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대에서 성곽을 따라 걸어 내려오다 보면 일반도로와 다시 접점이 생기면서, 갑자기 아래로 훅 내려가는 조그만 문이 하나 등장합니다. 화성의 4대문은 밤이 되면 문을 걸어 잠그기 때문에, 심야에 급히 나가야 하거나, 전쟁 중에 물자를 몰래 들이기 위해 암문이라고 하는 조그만 문을 만들어 뒀는데, 화성의 암문 5개 중 하나인 동암문이 이번에 보실 내용입니다. 원래는 계단이 없었지만, 도로 등 이미 점거(?)하고 있는 시설들 때문에 원래보다 약간 높은 곳에 성벽이 만들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추가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계단을 내려가면 그제서야 사람 두 명 정도, 말 탄 사람이 지나갈 높이의 문이 보입니다. 문을 나가 보면 바깥쪽은 예전 포화를 맞아서인지 불 탄 자국이 남아 있더군요.
동암문이 이웃한 성벽에서 약간 안쪽(성 내부 지역)으로 들어가 있다 보니, 잘 드러나지도 않는데다가 방어를 위해 암문 위 쪽에는 반원형과 2개의 직각 기둥으로 엄폐를 할 수 있는 구조물이 추가로 있더군요.
실제로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언덕 저 아래에서 보면 나무들과 움푹 들어간 구조 상 한낮에도 어둡게 보여서 문이 있는 게 잘 눈에 보이지 않더군요.
동암문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추가 운동(^^)을 마친 후에 다시금 성벽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뭔가 특이한 점을 발견하신 분? 뭐 오른쪽 사진으로 힌트를 드리긴 했는데요, 동암문을 기준으로 보시다시피 깃발 색깔이 바뀝니다. 동암문까지는 창룡문에 해당하는 동쪽 방위대가 지키다 보니 동쪽을 나타내는 파란색 깃발이 걸려 있지만, 동암문을 지난 이후부터는 방위가 북쪽이 되면서, 사신도에서 북쪽을 지키는 현무, 즉 검정색의 깃발이 나타납니다. 여기서부터는 장안문수비대가 지키는 게 표시가 되는 거죠.
다시금 터벅터벅 또 오르막길을 오르면 저 멀리 동북포루(東北舖樓)가 보입니다. 성 바깥쪽에서 올려다 보면 성곽 밖으로 약간 튀어 나온 치성 형태인데요. 초봄에 찍어서 마른 잔디가 좀 삭막해 보이지만, 여름에 녹음이 지고 꽃들이 피면 매우 아름다운 곳 중에 하나 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면 용머리가 그려진 창들이 있는데, 저 눈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밖을 경계하고 또 거기에 총포를 꽂아서 몸은 은폐하고, 총포는 쏠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그리고, 처 창들은 위쪽에서 밀어 내리면 내부가 오픈되는 구조입니다. 멀리서 바라 보면(아래 오른쪽 사진) 마치 선비들이 쓴 갓과 같다고 해서 각건대(角巾臺)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각건대를 지나서 이제 내리막을 내려가다 보면 아래와 같은 비석 하나가 있는데, 양 옆으로 다른 글이 적혀 있습니다. 해석하면 장안수비대 좌군과 장안수비대 우군이라는 뜻인데요, 바로 각 부대 별로 방어하는 영역을 구분하는 표식입니다. 성곽 길을 걷다 보면 이런 표식이 몇 개 더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미끄려져 버리면 큰일 날수도 있는 내리막길을 따라서 조심조심 내려가서는 다음 건축물인 북암문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럼 북암문은 다음 번 글에서 뵙겠습니다.
'Life Story > 수원화성에서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원화성성곽길05]북암문(北暗門)과 동북각루(東北角樓)/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 그리고 용연(龍淵) (0) | 2020.10.28 |
---|---|
[수원화성성곽길03]동장대(東將臺)/연무대(鍊武臺) (0) | 2020.10.26 |
[수원화성성곽길02]동북노대(東北弩臺)와 동북공심돈(東北空心墩) (0) | 2020.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