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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game/Review

[보물찾기 0229]Duel of Ages: Worldspanner(2002)

제작사: Venatic
디자이너: Brent Murrel
인원수: 2~16인
소요시간: 1~3 시간


이 게임을 처음 알게 된 건 알고 지내는 후배가 이 게임이 뭐냐고 물었을 때였습니다. 그 때도 룰북을 따로 읽어 봤었는데, 일단 하나의 카드에 들어있는 많은 양의 정보와 그 때문에 엄청나게 커져버린 룰북의 압박에 그만 주저 앉고 말았었죠. 다 읽긴 했어도 그리 쉽게 할만한 게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근데 최근에 어찌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해 본 느낌은 생각 외로 무지 쉽다는 겁니다. 정말 심하게 말하면 단순한 주사위 대전 게임이라는 거죠. 이렇게 묘사하면 제가 가장 아픔을 겪었던 Fraq이라는 게임이 생각나게 될까봐 조심스럽군요. 실상은 비슷할지는 모르겠군요.


게임 컨셉은 어느 한 전장에 고대, 중세, 현재, 미래의 인물들이 소환되어 와서 팀을 이루어 전투를 벌인다는 설정입니다. 맵은 piece로 나뉘어져 있으며 매 번 플레이어들의 전략적 선택에 의해 세팅이 됩니다. 주요 전장이 되는 큰 piece와 플레이어가 조작할 캐릭터가 소환되는 Dome, 그리고 아이템을 얻기 위해 그리고 게임 승리를 위해 반드시 들어가야 할 시대별 미로(labyrinth)가 존재합니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캐릭터에 할당된 다양한 능력입니다. 이 능력의 차이에 따라 주사위로 결정될 전투의 결과에 큰 영향을 가하게 되죠. 일반 전쟁 게임에서의 유닛의 특성이 공격력, 방어력으로 끝이던 게 여기서는 더욱 세분화 되었습니다. 근접전 능력치, 원거리 능력치(이마저도 사격과 투하 능력으로 나뉨), 반응속도, 내구력, 잠복 능력 등 기본적으로 10개 이상의 능력이 있으며 캐릭터 별로 특수 능력이 또 있습니다. 특수 능력은 캐릭터 카드에 영문 텍스트로, 나머지 기본 능력치는 캐릭터 카드의 오른쪽에 심볼과 색으로 구분해 두었습니다.


기본 능력치는 색이 밝을수록 좋은 것이며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해당 캐릭터 간의 능력치를 비교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접근전이 일어나면 공격자의 접근전 능력의 색깔과 방어자의 반응속도 능력의 색깔을 비교합니다. 그 차이 만큼 기본 공격 성공 주사위 눈인 7에 수정치가 가해집니다. 차이가 공격자가 레벨 3이 높았다고 하면 10 이하가 나오면 공격 성공이 되는 거죠.


이처럼 게임에서의 전투는 물론 모든 상황의 해결 방법은 2개의 주사위를 굴려서 해결이 되며 이 때 성공 주사위 눈은 해당되는 능력의 차이에 따라 변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게임은 한 팀이 동시에 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각 팀이 턴을 번갈아 가면서 하게 됩니다. 턴은 여러 페이즈로 나뉘며 각 페이즈에 따라 턴이 진행되는 팀만 Action을 취하던지 아니면 상대 팀도 같이 Action을 취하던지가 결정됩니다.


일단 사격 페이즈가 시작됩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플레이어가 공격 가능 거리 내에 시야가 확보되어 있다면 상대방에게 공격을 시도합니다. Battle Cry나 워해머와 같은 게임에서의 시야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형에 따라서 시야 확보가 결정이 되죠. 사격을 하지 않은 캐릭터들은 그 다음 페이즈에 각자의 이동력에 따라 이동을 합니다. 당연히 지형에 따라 이동 cost가 다르구요. 이 이동하는 동안 상대팀의 캐릭터의 시야에 들어가게 되면 반격이 들어오게 됩니다. 이는 상대팀만이 하며 원거리 공격과 같은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후에 같은 칸에 존재하는 양팀 캐릭터간의 근접전이 이루어집니다. 이 때는 양 팀 캐릭터 모두 공격이 가능합니다. 동시에 공격이 가해졌다고 생각하고 주사위를 굴리게 되죠. 공격이 성공하면 피해 입히는 정도도 주사위로 결정하게 됩니다.


