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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game/Review

[보물찾기 0203]RoboRally(2000)

디자이너: Richard Garfield
제작사: Amigo/Wizard of Coast
인원수: 2~8인
소요시간: 1시간(정말?)


이 게임을 배우는데 한 분이 '이게 Lobo 77을 겁내게 만든다는 그 게임이냐?'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한글 발음이 비슷해서 하는 우스갯소리입니다만 정말 플레이어의 취향이나 처음 해 본 느낌-특히 시간이나 난이도-에 따라서 좋고 싫음이 극명하게 나눠질 게임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듯 싶네요.

Wizard of Coast 사에서 1994년에 나온 게임을 Amigo에서 2000년 리메이크를 했으며 몇 개의 확장판이 나와 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한 버전이 어느 건지 모르겠지만 원판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시작합니다.


게임은 기본적인 레이싱 게임입니다. 하지만 트랙이 정해져 있는 다른 레이싱 게임과는 달리 맵 배치도 출발점과 결승점, 그리고 중간 기점이 플레이어의 합의에 따라 매 게임 랜덤하게 결정되기 때문에 보드 위를 전체 다 돌아다니는 한마디로 트랙이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주요한 차이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플레이어는 한 색깔의 로봇을 데리고 출발지점으로부터 레이싱을 시작합니다. 레이싱에서의 이동은 모두 카드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이동을 결정하는 카드에는 직진, 회전, 후진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매 라운드 정해진 장수-기본은 9-를 받고 그 카드 중에서 이번 라운드에 사용할 5장의 카드를 차례대로 비공개로 정렬해 둡니다. 이 때, 보드에 그려진 컨베이어를 잘 고려해야 합니다. 이동이 종료했을 때 컨베이어 위에 올라가 있으면 컨베이어의 이동 방향으로 자동으로 한 칸 더 이동하게 되기 때문이죠. 즉, 이들을 고려해서 로봇의 해당 라운드 이동 경로를 머리 속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거죠.

모든 플레이어가 카드 정렬이 끝나면 처음 카드부터 동시에 공개해서 이동을 결정합니다. 이 때, 누가 먼저 하느냐는 각 카드에 적힌 숫자에 의해, 즉 높은 숫자의 카드를 사용한 사람부터 이동을 시작합니다. 이 이동 순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이동의 결과로 인해 나중에 이동하는 플레이어가 어떤 플레이어의 로봇이 들어간 자리로 이동을 하게 되면 다른 게임에선 보통 뒤에 이동한 플레이어의 이동이 취소되는 반면 이 게임에선 그 이동 방향으로 자리를 선점했던 로봇은 밀려나게 됩니다. 따라서, 밀려나게 되는 로봇은 자신이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다음 카드부터 이동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구덩이나 보드 밖으로 밀려나서 게임을 처음(또는 마지막으로 지나온 기점)부터 다시 해야 되는 사태가 생기게 되죠.



이렇게 모든 이동이 종료 되면 라운드 시작할 때 받았던 카드들을 모두 반납하고 새로이 카드를 받습니다. 카드 받는 장수는 로봇의 피해상황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동이 종료되고 나면 각 로봇의 피해상황을 체크합니다. 각 로봇은 자신의 이동 방향을 따라 Laser 광선을 발사하기 때문에 해당 로봇의 이동 방향의 연장선상에 있는 로봇은 피해를 입게 되죠. 그리고 보드 상에도 Laser가 지나가는 지역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 로봇이 가려주지 않는 한 역시나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죠. 이렇게 피해를 입은 로봇은 피해 입은 만큼 다음 라운드에 받는 카드 장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피해가 2면 카드는 7장 받는다는 얘기죠. 이러다 피해가 5이상이 되면 이전 라운드에 사용했던 카드 중에 뒤에서부터 차례대로 카드가 고정이 되는 거죠. 즉, 원하지 않는 이동 명령이 로봇의 메모리에 상주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피해를 복구하려면 한 라운드를 쉬던지 아니면 기점 또는 수리 지점에 가서 제자리 이동-회전-을 한 번 쉬어야 하죠.

위의 규칙이 전부입니다. 글은 길군요. 근데 읽어보시면 알지만 간단합니다. 아, 물론 제일 먼저 골인 지점에 도착하면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거구요.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레이싱 게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인 '트랙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라는 점과 '후발 주자의 이동의 중지가 아닌 선발 주자의 밀려남'이라는 점 때문에 게임이 색다른 면을 가지게 됩니다.

카드를 사용해서 하는 레이싱 게임이기 때문에 원하는 지점으로 이동하는 카드 운이 필요하겠습니다만, 주어진 카드로 최적화된 경로를 만드는 것이 이 게임의 한가지 재미라고 생각한다면, 뭐 봐 줄만 합니다. 한 번 앞서 나간 사람에게 유리한 점이 그닥 없다는 점,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얘기지만 상대방의 이동 때문에 예상 못한 상황이 생기는 재미가 괜찮습니다. 하지만 혼자 따로 돌아가는 경로를 취하면 그냥 카드 운 따라서 게임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은 곱씹어 봐야 될 부분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가장 큰 불만은 게임의 재미를 위해 가져온 랜덤 맵 세팅에 대한 제한과 레이싱에서의 가끔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경로 이동의 발생의 빈번함' 때문에 플레이 시간에 대한 감을 잡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입니다. 재밌게 하기만 한다면야 시간이 무슨 대수이겠습니까만, 별로 흥미를 못 느끼는 분에게 잘 못 권했다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뭐 제 소장품이 아니라 제가 욕들을 일은 없습니다만 --; 규칙은 간단하지만 실제 플레이는 게임-세팅, 플레어어 성향-에 따라 많이 변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라고 결론 내리며,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