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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round/대~한민국

[왕릉천행]그리움을 담은, 단종의 길 참가후기 #2

청령포에서 배를 타고 나와서는 다시 버스를 타고는 다음 장소인 영월 읍내에 위치한 관풍헌(觀風軒)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곳은 원래 영월의 수령이 공무를 보는 동헌 건물인데, 영월 동강에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나서 청령포에 단종이 기거하는 게 위험하게 되어서, 이 곳으로 유배처를 옮기게 됩니다. 그래서, 인근에 있던 매죽루(梅竹樓)를 옮겨서는 관풍헌 근처에 두게 되어 단종이 종종 올라 가서는 애끓는 심정을 읊은 자규시(子規詩)를 지었다고는 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자규루(子規樓)라고 이름이 바뀌었는데요. 이 여행에서 이 관풍헌을 오게 된 이유는 단종이 이 곳에서 미치광이 삼촌이 보낸 사약을 받고 17세의 나이로 운명을 달리 하게 됩니다. 

관풍헌 건물
관풍헌 앞 나무와 자규루(오른쪽)

지금은 이 관풍헌이 유치원으로 이용되고 있어서, 평소에는 입장하기 힘드나, 주말에 이 행사로 사전 협의가 되어서 입장할 수 있었다고 얘기해주시더군요. 어린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단종이 떠난 그 장소가 이젠 유치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하니 뭔가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관풍헌에서 길지 않은 시간, 작렬하는 햇빛 아래서 설명을 듣고 잠시 둘러 본 후에는 바로 이 날 여행의 마지막 장소인 장릉으로 이동했습니다. 실제로 장릉은 일반적인 왕릉처럼 왕이 승하한 이후에 요즘으로 치면 TF인 산릉도감(山陵都監)이 설치되어 장지부터 왕릉의 조성까지 다 관장해서 만들어진, 정해진 규정대로 지어진 왕릉이 아니라, 앞선 글에서 얘기했던 엄흥도가 아무도 거두지 않는 단종의 시신을 몰래 수습해서는 남들 몰래 근처에 묘를 짓고 모신 곳이다 보니 홍살문이나 정자각 등이 함께 놓여질 공간도 없이 고개 위에 별도로 묘가 만들어지고, 이후에 숙종에 의해 추존이 된 후에 왕릉에 해당하는 양식으로 보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능도 능 옆의 여러 조형물들도 그렇게 크고 웅장하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그리고,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 능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다르구요.

장릉 앞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안내문
단종, 당시는 노산군의 묘를 찾아서 제를 올린 영월군수 박충원을 기리는 낙촌비각이 장릉 영역을 들어서자마자 관광객을 맞이한다.
장릉 올라가는 길에 내려다 보이는 정자각과 왕릉 관련 부속 건물들(왼쪽)과 장릉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오른쪽)
장릉
장릉에서 내려다 본 정자각. 능의 방향과는 직각을 이루고 있는 정자각과 신도.

장릉에 도달해서는 엄흥도가 모신 묘가, 이후 노산군 묘를 찾게 되고, 결국 단종으로 다시 복원되면서 왕릉으로 추존되는 그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고는 다시 언덕을 내려와서는 홍살문이 있는 아래로 내려와 나머지 장릉 관련 건물들을 설명을 들었습니다. 

배식단(왼쪽)과 영천(오른쪽)

다른 왕릉과 달리 장릉에는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종친, 충신, 환관, 궁녀, 노비 268명의 위패를 모신 장판옥(藏版屋)과 이들의 제사를 올리는 배식단(配食壇)과 단종의 제를 올릴 때 사용하는 우물인 영천(靈泉)이 있습니다. 장판옥에 보면 삼촌인 안평대군부터 재상이어었던 황보인과 김종서, 그리고 사육신인 성삼문, 박팽년, 이개, 유응부, 하위지, 유성원 등 알만한 이름들이 다 기록되어 있더군요. 그렇게 장릉에 있는 여러 건물들과 정자각, 단종비각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잠시 자유 시간을 가지면서 사진도 찍고 했습니다.

정자각과 그 너머 언덕 위에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장릉

그리고는 프로그램의 마지막에는 정자각이 있는 뜰 옆의 개천 너머의 숲에서 국악 앙상블의 연주를 한 2~30여분 들으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앙상블의 공연

그렇게 공연을 듣고는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장릉 밖 주차장으로 이동했고, 그렇게 버스를 탑승해서는 다시 출발지이자 집합지였던 잠실운동장역에 6시 조금 너머 도착하는 것으로 해서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평소 정말 가보고 싶었던 장릉과 청령포를 이렇게라도 들러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것 말고 역사작가 가이드 분을 통해서 좀 더 많은 사실들을 더 알게 되어서 매우 알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래서 추가로 다른 4개의 왕릉천행 중에 또 하나를 신청해서 가게 되었는데요, 만약에 다른 왕릉을 가는 또 다른 행사가 기획되면 또 한 번 참여하고 싶다는 얘기로 글을 마무리 합니다.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묘를 만든 엄홍도를 기리는 정려각(旌閭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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