그 다음은 어드벤쳐 페이즈입니다. 앞서 언급한 미로에는 각 팀 별로 Guardian-수호자, 파수꾼-이 존재합니다. 이 Guardian과 같은 위치에 있는 캐릭터는 Guardian과 겨뤄서 이기면 아이템들을 얻게 되고 Guardian은 미로의 출구로 한 칸 전진하게 되죠. 게임 종료시 각 미로에서 자기 팀의 Guardian이 출구에 더 가까우면 승점을 받게 되니 아이템을 얻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더라도 이 Guardian과의 전투를 벌여야 하죠. 또한 타워에 가서 상대방에 대한 Sabotage-견제-를 할 수가 있습니다. 이 어드벤쳐 페이즈 역시 각 Guardian 또는 Tower가 정해 놓은 능력을 상대비교해서 정해진 주사위 수정치에 맞추어 주사위 굴리기에 성공하면 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 다음 아직 게임에 참여하지 않은 남은 캐릭터, 그리고 어드벤쳐에 참여했던 캐릭터들이 소환되어서 나오면서 새로이 병력으로 추가가 됩니다. 이 또한 주사위로 소환 위치가 결정되죠.


게임은 시간제입니다. 시간을 정해 놓고 게임을 한 후, 해당 시간이 지나고 해당 팀의 턴이 끝나면 상대방 팀보다 더 많이 살아 있는 캐릭터만큼 점수를 받고 거기에 각 미로에서의 Guardian의 위치에 따른 점수를 합산하여 더 높은 쪽이 승리팀이 됩니다. 


아이템들도 캐릭터 설정 카드나 Guardian처럼 카드로 정해져 있는데 공격용, 방어용, 이동용, 기타 등등의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장착해서 쓰면 캐릭터의 능력이 상승되죠. 사용법은 카드에 상세히 적혀 있죠.


일단 게임이 생각보다는 간단하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단순하게 주사위 게임이라고 치부할 정도로 단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만나면 전투하고 제거하고 하는 단순한 방식이 아니라 마치 서바이벌 게임 하듯이 상대방의 턴에도 자신의 팀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또 마치 RPG처럼 아이템을 장착하기 위해 몬스터...까지는 아니지만 Guardian과의 대결을 벌여야 하는 점도 재밌구요. 능력치의 등급을 세분화해서 주사위 수정치를 가하고 따라서 자신의 캐릭터의 능력에 따라 전략을 나가야 하는 점이 Cool하더군요.


거기다 한 라운드 정도만 돌아보면 금방 이해가 되고 그렇게 많은 과정-세세하지만 안하고 넘어가는 과정도 있음-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한 플레이어가 여러 캐릭터를 조종해서 마치 RPG 게임에서 한 그룹의 캐릭터 집단을 몰고 던전을 헤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드에 적힌 영어 텍스트의 이해도가 게임의 몰입도를 방해합니다. 게임 진행 상에서는 영문 텍스트가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모든 게 아이콘과 색으로 구별 가능하기 때문이죠. 기껏해야 캐릭터의 특수 능력 부분 정도가 직접 해석이 필요하죠. 하지만 화려한 일러스트에 위트 넘친 카드의 텍스트를 잃지 못한다면 게임의 진정한 재미 중 하나를 못 느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고대의 Guardian 중에 하나는 스핑크스인데 캐릭터의 지력을 검증하는 퀴즈를 내죠. 다들 아시는 '아침에는 4발, 점심에는 2발, 저녁에는 3발로 걷는 것은'이라는 퀴즈에 대답이 주사위 결과에 따라 5가지가 나옵니다. 그 중 가장 멋들어진-성공적인- 대답은 '너 저번에 오이디푸스에게도 이 문제 냈잖아. 새로운 걸 좀 개발해봐 이 XX야'라는 식의 대답이 나오는데 그리스 신화를 알고 영문 텍스트의 해석만 가능하다면 이런 재치가 게임의 또 하나의 재미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단순한 RPG 게임을 즐기는 데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거죠. 또 하나, 게임 컴퍼넌트의 질입니다. 아예 룰북에 보드 피스가 굽어져 있을 수 있으니 잘 알아서 펼쳐서 쓰라고 되어있습니다. 게다가 피규어가 아닌 칩으로 보드상의 캐릭터를 표시하고 있죠. 카드에 투자한 일러스트, 자금 만큼 캐릭터 칩에만 투자했어도 게임 몰입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StarWars Epic Duel에서의 게임 몰입도가 영화의 인지도와 피규어에 비례하는 걸 생각해보시면 될 듯 하군요. 


게임은 분명 RPG 대전 게임을 잘 보드 게임으로 컨버젼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주사위 게임이라 걸리시긴 하겠지만 팀 배틀이다 보니 캐릭터 조합만 잘한다면 주사위가 무섭지 않을 수도 있죠. 카드의 일러스트와 테마의 적용도 좋구요. 단, 전체적인 게임 내용물-특히 보드와 칩-의 질과 게임의 또 하나의 매력인 카드 내용의 이해를 위한 영어의 압박은 게임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주저하게 만들 요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RPG 게임의 포장을 잘 입혀 놓아서 주사위 게임에 대한 두려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재밌게 느꼈던 게임이라 추가 확장판도 한 번 즐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단, 컴퍼넌트가 이뻐진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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