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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세상만사

황교수 이야기

요즘 모든 나라가 이 이야기다. 네티즌(언론에서는 그렇게 표현한다)들은 촛불 들고 그에 대해 해가 가는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해당 방송사 앞에 가서 시위 중이란다...

황우석 교수를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한다. 단지,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이 연구결과가 각광을 넘어서 숭배가 되기 전 이미지까지)로 그의 인격을 추정하는 위험한 수준일 뿐...

그의 인격이 어찌되었든 차치하고 그의 연구 업적으로 평가 받아야 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가 이 연구 결과로 세계적 석학이 된다는 점에서는 같은 나라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일 것이다. 또한, 그 연구 결과로 인해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반갑고 자랑스러운 일이 분개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반갑고 자랑스럽고 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일까?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자랑스러워져야만 하고 그가 고통받는다고 해서 그를 괴롭힌 사람들은 다 나쁜 놈이라고 몰고 가는 건 왠지 나치, 일제국주의랑 도대체가 뭐가 다르지... 6.25때 우리나라를 도와줬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은 착한 국가이고 왜 미국이 우리를 도와줬는지 그 뒤에 그들이 뭘했는지는 보지 않고 미국을 욕하는 이는 다 배은망덕한 놈으로 몰고 가는 일부 사람들하고 뭐가 다른가.
또, 이 연구 결과가 과연 난자 채취에 대해 자발적으로 나서겠다는 사람, 불치병 치료 방법이 없어서 황교수만 바라 보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과연 올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 연구 결과의 모든 특허권은 서울대에 있을 것이고, 그 연구 결과에 든 돈을 생각했을 때, 만약 생긴다 하더래도 그 치료 비용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언감생심일 것이라는 건 뻔한 일인데...

이공계를 전공한 이로서, 그러한 세계 최초, 특히나 생물 쪽에서 세계 최초의 연구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연구 시설도 열악하고, 바라 보는 일반인의 시선, 그리고 처우가 얼마나 같은 기간 공부에 매진한 다른 직종에 비해 열악한지... 그리고 그런 시선과 처우를 방치/동조하는 정부의 과학 정책 역시 열받는 건 마찬가지. 정부의 눈먼돈은 결국 이 이공계에서도 가진 자, 기득권에게만 투자 될 뿐, 진정으로 세계 최초인 것들은 비켜 가는 건 왠만한 이공계 대학원 생활을 해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왜, 이 연구 결과가 세계적 이목을 받자, 정부가 엄청난 돈을 지원할 것이라고 얘기해놓고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자 아직까지 여론의 추이에 맞춰 발언 수위 조절하며 뒷전으로 물러난 걸 보면 이태까지 이나라 정부가 이공계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전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난자 채취-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지(궁금하면 여기로)는 최근에야 알았지만, 아무튼 이 '채취'란 단어를 쓴다는 말부터가 끔찍하다. 자발적인 기증을 하겠다고 하고 또 연구원 역시 자발적 기증을 했다고 해지만, 개인적으로는 절대 믿지 않는다. 그가 이 연구로 갓 주목받기 시작할 때, 모 방송국 토론 프로에 나와서 학생들과 연구원의 처우에 대해서 한 얘기를 기억해 보면 말이다. 또, 이공계 대학원을 다녀 본 사람으로서 교수와 대학원 학생과의 관계를 나름대로 안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윤리적으로 판단하라면 잘 모르겠다. 이게 난자 채취, 아니 난자 기증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 하지만, 이 일을 바라보는 일반인, 사회의 시선이 너무나 짜증난다. 만약 자기 부모 형제가 이공계를 다니다가 법조계, 의학계로 옮긴다면 쌍수들고 환영하는 것이 바로 이 나라 이 사회가 아니던가. 근데, 단지 자기네들이 자부심을 채워줬다는 이유, 그리고 '국익'이라는 미명 하에, 그 무시하던 이공계의 한 인물을 이렇게까지 숭배/추앙하게 되는 것인지...

한마디로 웃기는 나라/웃기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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