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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round/한양나들이

[조선5대궁궐 나들이 03]창덕궁(昌德宮) 나들이 #2

외조의 인정전을 보고 나와서 다시 숙장문을 통해 좀 더 내부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카페이자 기념품 가게가 나옵니다.

원래는 의정부 3정승과 종2품 이상 고위 관리들이 정무를 다루던 최고 정무 기관인 비변사가 회의를 하던 빈청으로 사용되었다가, 고종 때 비변사가 폐지되고는 황제의 어차(자동차)를 보관하던 어차고로 사용되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어찌 보면 궁궐의 특색에 맞춰 기존 건물을 활용한 게 좋아보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건물을 너무 막 쓰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좀 들긴 하더군요. 

이 카페를 등지고 바라보면, 다른 전각과는 좀 독특한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청기와로 지붕이 된 전각이 멀리 보이는데요.

뒤의 전각의 청기와가 눈에 확 들어와요.

가까이 다가가니 선정문(宣政門)이 기다리더군요. 원래는 이중 행각(길다랗게 방들이 이어진 건물이자 벽) 구조의 바깥쪽 문으로 선정문이고 안쪽 문이 돈례문이었는데, 복원할 때 단일 행각으로 만들고, 돈례문을 옮겨 놓고는 거기에 선정문 현판을 붙였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선정문 안쪽으로 보면, 선정문과 선정전(宣政殿)을 지붕이 덮인 통로로 이어 놓은 게 특이했고, 나름 포토 스팟이었습니다.

선정전(宣政殿)은 창덕궁에서 편전(임금과 신하가 정사를 토의하던 전각)의 기능을 하던 전각입니다. 신기하게도 청기와로 되어 있는 건, 광해군 때 경복궁과 창덕궁 외에도 정궁으로 사용할 인경궁을 만들 때 청기와로 전각들을 지었는데, 이후에 인조가 인경궁을 해체하면서 그 곳의 전각들을 창덕궁과 창경궁 전각을 재건할 때 사용했는데, 이후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각들이 화재로 전소될 때도 이 선정전만은 유일하게 화마를 피해서, 결국 현존하는 유일한 청기와 지붕 전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각이 되었구요. (광해군 때 건립) 그걸 알고 다시 보니, 더욱 더 아름답고 멋있어 보이는 전각이었네요. 

선정전을 보고 나와서는 궁궐 좀 더 안쪽(동쪽)으로 이동해서 내조 쪽으로 들어갔습니다. 내조 구역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전각은 희정당(熙政堂)입니다. 희정당은 특별관람 후기로 따로 글을 남겼으니, 이 글에선 넘어갑니다.

저 멀리 보이는 희정당

위에 보이는 희정당은 내부를 볼수 없는 전각이다 보니(특별관람으로 저는 봤습니다만 ^^) 전각 둘레를 위 사진의 오른쪽으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봤습니다. 일단 ㅁ 자 구조의 희정당과 그 뒤에 위치한 왕비의 침전이었던 대조전(大造殿), 그리고 그 부속건물인 흥복헌(興福軒)과 경훈각(景薰閣)들이 행각 비스무리한 구조의 내부 통로로 다 이어져 있더군요. 그 통로가 되는 행각이 지상에서 약 1m 정도 올라와 있다보니 중간 중간에 있는 행각 아래로 지나는 통로를 통해 안쪽을 볼 수 있기도 하고 했지만, 전각 자체의 내부는 볼 수 없다 보니 전각을 둘러 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전각들 뒤 쪽의 숲이 형형색색 물들어 있다 보니 나름 절경이더군요.

대조전과 희정당을 이어주는 행각 통로와 그 아래 전각 사이의 마당(?)에 들어올 수 있도록 된 또 다른 통로
흥복헌 지붕 아래서 올려다 본 단풍들
대조전 뒤 나무와 숲
대조전(大造殿)

대조전(大造殿) 내부도 희정당처럼 서양식으로 구성되어서 작년에는 내부 특별관람을 했었다는데, 올해는 하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대조전까지 보고 다시 희정당 앞으로 나와서는 예전의 동궁(세자가 기거하던 곳) 자리였던 성정각(誠正閣)과 관물헌(觀物軒)으로 이동했습니다.

세자가 공부를 하던 건물이었다는 성정각은 'ㅓ'자 형태로 되어 있는데, 동쪽(윗 사진 오른쪽)에는 1.5층? 2층?에 누각 형태의 전각이 있는데, 한 건물에 현판이 2개<보춘정(報春亭)/희우루(喜雨樓)>나 달려 있어서 좀 신기했습니다.  그 뒤쪽에 보이는 전각(아랫 사진)은 관물헌(觀物軒)이라고 하는 전각이라고 하더군요. 성정각 앞쪽에는 왕실의원이라고 할 수 있는 내의원 건물로 사용된 전각이 있었는데 사진은 빠트렸네요. 그리고 이 성정각 일대는 5대궁궐 중에서도 봄 꽃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2019년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서 6군데 뽑은 곳 중 하나라고 하니, 봄에 꼭 다시 들러봐야겠습니다. 아쉽지만 나름대로 가을 단풍 사진을 올려 봅니다.

이후에 구선원전 일대를 돌아보긴 했는데, 해가 지기 시작하고, 카메라 배터리도 떨어져서... 여기는 다음에 들릴 때 사진을 올릴께요. 사실 궁궐도 지금처럼 넓은 공간이 많은 게 아니라, 각 부서가 사무 보는 전각들이 밀집되어 있었는데, 화재로 소실되거나 일제에 의해 철거되어서 그 빈자리들이 생긴 거라... 구선원전 일대가 그나마 예전처럼 전각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라 돌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사진은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