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문화제의 꽃이자 메인, 아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행사가 이번 축제에도 어김없이 진행되었습니다.'원행을묘정리의궤'와 '정조대왕화성능행 반차도'를 그대로 고증해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서울과 수원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진행되는데, 서울에서는 창덕궁을 나와서 한강을 배다리로 건너는 그 행렬을 재현하는 것이 가장 큰 볼 거리인데, 22년부터는 대형 스크린을 여러 개 연결한 화면에 미디어아트로 재현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진짜 행렬이 없어서 아쉬워 하는 편이구요, 나머지 지나가는 도시는 정조대왕과 최소 인원으로 구성된 인원으로만 재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원의 경우에는 반차도 그대로의 재현 행렬을 만드는 것은 물론, 재현행렬 뒤에 시민 퍼레이드 행렬까지 해서 엄청난 규모로, 정말 진심으로 재현행사를 하는데... 그 재현 행렬의 전부를 보고 싶으신 분은 Youtube 영상을 찾아보시거나, 또는 제가 작년에 6시간 이상 비를 맞아가면서 행렬이 도착하는 위치에 있던 메인관람석에서 본 걸 정리한 글들(#1, #2)을 보시면 될 거 같구요.
이 재현행렬을 작년에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저는, 사실 수원 이사 왔을 때부터 이 재현행렬에 어떻게든 참여하고 싶었는데, 계속 기회가 닿지 않아서 못하다가, 올해는 드디어 한 예매 Site를 통해 시민체험단으로 신청을 해서 결국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축제 기간이 다가오면서, 재현 행사가 있기 2주 전 쯤에 별도의 연락을 받아서, 퇴근 후에 모임 장소로 가서, 행사 당일에 어디로 와서 어떻게 재현행사에 참여하고 어떻게 마치고 가는지에 대해서 30분 정도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러고는 행사 당일인 10월 9일에 집결 마감시간인 오후 1시보다도 20분 일찍 집결 장소인 수원종합운동장에 도착했습니다. 야구장 근처 쪽으로 입장했는데, 거긴 재현행사의 시민 페러이드로 참여하시는 분들이 대기하는 텐트들과 그 분들이 가져온 각종 장비들이 있더군요. 사실 야구장 내부를 제외한 야구장 옆과 실내체육관 쪽 주차장에는 이 시민 퍼레이드 행렬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각 단체별로 대기하는 텐트들과 또 그 분들이 각각의 테마로 준비한 퍼레이드를 출발 전 대기를 하는 장소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야구장과 축구장 사이의 공간 중 축구장에 가까운 쪽에는 반차도 재현행렬에 참여하는 말들이 전부 트럭 안에서 대기를 하고 있더군요. 이 곳을 지나면서, '아, 오늘 정말 퍼레이드가 있구나'하는 느낌에 기분이 업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종합운동장 건물 안 실제 운동장에는 트랙을 따라서, '반차도 행렬'을 재현하는, 각 파트별로 집결/대기하는 텐트들이 있더군요. 트랙 전체에 걸쳐서 텐트가 있을 정도였고, 실제로 3주 전 교육을 받을 때 들은 얘기에도 제가 참여한 '시민재현행렬'은 24명이지만, 실제 '반차도 재현행렬'은 1,000명이 넘고, '시민퍼레이드은 500 여명 정도라고 했었으니, 정말 많은 분들이 대기를 하더군요. 일단 '시민재현체험단' 텐트를 찾아 갔더니 가장 먼저 도착한 뒤, 제가 행렬 때 입어야 할 옷도 찾고 도착했다는 걸 알리러(출석하러) 행사 진행팀이 있는 텐트로 이동했습니다. 근데, 행사 진행도 관리 대상에 따라서 여러 텐트가 있어서, 저희 '시민재현체험단'을 담당하는 텐트를 또 돌아다녀야 했네요. (^^)
