 능에서 정자각 쪽으로 내려다 보니, 왜 이 곳이 명당인지...까지는 모르겠고, 경치가 훨씬 멋있고 좋다는 걸 알겠더군요. 짧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건원릉 바로 옆까지 와서 보고는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정자각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건원릉에서 다시 나오다가는 (위 지도 기준으로)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휘릉(徽陵, 16대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능)은 그냥 지나치고 그 다음에 도착한 곳은 원릉(元陵)으로 21대 영조와 그의 계비 정순왕후의 능입니다. 두 사람의 무덤이 각각 같은 언덕에 존재하는 쌍릉 형태인데요. 여기서는 정자각 옆에 있는 표석을 보며 안내를 받았습니다. 원래 처음 능이 생길 때 만든 것(영종)과 이후 고종이 황제가 되면서 황제로 추존된 영조의 것 2개 그리고 정순왕후의 1개까지 해서 3개의 묘비석을 보며 이야기했는데요... 원래는 여기가 17대 효종의 능이었으나, 이후 묘자리가 잘못되었다고 해서 아들이었던 18대 현종이 아버지 숙종의 능을 지금의 세종대왕릉 근처로 옮기고, 즉 파묘가 된 곳이었는데... 실제로 능을 옮길 때 확인 해보니 물이 샌다거나 하는 묘자리가 잘못 된 게 아니어서 원래는 첫 부인인 정성왕후가 묻힌 서오릉의 홍릉에 영조가 묻힐 예정이었으나, 손자인 정조가 이 곳에 모시고는 계비인 정순왕후에 함께 지내게 했죠. 뭐, 아니라고는 하지만, 나름 정조가 아비를 죽인 할아비에 대한 조그만 복수였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네요. (저는 속이 좁쌀이랍니다...)

원릉 전경

원릉에서 표석에 대한 걸 설명을 듣고 나서는 다시 지도 상으로 왼쪽으로 계속 이동해서는 가장 안쪽에 위치한 숭릉(崇陵)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보니 정방형의 인공호수에 원형 섬을만들어 둔 게 보이더군요. 그리고 거기서 더 올라가면 원래는 고종의 비인 효자왕비(aka 명성황후 민씨)의 묘를 만들려고 터를 잡고 또 석조물을 만들어 두려 했습니다만, 결국엔 이리 오지 못하고, 그래서 그 때 만들다 버려진 석조물들이 남아 있어서 가는 길에 잠깐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들린 숭릉(崇陵)은 18대 현종과 그의 비인 명성왕후의 능이 있는 쌍릉의 구조입인데요, 정자각이 다른 궁들과 달리 지붕이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는 걸 설명을 들었구요. 여기서 사진 찍고 하는 약간의 자유시간을 가지면서 일단 왕릉을 돌아보는 일정은 마무리했습니다.

숭릉의 정자각은 다른 왕릉과는지붕이 다른 모양입니다.

이렇게 동구릉 중에서 4개 정도의 능을 보고는 산책로를 따라서는 거의 바깥까지 나와서는 행사의 일환으로 국악밴드의 공연을 약 2~30분 여부 관람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경복궁으로 돌아가는 차편을 타고는 22년 하반기의 "왕릉천행"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내년에도 이 행사가 또 진행이 되어서, 다른 왕릉들도 다녀보고 싶고, 이와는 별도로 개인적으로도 모든 왕릉들을 다 들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좋은 취지의 행사라는 생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