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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game/Review

[보물찾기 0136]StreetSoccer(2002)

디자이너: Corne Van Moorsel
제작사: Cwali
인원수: 2인
소요시간: 25분


보드 게임으로 스포츠 경기를 표현한다? 사람이 하는 놀이 중에 가장 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와 가장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보드 게임. 좀 뭔가 안 어울리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 야구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보드 게임하고 성격이 비슷한 컴퓨터 게임(앉아서 한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야구 게임이 직접 선수가 되어서 하는 류의 게임 보다는 구단주가 되어서 시뮬레이션하는 쪽이 더 재밌고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표현되는 매체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이러한 한계(?)를 항상 고려해서였는지 스포츠 테마 보드 게임은 피하게 되더군요. 뭐 많지도 않지만... 어렸을 적에 하던 보드 게임(이라고 해야 되나) 중에 축구 게임이 있었는데 보드 판에 사람은 그려져 있고 볼펜 끝으로 책받침 재질을 잘라 만든 공을 톡톡 찍어서 하던 형식의 게임이 있었죠. 참 재밌게 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축구 게임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오랜 기간 보드 게임을 하진 않았지만요.

여기 소개할 게임은 오랜만에 해보는 축구 게임입니다. 2002년 Essen에서 선보인 네델란드-히딩크의 나라-산 게임입니다. 일단 잔디 구장을 깔끔하게 표현한 보드와 플레이어가 될 말들이 맘에 듭니다. 또 스티커로 선수 구별하게 해준 것도 재밌구요. 원한다면 스티커 만들어서 좋아하는 선수 이름들로 도배해도 될 듯 싶군요. ^^:

게임은 전적으로 주사위 게임입니다. 주사위 게임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피하시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선은 역시나 주사위를 굴립니다. 주사위 숫자가 높은 사람이 먼저 사람을 배치하죠. 선이 하나 하면 반대 편은 2개 그리고 선이 2개.. 이런 식으로 반복해서 전부 놓게 하는 거죠. 즉, 서로 번갈아 더 많은 사람이 배치된 상황을 만들어서 먼저 배치하는 불이익과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이익을 나누게 했죠. '에이 그럼 선은 왜 정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선이 좋은 점은 아까 굴린 주사위 숫자의 차이만큼을 먼저 공을 차 놓고 시작한다는 겁니다. 즉, 자신의 지역이 아닌 상대방의 지역에서 공이 먼저 들어가 놀게 만드는 거죠... 이게 꽤 중요합니다. 왜냐면 주사위 게임이라 상대방이 제대로 클리어링을 못하면 바로 상대방 진영을 휘젓고 골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죠..^^:

게임은 서로 한 턴 씩 주고 받는 걸 1분으로 간주하고 25분간 합니다. 당연히 골 많이 넣은 사람이 이기고 동점이면 10분간의 연장전 동안 골든 골 제도, 그래도 동점이면 동점을 만든 사람이 이깁니다. 아쉽게도 승부차기는 없더군요... ^^: 0:0이면 아무도 못 이긴 거구요. 25턴이면 꽤 긴 시간 갔지만 턴의 구성상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고 또 왠만해선 야구 점수-케네디 스코어 8:7-까진 나지 않습니다. 10:0 정도로 졌다면 팀 포메이션의 문제라고 봐야겠죠. :p


