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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game/ETC

7년 전쟁-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의 반목의 절정

근세에 유럽 대륙에서 벌어진 일련의 전쟁들은 특정 국가와 특정 국가만의 전쟁이라기 보다는 목적에 따라 합종 연횡하는 국가 동맹간의 전쟁의 성격이 강합니다. 게다가, 여러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전쟁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따로 명명해서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와 같은 이방인(적어도 비유럽인)이 보기엔 너무나 복잡한 내용이죠. 다행히도 유럽인들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대충 비슷한 기간에 일어난 각국의 전쟁으로 당시 연합 세력들간의 전쟁으로 통칭하여 부르기도 합니다.

위 개념에서 볼때 7년 전쟁은 1756년부터 1763년, 즉 프랑스 혁명 직전의 유럽 열강들끼리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벌인 일련의 전쟁들을 묶어 부르는 전쟁입니다.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간의 제 3차 슐레지엔 전쟁, 영국과 프랑스 간의 프렌치-인디언 전쟁, 그 외 기타 분쟁... 그러나 이걸 다 따지려면 복잡해지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의 분쟁을 중점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왜냐구요? 제가 이 내용에 관심 가지게 된 게 바로 보드게임 'Friedrich' 때문인데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이 게임은 바로 프로이센의 제후(국왕) 프리드리히 2세와 관련된 게임이기 때문이죠.

*신성 로마 제국의 현실
원래 프랑크 왕국의 일부였던 독일 지역은 이후 신성로마제국으로 변모하여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일부 폴란드 지역까지 포함하는 대국이었습니다. 그러나 황제를 선제후들이 선출하는 방식을 택하다 보니 이는 중세 시대에는 유용했을지 모르나 절대왕정이 태동하던 16~7세기에는 적어도 동시대의 유럽 열강에 비해서는 경제/군사적 성장에 있어서 유용하지 못한 체제였습니다. 여기에 30년 전쟁으로 전 독일이 초토화가 되어 버리고 황제의 권위마저 떨어진 상황에서 결국 독일은 각 제후들이 다스리는 영지들로 갈갈이 찢어지는 상황이 됩니다.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이런 (말만) 독일(이라고 불릴 수 있었던 지역)에서 17세기 후반 강력한 힘을 발휘한 국가는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이었습니다.
합스부르가 왕가가 지배하는 오스트리아는 30년 전쟁 이후 신성 로마 제국 황제의 칭호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오스트리아는 물론 헝가리, 밀라노 일부 남 네델란드까지 소유한 말 그대로 황제국이었죠.

반면 동부 독일에 자리한 기사단에 뿌리를 둔 프로이센은 신흥 강국이었습니다. 프로이센은 프리드리히 빌헬름 '브란덴부르크 선제후'의 제후국가로부터 도약을 시작합니다. 주종관계였던 헝가리로부터 독립하여 절대 왕정의 기반을 다지게 되죠.그의 아들인 프리드리히 1세가 프랑스 루이 14세에 반하는 대동맹(영국, 오스트리아가 주도한)에 참여하여 큰 공을 세우고 또 스페인 왕위 전쟁에서 프랑스와 대립하기 위해 프로이센의 도움이 필요했던 오스트리아와의 밀약을 통해서 드디어 선제후에서 국왕으로 승격하는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물론 그 댓가로 군대 파견과 함께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선출 시 항상 합스부르그 왕가를 지원한다는 조건이었죠. 이 때까지는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의 밀월 관계가 지속됩니다.
그리고 프리드리히 1세의 아들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 국왕은 중상주의와 군국주의 강화로 프랑스, 러시아에 이은 유럽의 3번째 군사대국으로써 프로이센의 모습을 변모시킵니다. 이 강력한 기반 위에서 이 글을 쓰게 만든 프리드리히 2세가 유럽 열강의 세력 다툼에 전면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프리드리히 2세의 등장과 프-오간의 분쟁 심화
프리드리히 2세의 등장으로 인해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은 점차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16세기 선조들의 영토였던 슐레지엔(폴란드 동부의 곡창 지대)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한 프리드리히 2세는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격 슐레지엔 침공을 감행해서 7주만에 슐레지엔을 침공합니다(7주 전쟁/1차 슐레지엔 전쟁). 이 전쟁의 승리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와 대등한 조약을 맺었습니다.