어찌 됐든 제가 찾아가야 하는 텐트를 잘 찾아가서는 도착을 알리고는, 오늘 입어야 할 의상인 구군복과 전립(일명 사또 모자)을 받아서는 저희가 대기하는 텐트로 돌아왔습니다. 옷은 원래 환복 텐트에서 갈아입어야 하지만, 제가 입고 온 옷이 반팔 면티에 반바지였기에, 속바지도 없고 구군복도 사이즈가 되게 널널(물론 제겐 안 그랬지만)한 편이라 그냥 제가 입고 온 옷 위에 입었습니다. 그리고, 전립도 썼구요. 그렇게 하고 나서는 실제로 행렬이 출발하는 오후 3시가 다가올 때까지는 그냥 하염없이 기다렸네요. 아, 물론 구군복과 전립도 입고 쓰는 규정(?)이 있기에, 제대로 된 재현을 위해, 한복을 입는 것과 관련한 전문가 분들이 각 텐트마다 돌면서 옷 고름을 매주고, 허리띠 같은 것의 위 아래 방향이나, 전립의 털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 지 등을 옷 입을 때부터 행렬이 출발하기 전에 대열대로 서서 대기하고 있을 때까지 계속 확인해주고 고쳐주고 옷매무새도 만져주시고 하더군요. 옷을 입고 나니 자꾸 다른 텐트 쪽으로 눈이 갔는데, 저와 같은 시민재현행렬 체험단 말고, 진짜 재현행렬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무기를 들거나, 저희랑은 다른 복식을 입는 분도 있어서.... 내년엔 저걸 시도해보자라는 생각이 (^^)
운동장에 도착하고 실제로 행렬로 출발하기 전에 대열을 맞춰 서는 것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까지는... 적어도 1시간 반 정도는 기다렸던 거 같네요. (^^) 수원에서 진행되는 '반차도 재현행렬'은 지지대 고개에서 노송지대를 지나 종합운동장까지 우는 행렬에 참여하는 "1팀"이 있고, 종합운동장에서 장안문을 지나 화성행궁까지 가는 "2팀"이 있는데, 제가 참여한 '시민재현행렬'과 '시민퍼레이드'는 2팀에만 있습니다. 1팀이 종합운동장이 있는 단지로 들어오면, "재현행렬"은 1팀에서 2팀으로 바뀌면서, 출발하고, 그 "재현행렬" 뒤에 저희 "시민체험행렬"과 "시민퍼레이드"가 차례대로 뒤를 이어 나가는데요..
예정대로 시간이 되서 참여자는 각자의 텐트 앞으로 나와서 서 있으라는 얘기에 나와서 줄을 서보니, 정말 많은 분들이... (윗 사진 참조) 근데, 이 분들이 실제로 걸을 때 앞 뒤로 거리를 둔 상태로 열 맞춰 걸어야 하니, 그 열을 맞춘다고 하다 보니, 이 운동장 안에 있는 참여자(시민 퍼레이드는 운동장 밖에서 대기 중이었어요) 중에서 가장 뒤에서 걸어가는 게 저희이다 보니 계속 뒤로 밀리고 밀리고 밀려서는.... 거의 운동장 반의 반바퀴를 뒤로 밀려 났네요. 그러고 나서는 재현행렬에 해당하는 앞 부분 부터, 2팀의 재현행렬 출발 점에 해당하는 종합운동장 단지의 동문 근처에서부터 열을 맞추기 위해 이동하다 보니,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1팀의 종합운동장 도착이 조금 지연되고, 또 그에 맞춰서 주요 배역(정조, 혜경궁 홍씨, 채제공 등등)과 그 사이 사이에 들어갈 재현 행렬을 맞추는 게 조금씩 지연되다 보니 가장 뒤에 있던 저희는 운동장 안에서 조금 오래 기다려야 했고, 가을이지만, 구군복에 무거운 전립을 쓰고 있다 보니, 부모를 따라 온 초등학생 참가자들은 조금씩 지쳐 가기 시작하기도 했내요.