턴의 구성방식은 주사위를 굴린 후 해당 숫자만큼의 칸을 자신의 플레이어를 전진시키고 공을 차서 공을 원하는 자리로 보냅니다. 한 명의 플레이어만 이동이 가능하고 방향전환은 얼마든지 됩니다만 대각선 이동은 금지입니다. 플레이어가 공에 있는 칸에 들어가면 공을 차게 됩니다. 공을 소유하는 순간 즉, 공이 있는 지역에 들어가거나 아님 패스에 성공하면 그 때마다 이동 칸 수 하나를 벌게 됩니다. 따라서, 실내 축구나 길거리 축구의 뻥 축구가 아닌 세밀한(?) 패스가 요구되는 경기라는 거죠. 드리블 자체가 규칙상 금지-라고 쓰였다기 보단 규칙대로 하면 아예 못하는 거니-된 상황이라 개인기는 필요 없고 몸싸움도 필요 없고 패스만이 강조가 되어서 좀 아쉽긴 합니다. 아무튼, 황선홍 같은 빈 공간 잘 만드는 선수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만 글쎄요 상대방이 홍명보라면...^^: 오프 사이드가 없다는 게 아쉽지만 동네 축군데 어쩌겠습니까. 공은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고 방향 전환은 한번 45도-직선에서 대각선 또는 그 반대-만 허용됩니다. 공이 골대 앞 칸에 도착하고 이동 칸수가 남아 있으면 골이 들어간 것으로 간주하게 되죠...' 고~~~올이에요'

골이 들어가면 양 쪽 골키퍼만 자신의 위치를 제자리-골대 앞 2자리 중 하나-로 돌려 보낸 뒤 그 자리에서 공을 뻥 차면서 시작합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게임을 반복하죠.

게임 규칙서는 간단하게 잘 기술이 되어 있지만 몇가지 헛점이 있습니다. Advanced(?) 규칙에는 공 밖으로 차 내는 것 금지라고 했는데 일반 규칙에서 공 밖으로 차냈을 때 어떻게 하는지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뭐 Advanced로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제작사의 세심함이 조금 미흡한 게 아닌가 싶어서 아쉽네요. 개인적으로는 그냥 드로우 인을 하기 위해 상대방이 말을 그 자리로 이동 시키는 수 밖에 없을 듯 싶네요.



자세하게 거의 매뉴얼 수준으로 쓰다 보니 무지하게 길어졌네요. 일단 처음부터 말씀드렸지만 정적인 보드 게임에서 동적인 스포츠를 구현하다 보니 역동적인 모습 전부 다를 표현하는 건 어렵다고 봐야 할 듯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적인 전략 부분만 뽑아 게임을 만드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StreetSoccer에서는 그나마 전략적이면서 동적인 모습도 구현할 수 있는 패스에 치중해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실제 플레이어의 이동은 공 소유권을 따러 갈 때만이 가능하고 드리블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패스만이 오직 공격의 핵심 루트가 되고, 센터 서클 내에서의 헤딩 슛은 어림없고 오직 유상철의 대포알 슛만이 있을 뿐입니다. 축구의 모든 것을 바라시는 분이라면 보드 게임에선 기대 안하시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선수 이동과 공간-상대방 선수 사이로의- 패스의 개념은 굉장히 잘 묘사해서 적어도 패스 게임 축구를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하신다면 축구 매니아 분들에게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보여집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축구 지식이 필요하지도 않고... 저 같은 어줍잖은 국대 경기 전용 축구팬(^^) 정도도 그냥 합니다... 제 여친도 하구요-저한테 맨날 이깁니다.-

또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은 이 게임의 양날의 검, 바로 '주사위'입니다. 주사위를 쓰기 때문에 Dice의 신의 선택을 받은 자가 훨씬 유리합니다. 해보시면 알지만 상대방이 6이 나왔을 때 정말 가슴이 찢어집니다. 결국, 이를 상쇄시키는 방법은 선수 배치 밖에 없습니다. 낮은 숫자의 주사위 때 무리하게 공 차지하려 하지 말고 자리를 지키는.. 왠지 실제 축구랑 비슷한 느낌 아닙니까... 한 턴 한 턴 주사위에 의해 웃고 떠들게 되지만 결국 주사위 게임이라 주사위 운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노마크 찬스에서 홈런 볼도 날리고 하는 것도 어차피 운이고 확률이니....^^: 그냥 간단하게 커피 한 잔 내기용 2인용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그리 주사위 눈에 기분이 좌지우지되지 않고 좋을 듯 싶습니다. 룰도 간단하고 할 일도 별로 없고... 재밌고..^^: 축구 하고 싶은 날 점심 때 쯤 한 번 패스 게임 연습이라도 할 겸 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