이 때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였던 카를 6세가 죽고 후계자로 지목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황제 선출 규정 상 여자라서 신성 로마 제국 황제가 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분란에 쌓이게 됩니다. 오스트리아와 적대적 관계에 있던 프랑스는 바이에른, 작센, 스페인 등 오스트리아의 영토를 획득하려는 세력은 물론 신성로마제국 황제임을 주장하는 카를 7세를 지원함으로써 오스트리아를 무력화하려 합니다. 이 때를 맞춰 프리드리히 2세는 슐레지엔에 2차 침공을 가하고 연전연승을 거두게 되고 오스트리아는 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러나, 프랑스의 세력이 커지는 걸 원치 않은 영국이 오스트리아를 적극 지원하고 나서면서 프랑스-바이에른 연합군을 격퇴하고 슐레지엔을 잠시 프로이센에 양도하여 프로이센이 대오스트리아 동맹 전선에서 탈퇴하도록 만듭니다. 영국-오스트리아-하노버 군대는 프랑스군을 섬멸하여 유리한 위치에 차지하게 되지만 오스트리아의 세력이 커지는 걸 염려한 프로이센이 다시 전쟁에 돌입함으로써 다시 난국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각각의 내부 사정으로 더 이상 전쟁은 지속되지 못하고 오스트리아는 황제임을 승인 받고 프로이센은 슐레지엔을 얻고 프랑스는 오스트리아령 네델란드를 획득하는 선에서 잠시 분쟁은 봉합됩니다.

*7년 전쟁의 발발
프로이센에게 슐레지엔을 양도했던 오스트리아는 다시 슐레지엔을 수복하기 위해 영국, 네델란드, 작센과 동맹을 맺습니다. 철저한 '선공예찬론자'인 프리드리히는 스웨덴과 슐레지엔의 소수 방어병력만을 남겨둔 채 7만군대로 작센을 침공 작센의 항복을 받고 무적임을 입증합니다. 공격의 목표를 오스트리아로 돌린 프로이센은 프라하까지 연전연승하며 나아가나 콜린에서 대패하고 후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이를 맞춰서 스웨덴은 북에서, 러시아는 동쪽에서 진격해 들어오며 크나큰 승리를 프로이센에게 획득합니다. 이에 고무된 프랑스 역시 서부로부터, 오스트리아는 슐레지엔으로 진격하기 시작합니다.
이 난국에서 프리드리히는 다시금 승전보를 울리기 시작하고, 프랑스와 전세계적으로 대립관계에 있던 영국의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한숨 돌리게 됩니다. 프랑스를 물리치고 다시 슐레지엔을 수복하러 나갔다가 대패한 프리드리히는 다시금 영국에게 손을 벌리게 됩니다. 이 덕분에 근근히 전쟁일 지속해 나가면서 기습 공격으로 겨우겨우 버텨갈 수 있었지만 전쟁이 소강상태에 빠지면서 국력이 쇠진한 프로이센은 항복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도달하고 있었습니다.

*7년 전쟁의 종결
러시아 여제 엘리자베타가 급서하고 프로이센 우호자인 표토르 3세가 즉위하면서 전쟁은 종말로 치닫게 됩니다. 표토르 3세는 러시아 군대를 철수시키며 프로이센과 강화조약을 맺고 오히려 오스트리아에 맞서서 함께 싸우는가 하면 스웨덴-프로이센 간의 강화 조약을 중재해서 성사시킵니다. 숨통이 트인 프리드리히 2세는 슐레지엔에서 마침내 오스트리아를 몰아냅니다. 프랑스 역시 하노버에 의해 격퇴 당하고 러시아 지원 없이 전쟁이 힘들다고 판단한 오스트리아는 철수를 하게 됩니다. 프랑스 역시 슐레지엔 분쟁에 더 이상 참여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고, 영국 역시 프로이센을 지원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프로이센 내에서의 전쟁은 종결됩니다. 같은 시기에 진행되던 프랑스-영국 간의 식민지에서의 전쟁(프렌치-인디언 전쟁)은 영국이 캐나다까지 점령하면서 결국 파리 조약을 통해 북미와 인도에서 프랑스 세력을 영원히 추방하게 되며 곧 이어 맺어진 후베르투스부르크 조약에서 프로이센은 슐레지엔의 영원한 영유권과 유럽 열강의 위치를 확보하게 됩니다.

*7년 전쟁 이후 양 국가
7년 전쟁으로 참담한 패배와 빚더미에 앉게 된 오스트리아의 공동 황제 마리아 테레지아는 이후 평화 옹호론자가 되어 국내 개혁에 힘을 쓰게 됩니다. 공동황제인 아들 요제프 2세 역시 국내 개혁에 힘썼으나 동시대의 외교 활동의 미숙으로 인한 입지가 좁아지면서 결국 그가 죽은 후 그가 진행했던 모든 개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반면 프로이센은 프리드리히 2세가 이룩해낸 강력한 군사력과 일부 개혁 덕에 계속적으로 강국으로서의 모습을 보입니다. 뒤를 이은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는 선대왕들보다 무능력했으며 프랑스 혁명군에 패하면서 국가는 재정난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이 두 국가는 오래된 전란의 피해 때문에 모두 나폴레옹의 군대에 항복하는 수모를 당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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