드디어, 2팀의 행렬이 출발하기 시작하니, 앞쪽에서도 이동하기 시작하고, 저희도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해서 드디어 운동장 밖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운동장 바깥으로 나가니 바로 앞 주차장 쪽에는 우리의 뒤를 따라 올 시민 퍼레이드를 참여하는 이들이 대기 중에 있었구요, 조금씩 이동하다 보니 저희 앞쪽에 서서 가게 될 주요 배역 분들과 말을 탄 참가자들이 대기하다가 저희 앞 앞쪽에 들어와서는 행렬의 앞쪽에서 전진하기 시작하더군요. 거기에 맞춰서 저도 드디어 전진해서는, 종합운동장 단지를 벗어나서 행렬을 기다리는 시민 분들이 있는 차로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예정보다 늦었는지는 사실,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핸드폰을 못 가지고 나오게 한 건 아닙니다. 재현행렬 참가자는 실제 반차도에 해당하는 행렬이므로 철저한 고증을 위해 핸드폰이나 카메라 등을 (소지는 할 수 있으나) 행렬 중에는 절대 꺼내지 못하게 했는데, 시민체험행렬은 반차도에 있는 행렬 자체는 아니므로 편하게 카메라나 휴대폰을 꺼내 사진이나 영상을 찍거나, 시민들한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도 된다고 안내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예 소형 카메라를 들고 아래 사진들을 좀 찍고 하며 오히려 시민들을 보며 즐겼습니다. 작년에는 행렬의 구성이 어떻게 되었는지 전체를 보는 걸 즐겼다면, 이번에는 제가 반대로 참가자로서 구경하는 이를 구경하는 걸 즐겼다고 할까요 ㅎㅎㅎ 암튼 종합운동장부터 천천히 걸으면서 시민들도 보고, 또 지나간 말들의 흔적도 보고 (^^) 하면서 장안문을 지나 화성행궁까지 천천히 산책하듯이 즐겁게 걸었습니다. 손도 흔들기도 하고 ㅎㅎㅎㅎ. 특히나 제 앞의 어린 여자 아이가 있어서, 관람하시는 시민 분들이 너무나 반가워하고 환영해주는 바람에 저도 덕분에 기분도 즐거웠네요.
걸으면서 보니까, 작년에는 제가 앉아 있었던 '행궁광장' 특별관람 앞에서 대부분의 환영 공연(행렬이 오기 전에 대기 하거나)이나 수원유수 정조대왕 맞이 행사 등이 진행되었는데, 올해는 그걸 장안문 관람석으로 옮겨 놨더군요. 그리고는 거기에 자치단체장이랑 정치인들, 그리고 뭐 그런 분들이 그 관람석에 앉아서 중요한 공연이나 행사(수원유수...)를 해버려서... 아마 같은 가격이 아닌 더 비싼 가격을 내는 특별관람석에 올해 보신 분들은 좀 열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저도 저럴 거면 왜 행궁 앞에 특별관람석을 행궁에다 했나 싶더군요. 내년에는 행사가 어디서 하는지 사전에 명확히, 적어도 예매할 때는 알려줬음 하네요.
아 얘기가 산으로 샜는데, 어쨌든 행궁광장까지 간 행렬은, 저까지의 재현행사 행렬은 행궁광장에서 멈추지 않고 동장대까지 계속되어서 걸었고, 제 뒤에 갑자기 치고 들어온 정치인들 무리와 그 뒤의 시민 퍼레이드 행렬은 행궁광장에서 멈춰서는 거기서 '수원시민의 날' 행사를 할 준비를 하더군요. 뭐, 전 그 행사는 관심이 없고, 갈 길도 있고 해서...
그렇게 해서 도착한 창룡문에서 행렬은 끝나고, 행렬 참가자들은 그 곳에 대기 중인 관광버스를 타고는 다시 수원종합운동장으로 가서는, 입었던 구군복과 전립을 반납하고, 거기 뒀던 개인물품을 챙겨서 나오는 것으로 행사 참여를 마쳤습니다. 아, 물론 참가 기념품도 받았구요.
집에 돌아와서는, 수원아래 '재현행사'를 생중계했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수원 행렬 2팀이 나오는 부분을 캡쳐해서, 저희 행렬이 나오는 것도 정리해봤네요.
글 중간에도 말했지만, 걷는 게 그닥 힘들지 않고, 저 많은 인파에서 관람객이 되어 치이는 것보다 나은 듯 해서 내년에도 이 행사를... 다음에는 정말 반차도 내 인물이 되어서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사실 그 다음 주였던 14일에 참여하려던 문화제, 축전의 행사가 있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해, 이렇게 이번 수원화성 세계유산축전/문화제/능행차 행사 관련해서 공식적으로 참여한 행사는 이게 마지막이 되었네요.
아마 마지막으로는 11월 4일까지 하는 미디어 아트 관련 내용으로 다시 돌아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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