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드디어 끝났다.
참 이슈가 많았지만, 결국 보면 다 구태 정치의 끝판이었다. 내 국회의원 자리 지키겠다고 일어난 새정치민주연합 호남기반 의원들의 연쇄 탈당 및 이합집산, 문재인의 혁신/영입의 끝판왕으로 보였던 김종인의 비대위의 정무적 판단에 의한 공천 삽질 거기에 진박을 꽂겠다고 막가파식 공천내홍을 보인 새누리. 결국 국민은 그 누구의 관심대상도 아니었고, 결국 국민들이 알아서 이 판세를 정리해버렸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더민주가 1석 차이로 총 123석의 원내1당, 새누리가 122석으로 2당으로 물러섰고, 한 때 원내교섭단체도 어려워 보였던 국민의당이 총 38석으로 원내3당을, 정의당은 6석으로 교섭단체 실패, 그리고 기타 무소속들이 11석을 차지했다.
1. 정치불신과 종편이 만들어낸 3당 구조.
필자가 국민의당을 야권, 아니 대안정당으로 보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결과만 보면 유권자들은 국민의당을 제3당으로 일단 인정을 했다.
출구조사결과, 지역구의원투표와 정당투표를 같은 정당으로 했다는 유권자가 국민의당 지지자가 80.3%, 새누리당 76.4% 더민주 56.7%, 정의당 40.6%였다. 즉, 새누리당 지지자의 거의 1/4에 해당하는 유권자가 결국 새누리 공천 파동을 보고는 차마 더민주 등으로 가지 못하고 국민의당에 머무른 것이다. 아래 대구의 19대/20대 정당투표율 변화 추이를 보면 확연하다. 더민주는 그대로고 오히려 통진당/정의당은 1%로 줄어 큰 차이가 없지만, 새누리당에서 빠진 13%가 결국 전부 국민의당으로 간 것이다.
대구 |
새누리 |
더민주(민주) |
국민 |
정의/통진 |
기타 |
20대 |
53.1 |
16.3 |
17.4 |
6.1 |
8.0 |
19대 |
66.5 |
16.4 |
- |
7.0 |
11.1 |
야권의 경우에는 더욱더 뼈아프다. 정의당 팟캐스트며, 조국 등 범야권 인사들이 그렇게 짝수당 교차투표를 원했지만, 더민주를 지역투표에 찍고 정당투표는 다른 당에 했다라는 43.3%는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이 아닌 대부분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19대에도 교차투표 덕에 얻었을 38.2%의 민주당의 득표율은 12.3% 가까이 빠져나갔으며, 이는 대부분 새누리에서 온 11.5%와 함께 국민의당이 28.8%를 가져가는데 더해져버렸다. 안철수, 김성식을 제외하면 10% 언저리의 국민의당 지역후보 득표율을 감안하면 더민주의 정당투표는 정의당에게 그닥 쏠리진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 |
새누리 |
더민주(민주) |
국민 |
정의/통진 |
기타 |
20대 |
30.8 |
25.9 |
28.8 |
8.5 |
6.1 |
19대 |
42.3 |
38.2 |
- |
10.6 |
8.9 |
그런 의미에서 광주는 더욱더 야권에게 뼈아프다. 지역구의원도 다 빼앗긴데다가 거기다 정당투표마저도 겨우 반 정도. 새누리 지역구 당선자가 2명이나 있고, 무소속 표가 꽤 나온 걸 감안하면 결국 지역후보는 사람보고 더민주에게 경합까지 가줬지만, 당은 이른바 회초리를 제대로 들은 셈이었다.
