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Camp 04]다카치호 협곡(高千穂峡)에서 생애 첫 노 젓기

이동 중에, 그리고 혹시라도 비가 그치면, 연습이라도 보며 끼니 대신 먹어야 할 비상 식량... 은 아니고 편의점 신기한 먹거리를 사들고는 바로 다카치호 협곡(高千穂峡)으로 향했다. 규슈 섬을 대한민국(한반도 남쪽만 일단 생각, 편의상임)으로 놓고 보면 미야자키는 울산과 포항 사이 쯤 된다고 하면 다케치호는 딱 중앙인 속리산 쯤 된다고 보면 될 듯. 요즘 한국에서 자주 여행가는 후쿠오카가 일산이나 파주 쯤 되면 구마모토가 평택이나 서산 쯤, 그리고 온천 여행으로 유명한 벳푸나 유후인이 울진 정도 쯤으로 보여지는데... 그래서인가 오히려 미야자키 현에 있는 다카치호이지만 왠지 모르게 유후인이나 구마모토에서 접근하는 게 더 쉬어 보였고, 처음 여행 계획을 짤 때도 익숙하지도 않은 좌측 통행인데 2시간씩 걸려서 가야할까 싶은 생각도 안 든 건 아니였다는. 이번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많이 참고했던 렌터카 여행 안내 책자에는 구마모토에서 유후인까지의 국도가 아주 절경이라고 얘기하며 꼭 지나가 볼것을 얘기했지만 미야자키에서 갈 때는 일단 왕복 2차선의 고속도로를, 그것도 유료도로를 달려 북쪽 벳푸 방향으로 좀 달려서 1시간 쯤 되면 그제서야 섬 중앙으로 들어가는 국도를 달리게 되는데, 섬 중앙의 아소화산 자락의 산세가 험해서 계속 고도는 높아지고 길은 협곡에 가까워 질수록 꼬불꼬불해지고... 솔직히 무서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고 나니, 어느샌가, 마치 Fussen 성 뒤의 Marien Bridge에서 봤던 그 정도의 높이의 협곡 사이로 차량용 다리가 놓여져 있고 그 다리 아래로 구름이 걸쳐져 있는... 마치 구름 위의 다리를 건너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 실제 구름 위의 다리를 건너면서 주변의 원시림 같은 뾰족뾰족 솟은 산과 산의 높이에 어울릴만큼 깍아 내리지르는 듯한 깊은 협곡을 옆에 두고 달리거나 또는 그걸 다리로 넘어가면서 구름도 오르다 못해 산 허리에서 쉬고 있는 풍경이란.... 비가 내리고 중간에 내려 사진 찍을 포인트가 없어서 못 찍은 게 아쉬울 정도로 절경이었다.....

어찌 되었든 그 빗속과 험난한 길을 뚫고 도착한 다카치호 시에서도 다시 협곡 근처 주차장까지 내려가려면 정말 속리산 여행 때 봤던 S자로 굽이쳐서 굽이친 곳에서나 차 2대가 지나가지 직선주로에서는 소형 차량 2대도 버거운 좁은 길을 내려서 겨우겨우 협곡 아래쪽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협소했고, 비가 많이 오는 궂은 날씨에 평일이었지만, 금방 관광객들의 차로 만차가 되었다. 주차 요금은 500엔,

주차를 하고 화장실을 들러 만반의 준비를 하고는 일단 협곡 위로 난 좁은 다리 위에 가서 다카치호 협곡의 모습을 먼저 슬쩍 훔쳐(?) 보았다.

다리 남쪽(?)으로 그나마 잔잔한 호수와 배를 타는 이들이 보인다. 선착장은 사진 오른쪽 바깥에..
다리의 북쪽(?)으로 보면 협곡 사이 폭포와 그 사이를 지나는 배를 탄 관광객들.

다카치호 협곡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협곡 옆으로 난 등산로라고 해야 하나 산책로를 따라 협곡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걷고는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걸으면서 즐기는 것과, 협곡 아래쪽의 다행히도 넓은 호수와 같은 곳에서 노젓기 배를 빌려서 직접 배를 타고 협곡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 여행 오기 전부터 이 배를 탈 것이냐 걸을 것이냐 가지고 고민을 한참했다. 근데 비가 오니 더더욱 더 고민. 이 비가 오는데 걸어야 하는가... 그렇다고 비오는 데 비 맞으며 노를 저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까지 맞으며 갈 것인가... 근데 윗 사진에서 보듯이 협곡을 보니 반드시 저 협곡 사이로 지나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져서, 주차장 안쪽에 있는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급경사의 계단 (한 100개 됐나)을 따라 내려가서는 결국 인당 1000엔의 보트 대여료를 내고 배를 타게 되었다. 대여 시간은 30분으로 그보다 더 오래 있다 오면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고.... 난생 처음 노를 저어 보는 거라.. 그래도 나름 무한도전 조정 편에서 노 젓는 법을 눈으로 보고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 말이 두 노를 같은 힘으로 같은 깊이로 담궈서 밀어내며 반동으로 나아가게 하는 거지, 실제로는 어느 한 쪽에 자꾸 힘이 실려 자꾸 한쪽으로만 회전하게 되고.... 결국엔 호수를 떠나 협곡으로 향할 때는 들어가지 말라고 노란 줄로 막아 놓은 곳까지 가게 되어서 제트보트를 타고 있는 안전 요원의 도움(....이라고 하기엔 그냥 옆에서 방향만 돌려주고 쿠사리만 준....)으로 다시 벗어나면서 계속 헤맸다. 그래도 어느정도 협곡 속으로 들어와서 보니 수면에서 위로 올려다 보는 협곡과 폭포 그리고 하늘은 너무 아름다웠다. 

낑낑대고 있는 주인장
남들은 잘도 가는데...그래도 수면에서 보는 저 협곡과 호수는 넘 이뻤다.
점점 더 협곡과 폭포로 가까워지고 있음.
시간 그리고 능력 부족으로 딱 여기까지만 가고 돌아왔다. 저 안쪽까지 간 사람들이 조끔 아니 많이 부러웠다.

 

돌아오기로 맘먹고 뱃머리를 돌리니 왜 이때부터는 노젓기가 그리 잘되는지..... ㅠㅠ ㅠㅠ 

이전 글에 일왕이 규슈에서 혼슈로 넘어와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해서 여기 규슈를 마치 강화도 마니산이나 경주처럼 일본 고대사의 유적지로 본다고 했는데, 이 규슈에서도 일왕이 이른바 신계의 자손이라고 얘기하며 그 신계의 인물들이 내려온 곳으로 보는 게 (어느 학자는 그걸 백제라고도 보지만) 여기 다카치호 협곡 지역이라고 보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곳에 와보니 이런 험준하고 뭔가 신묘해 보이는 산세와 협곡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는. 진짜로 저 신계가 있어서 땅으로 내려와서 신령이 깃든 동네라면 이정도로 험준하면서도 아름다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비를 맞는다는 생각도 별로 하지 못하고 정말 다카치호 협곡에서의 30분은 정말 딴 세상에 다녀온 느낌이 들고, 이번 미야자키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다카치호 협곡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차를 출발시켰다. 

(참고로 다카치호 협곡 산책로는 위 사진에 나오는 다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폭포 너머의 더 위쪽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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