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경복궁 나들이를 갔습니다. 요즘은 워낙 많은 분들이 경복궁을 찾으시다 보니, 오히려 저는 조금 한 적한 곳을 찾느라 뜸해졌네요. 그러던 중에 경복궁 동쪽 권역, 그러니까 근정전을 기준으로 경회루 쪽이 아닌 반대쪽으로 민속박물관을 못 간 위치 즈음의 동궁 권역에 '계조당(繼照堂)'이 드디어 복원 공사를 마쳤다는 걸, 지난 '왕릉천행'에 참가했을 때 알게되었고, 그걸 맞이해서 계조당에서 특별 전시가 열리고, 주말에는 기존의 동궁 권역과 계조당 관련해서 특별 해설이 있다고 해서, 이 해설 행사를 예약해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정말 추웠는데요. 집에서 좀 일찍 나와서 왔다 보니, 예약한 해설 행사 시간은 11시인데 10시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해서는 칼바람을 맞으면서, 입장하려고 하니까, 정시에 진행되는 수문장 교대의식이 진행 중이라, 잠깐 동안 통행이 통제가 되었습니다. 행사가 마치는 걸 보고는 경복궁 입장권을 별도로 사고 보니, 이미 엄청난 인파가.... 그래서 바로 흥례문을 지나자마자 동궁 권역 쪽으로 가기 위해 다른 이들은 다 근정문으로 향하는데, 저는 행랑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서 난 작은 문으로 계조당 앞 마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역시나 꽤나 일찍 도착했다 보니, 계조당 앞에는 행사 참여하러 오신 분은 안 보였고, 이번 해설 행사 관련 부스가 계조당 안쪽 마당에 준비되어 있어서, 거기서 도착을 알리고, 해설을 들을 수 있는 리시버와 전시/해설 안내 팜플렛을 받고는 좀 더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렸네요.
어느 정도 기다리다 보니 시간이 되어서 행사를 도와주시는 분의 호출로 참가자들이 모이고, 해설사 분이 오셔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나중에 따로 물어본 거지만, 다른 궁궐 전각과 달리 단청이 없는 것은, 완공되고도 몇 년 지나야 기본적인 단청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경복궁 동쪽 아래 영역에 있는 동궁 영역에 대한 개요와 세자를 동궁이라, 즉 동쪽이 뜻하는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시고는 일단 이전에 복원되어 있던, 좀 더 북쪽에 있는 다른 동궁 건물로 이동했습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자선당(資善堂)이었습니다. 이 곳은 세자와 세자빈의 생활 공간이라는 설명과 함께, 6대 단종이 태어나고, 또 그의 어머니이자 5대 문종의 비인 현덕왕후가 출산 후유증으로 단종을 낳고 2일만에 승하하게 된 곳도 여기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5대 문종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다시 들어왔던 문들을 나와 좀 더 동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다음으로 이동한 동궁의 전각은 비현각(丕顯閣)이었습니다. 여기는 세자의 집무 공간인데, 여기서는 동궁 권력의 앞선 자선당이나 비현각이 모두 이중 행랑 구조로 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네요.
비현각까지 보고 나서는 다시 행랑 바깥쪽으로 나와 동쪽으로 이극문(貳極門)을 지나 동궁 권역 건물 바깥으로 나와 다시남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계조당과 자선당/비현각 사이에는 꽤 넓은 공간이 있는데, 여기도 원래는 동궁 권역 내의 여러 전갈이 있었지만, 임진왜란 때의 화재, 그리고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의해 수탈당하면서 다 허물어지고, 현재는 복원 계획 상에는 아직 별다른 전각 건립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하네요.
동궁 권역의 북쪽을 보고는 다시 처음 모였던 계조당으로 돌아와서는, 현재 계조당 전각 내에서 진행되는 조선의 세자와 관련된 전시를 보러 들어갔습니다. 근정전에 비하면 규모가 꽤 작은 편이라, 전시물은 그닥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진품은 고궁박물관이라 다른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여기에는 똑같이 재현한 가품이 있다고 해설사 분이 말씀하셨는데요.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돌면, 세자가 되면 받게 되는 교명, 죽책 그리고 옥인(어보)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반시계방향을 돌아서 가면, 이제 실제로 세자가 된 뒤에 한 것들에 대한 전시가 있었는데, 문종의 어필이라든지, 문종이 실제 주도해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측우기 모형과 계조당에 살았던 마지막 사람인 순종의 세자 시절 관련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반시계방향으로 돌면, 세자의 의례를 재현한 디지털체감 영상과, 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전시에 대한 설명까지 듣는 것과 전각에서 나와 간단한 퀴즈를 풀면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약 1시간 정도의 '왕세자의 일상'에 대한 전시 및 특별 해설 행사 참여를 마쳤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근정전, 경회루쪽도 아니고, 요즘 다시 공개되면서 인기인 향원정과 그 근처 건천궁, 그리고 행사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소주방 쪽이 아니라, 이렇게 그나마 조용한 권역을 찾아서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좋더군요.
빨리 다른 전각들도 복원 계획이 잡혀서 빨리 복원되어서 계조당처럼 또 새로운 전각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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