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게시판 형태의 홈페이지를 쓰거나 블로그에 목숨 걸고(^^) 살 때에는 매년 게시판/블로그 글들을 정리하며 한 해를 정리하곤 했는데, 사실 요 몇 년 간은 SNS에서 순간 순간 글을 남기다 보니, 그 많은(T.T) 글들을 다 확인하기도 힘들고, 흐름을 찾기도 좀 힘들고 해서 몇년을 하질 않았었다.
근데, 갑자기 14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이 한 해 정리 글이 생각나서 요즘은 SNS라곤 페북으로 통일되다 보니 이걸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 무식한(?) 짓을 다시금 해보기로.....
1. Sir Paul
3월초 전해진 Sir Paul의 내한공연 소식. 공연을 기획한 현대카드를 무한 숭배하여 당시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던 상황에 예매를 위해 현대카드까지 만들고 당일 예매전쟁은 물론 전날 Fan Club을 위한 별도 예매까지 해가면서 결국 VIP Access를 구매, 백만원 단위의 예매까지 했으나.....(이 예매는 BC로 해서 결국 현대카드 만든게 헛짓이 되었다는...) 핵에너지로 오염된 일본에서 날아든 비보. '건강 이슈로 아시아 투어 캔슬'......... 비틀즈 팬클럽 멤버들이랑 잠실경기장에서 사진도 찍는 퍼포먼스까지 하면서 그렇게 기원했건만... 거기에 현대카드 측의 공연 취소에 대한 손배 청구 소문까지 돌면서 향후 공연에 대한 희망도 안드로메다로 가는.....
올 한해 공연은 이거 하나만 보겠다며 영화며, 뮤지컬이며 다 정리했는데 결국 이게 무산되고 만...
(근데 올해 CGV 관람은 내년 RVIP를 노릴 수준이고 뮤지컬도 그래도 3편은 봤네. 쩝)
2.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2014년은 누가 뭐래도 세월호 참사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일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단지도 뿌려 보고 서명받기 위해 매주 서울역에서 고래고래 소리도 쳐보고, 토요일마다 집회도 나가고.... 휴가도 광화문으로 가고 태어나서 단식까지 해보는.... (덕분에 내 몸이 정상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되고) 그렇게 가을이 물들던 시절까지 그렇게 관심을 가지며 바라보았지만, 세상은 그렇지만은 않더라는 사실에 너무 분노했었다. 해가 넘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 특별법은 누더기가 되고, 세월호에 대한 악담을 내뱉는 인면수가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이 되고 있는 걸 보면...... 아직도 이 참사는 현재진행형이지만 누군가들에 의해 망각의 바다로 다시금 가라앉게 하려 하고 있는 것 같다.
12년 대선의 말도 안 되는 결과에 좌절해서 1년 반 정도 거의 정치사회문제에 애써 외면하게 했던 나를 반성하게 하고 이제부터는 절대 가만히 잊지 않겠다는 맘 가짐을 갖게 하여 직접 참여도 하고 Podcast를 찾아 듣고 하며 세월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정치 사회 문제에도 내 목소리를 내게 해준 참사야 말로 나이 40에 날 다시 태어나게 만든 계기가 아닌가 싶다.
요즘 들어 조금 나태해진게 아닌가 싶은데, 지난 주말 분향소를 찾아뵙고 죄송한 마음을 채찍질하여 내년에도 절대 가만히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3. 후안무치
세월호 참사이후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세상은 정말 후안무치한 인면수들이 판치는 세상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정치권의 망발과 거짓된 행동들,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과 그 법정공방, 국정원/국방부 사이버수사대 댓글 사건과 그 판결, 남양유업 등의 갑질,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 분의 분신 자살 및 그 이후 일들, 땅콩회항 사건,서북청년단이니 일베니 하는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그리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대통령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아래 일부들.
예전에는 '나랑 같이 하지 않아도 사정상 그랬겠지, 맘은 나랑 똑같을 거야'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데,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저것들은 원래부터 그런가보다.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안돼'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른 이에 대한 믿음을 도저히 가질 수가 없게 되었다.
언론의 자유를 당사자가 아닌 권력이 명예훼손이라는 다분히 주관적인 잣대로 위협하고, 자본권력에 대해서 약자가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권리 중 하나인 파업을 또다시 자본의 논리인 손해배상으로 위협하고 또 이를 받아들여주는, 이제는 강자의 편이 되어버린 법 집행(사법부 및 행정부)를 볼 때, 과연 이들에게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용이라는 게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정말로 뻔뻔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 뿐이다.
친한 후배녀석이 '형, 이런말을 하면 위험한 거 아녜요, 조심하세요.'라고 할 정도가 되었으니 뭐... 정말 이 사회엔 희망이 있는 걸까?
4. 개인적인 일입니다만....... 내년엔 결혼하겠습니다. (이 뜬금없는 결론)
이런 세상에서 혼자도 건사하기 힘든데 한 사람을 더 책임지겠다는 게 무모해 보이지만.... 그나마 2014년에 마무리는 이렇게라도 조그맣게 희망적인 걸로 마무리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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