광주 |
새누리 |
더민주(민주) |
국민 |
정의/통진 |
기타 |
20대 |
2.9 |
28.6 |
53.3 |
7.3 |
8.2 |
19대 |
5.6 |
68.9 |
- |
18.6 |
11.1 |
결국 새누리와 더민주의 이탈자라기 보단 비판적 지지자들이 화났음을 국민의당을 전략적(?) 선택을 함으로써 보여줬다 할 수 있겠다. 새누리 지지자 뿐만이 아니라 더민주 지지자도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은 필자나 주변 지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나, 기존의 더민주 탈당파 의원들이 존재하고, 또 종편에서 같은 야권으로 묶으면서 경쟁자로 보이게 만든 점, 그리고 더민주에 비해 비교 우위를 주기 위해 바람을 일으키려 노력한 점이 먹혀들어 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수도권 단일화를 강력하게 거부하고 자신의 대권주자로서의 독자생존만을 위해 같은 당의 천정배, 김한길과도 불협화음을 냈던 안철수를, 수도권 젊은 야권 지지자들은 더 이상 그를 야권 대선후보로 보고 있지 않았지만, 호남에서는 달랐던 것이다. 국민의당 지역구후보들은 안철수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단지 심판론만 들고 나오고 박지원과 정동영이 종편에 힘을 입어 무럭무럭 피워댄 호남홀대론만이 먹혀들어 갔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그렇게 목숨 걸고 지키려 했던 소선거구제가 새누리당만큼이나 국민의당을 살려줬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지역구 투표 득표수는 더민주 981,982표, 국민의당 1,227,320표로 약 10% 차이, 결국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국민의당에게 호남 지역구 23석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줬다.
새누리의 오만과 더민주의 전략부재 및 실수, 그리고 기울어진 언론의 국민의당 띄우기가 결국 양당심판론을 외친 것 빼곤 한 게 하나도 없는 국민의당을 원내교섭단체이자 제3당을 만들어줬다.
2. 초가삼간 다 날려 먹은 새누리... 근데 진박은?
한때 180석을 목표로, 국회선진화법을 위시한 개헌선까지 노리던 새누리는 그 오만함에 기인하여 옥새 파동으로 대표되는 진박 vs. 비박 간의 막장 공천 전쟁에, 이에 유권자들의 눈을 돌리려 한 지상파/종편/조중동의 더민주 모두까기 및 국민의당 띄워주기 작전으로 오히려 새누리 지지층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또는 국민의당에게로 표를 주는 바람에 목표로 했던 180석에도 한참 모자란 과반수 150석도 아닌 122석으로 원내 제2당이 되는 굴욕을 맛보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국민의당이 단일화 거부를 끝까지 해서 얻은 어부지리 33곳 덕분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100석도 못 얻는 그야말로 재앙을 맞이할 뻔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유신공주의 사당임을 극명하게 보여준 공천파동과 유신공주의 실정.
하지만, 탈락자의 면면을 보면 진박보다는 비박에 더 참혹한 결과를 불러왔다. 유승민, 주호영은 살았지만, 필자에게 기쁨을 준 이재오, 정두언, 김을동, 피닉제의 낙선과 유승민계 류성걸, 권은희, MB계 조해진, 임태희의 낙선. 하지만, 최경환, 서청원, 원유철, 조원진, 이정현, 김무성 살인미수범 윤상현, 대구 진박 패밀리가 다 살아 왔으니, 일단 진박 지분은 제대로 챙긴 듯. 공주님의 노후 대책은 일단 반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오세훈, 안대희 등 나름 키워보려했던 대선후보군들이 다 정리되었고, 총선 실퍠를 책임질 김무성도 외상이 큰 상태라 이제 대선후보를 찾아와 결집해야 할텐데...
일단 시작된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해 좀 더 강력하게 국정원 정치를 벌이고, 유승민을 제외한 새누리계 탈당파 5명을 끌고 와서 원내 제1당이 되려 하겠지만, 당장 다가온 전당대회에서 유신공주 밑에서는 더이상은 안된다고 판단한 비박계의 행동에 따라서 영남박정희당으로 남느냐 그래도 전국구 수구정당으로 남느냐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유승민의 대권행보, 국민의당과의 합종연횡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3. 이기긴 했는데.....
123석으로 새누리를 꺾고 원내제1당을 차지.
수도권 압승에 이어 충청권에서 과반수 약간 미달.
지난 번 전패했던 영남/강원에서 부산 5석, 경남 3석, 대구 1석, 강원 1석 등 총 10석 획득으로 전국정당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비록 당의 든든한 배경이었던 호남에서는 달랑 3석으로 새누리의 2석과 비교될 정도로 초라한 성적을 거둔 게 찝찝하지만.
