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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round/대~한민국

[서라벌여행 12]요석궁 1779

경주항교 근처에 있는, 여행 전에 미리 예약을 해 두었던 '요석궁 1799'라는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왠만한 국민들은 다 아는 그 '경주 최부자'라 하는 그 최부자댁의 자손 되시는 분들이, 최부자댁을 개조해서 만든 한정식 파인 다이닝 식당으로, 상다리 뿌러지는 백첩반상 같은 게 나오는 게 아니라 최부자댁에서 내려오는 장이나 요리들을 계절에 맞게 계절 재료로 해서 6~7개의 플레이트로 된 코스 요리를 대접하는 곳이더군요.

가게 정문에서 예약 여부를 확인하고는 입장하는데, 정원에 나무나 연못이 잘 가꾸어져 있더군요.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니 아래처럼 최소 10여 칸이 넘는 안채로 들어가게 되더군요. 2칸 정도의 크기로 된 독립된 방으로 안내 받아서, 팀별로 프라이빗하게 별도로 서빙을 받게 되더군요. 

안채
식사하는 방에서 안채 뒤쪽으로 난 문으로 화장실로 가려고 보니 또 작은 정원이...

방으로 안내 받아서, 준비된 상에 앉아 보니 한겨울이어서 방바닥은 아주 따뜻하게 데워져 있는데, 저 같은 살집 있어서 땀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서인지 에어컨을 틀어둬서 아주 덥다는 생각은 안 들고 오히려 서늘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예약할 때 지정했던 코스로 음식들이 순서대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나올 때 들어보고 또 이후에 검색해 보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코스 요리의 구성이 계속 바뀐다고 하더군요. 이 날의 경험이 좋았어서 언제 다른 계절에 또 들리고 싶었습니다. 유기 수저와 이쁜 술잔과 물잔이 이미 세팅이 되어 있었고, 한 두가지 확인을 하고 나더니 좀 있다가 첫번째 음식이 들어왔습니다.

첫음식은 황태보푸라기와 맛이슬이었는데, 3가지 각기 다른 첨가물이 들어간 황태보푸라기를 먹었는데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맛이슬은 이 최부자댁에서 별도로 제조/판매하는 대몽제라는 술에 한라봉씨앗을 섞어서 0.7도로 도수를 맞춘, 이른바 환영주였습니다.  

두번째는 아침상 이전에 정말 이른 아침에 먹는 수라상이란 뜻의 초조반상으로 구성된 맞이음식이었습니다. 오른쪽부터 우유감자죽, 그리고 최부자댁에서 전승되는 멸장이라고 하는 장으로 양념을 한 밥에 명란을 올린 아란치니, 그리고 최부자댁네 묵은지에 토마토 소스를 올린 김부각으로 구성되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멸장으로 된 아란치니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세번째로 나온 음식은 계절음식-시절식 6종이었는데요. 아래 사진에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면을 가늘게 한 튀김과 고정용 고구마 위에 올려 놓은 수정과 베이스 소스를 가미한 갈비, 오징어 먹물을 먹인 잡채와 전복/문어, 육회, 성게알, 연어알, 캐비어를 올린 감태김밥, 토란떡을 올린 계란찜, 누룽지 능이 백숙만두, 소금이 받침으로 쓰인 연어알과 유자큐빅슬라이스를 토핑한 홍가리비, 이렇게 6개 였습니다. 정말 하나하나가 예쁘고 정성스레 만들어진데다가 맛도 있어서 하나하나 먹는게 너무 아쉽더군요.

그다음은 계절음식으로 과메기무침과 삼합(김치, 도라지, 수육)이 나와서 김에 싸 먹는 맛이 별미였습니다.

슬슬 배가 차오른다 싶어지는데, 이제 식사가 나오던군요. 근데 솔직히 이게 제일 맛있습니다. 솥으로 한 건홍합밥과 표고버섯국, 한우 간장육병, 최부자댁 내림장인 멸장, 직장(부추장), 육장 3종과 사인지라고 하는 새발나물/김치/보리굴비/새우호박전으로 구성된 정찬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내림장 3종이 너무 맛있어서 그 장을 찍어 먹고 밥만 먹어도 너무 맛있더군요. 

이렇게 먹는 동안에 반주 한 잔 안 하면 아니다 싶어서 코스 시작할 때 대몽제 한 병을 시켜서 음식을 먹으면서 홀짝홀짝 마셨는데, 음식도 맛있고 술도 맛있다 보니 디저트가 나올 때 즈음에는 거의 다 비웠더라구요. 

처음 서빙될 때 담겨온 얼음 바구니(?)와 대몽제, 그리고 실제 병 모습

마지막은 디저트로 계절음식들을 접목한 후식과 계절차였는데, 생강으로 만든 판나코타, 경주우유로 만든 아이스클미 위에 올린 소금팥, 개성주악과 금가루 올린 보니밤 그리고 녹차로 구성되었습니다.

후식까지 맛나게 먹고 나니 약 1시간 40분 정도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고, 거의 터질 듯한 배를 달래가면서 숙소까지 다시 월성과 첨성대, 황리단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서 경주여행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럼 또 다른 여행기로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