국민의당 탈당 및 실체가 묘연한 문재인 비토/호남홀대론이 표면적인 호남 참패의 이유로 일부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호남에서는 집권당과 같았던 더민주에 누적되어 온 호남의 불만에 공천 컷오프 문제, 비례대표 선출 문제에 이은 호남 전략공천 후보 자질에 대한 불만이 모두 합쳐진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나마 투표일 직전 문재인의 호남 방문으로 회복하는 분위기-리얼미터 여론조사 참조-가 있었지만, 호남 그 자체에서는 결실을 맺지 못하고, 대신 수도권 및 타 지역에서 야권 지지자를 결집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앞서 말했지만, 의석수는 참패지만, 득표수에서는 10% 정도 차이였다는 점에서, 더민주의 향후 행보 및 전국정당으로 정권교체에 더 앞서 나가있다는 프리미엄이 호남의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어 보인다.
새누리가 무소속 영입으로 원내 제1당을 다시 빼앗아 가는데 대한 대책이 있을지는 현재 비대위체제로써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비대위 체제가 빨리 정리되고 전당대회를 통해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이며 세월호, 테러방지법, 한일위안부협의, 국정원 선거개입, 경제민주화, 지상파/종편/신문 관련 미디어법, 사학법 등 다시 정상으로 돌려야 할 사안들이 잔뜩. 이를 제대로 해야 화나 있는 호남 및 지지자들을 달래고 외연확장이 가능할텐데, 그러기 위해선 전당대회에서 어느쪽이 당권을 잡느냐가 중요할 듯. 복당해서 당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이해찬이나 지속적으로 비대위를 비판해온 정청래냐, 복귀시점을 재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되어 보이는 손학규 대신에 비주류의 간판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김부겸 또는 그 대리자이냐에 따라 20대 더불어민주당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김종인은 그냥 비례 자리 지키며 주진형 등 경제관련 영입인사랑 대선용 경제민주화 공약이나 다듬길 바란다.
4. 이게 왠일이래
그야말로 어부지리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조건인 20석을 훌쩍 넘겨 38석을 차지한 국민의당. 현재로썬 새정치를 보여주겠다며 팡파레를 올리고 있고, 당장은 안철수라는 대권후보도 있고 승리의 샴페인에 취해서 무난하게 지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투표율로 따지면 단지 55%의 지지로, 각종 현안에 대해서 어떤 모습을 보이냐에 따라 호남의 국민의당에 대한 판단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생각된다.
보수적 성향의 친이계와 나름 진보라고 주장하는 정동영/천정배계 간의 정책적인 분쟁도 있지만, 자리와 지분에 목숨 거시는 (한때 새정연 퇴출대상 호남토호들) 다선 현역의원, 특히 박지분, 주승용, 유성엽 같은 분들과 대권을 위해 당조직을 반드시 내손에..라고 생각하는 안철수가 어떤 결론을 낼지 궁금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적자라고 할 수 있는 이 국민의 당이 과연 어떻게 그 나약한 연합의 고리를 지탱해 나갈지 지켜 보는 것도 재밋을 듯.
5. 1석은 늘었는데
자당 후보처럼 전폭적인 지원유세를 해준 문재인 덕에 낙하산 공천이라고 지역에서 꽤나 거부당했던 노회찬이 창원에서 생환하고, 구 민주당계열의 박준이 야권 경쟁자인 덕에 자력으로 생환한 심상정을 제외하고는, 승산이 있다고 했던 비례 현역들이 지역구에서 모두 낙선했다. 내심 6번까지 바랬던 비례대표도 4번으로 끝.
현재 5석에서 1석이 는 것을 위안 삼아야 하겠지만, 이번 총선에서 제 3당으로의 복귀는 실패했다.
정진후 박원석 같은 Named 비례도 지역구에서는 더불어민주장의 조직표에 이기지 못하고 3위에 그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참여계를 중심으로 해서 더불어민주당과 연합정당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어쨌든 새누리와 무소속, 그리고 국민의당이 합쳐져도 개헌을 못하게 막았다는 점에서는 큰 선전을 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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