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신이다 보니 경주는 수학여행으로, 그리고 당시 여러 가지 집안 사정에 인해 경주는 그냥 적어도 격년에 한 번씩은 가는 동네였고, 어릴 적에는 그냥 커다란 언덕같은 무덤들이랑 불국사, 석굴암 이런 게 다라고 생각했던... 조금은 지겹고 지루한 도시라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수도권으로 와서 살게 되고, 거리가 멀어지니 심정적으로 멀어져서 참 가기 힘든 도시가 되어버렸는데... 여기저기 여행프로나 기타 매체에서 황리단길 등등을 이야기하며 경주가 바뀐 것처럼 얘기해서 다시 가고 싶어했었는데, 연말 여행을 부산을 다시 가는 걸로 기획하면서 그 앞에 2일 정도 시간을 더 내서 경주를 가기로 하고는 준비를 했습니다. 근데, 역시나 고속도로가 되었든 기차가 되었던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소요시간이 나오질 않아서 결국엔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 1시 넘어 출발해서 경주에는 새벽 5시 갓 넘어 도착하는 일정으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 버스가 경주가 종점이 아니라 다시 다른 도시로 이어가다 보니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내려주고는 쌩하고 가버려서는 겨울 새벽에 캐리어를 끌고, 렌트하기로 한 차량이 있는 주차장까지 두 블럭도 안 되는 거리를 걷는데 엄청 춥더군요. T.T 렌트한 차량을 찾고는 일단 차 안의 히터를 틀어서는 몸을 좀 녹이고 있다 보니 근처에 하는 24시 해장국집이나 새벽 일찍 그 시각에 여는 해장국집도 없고(정확히는 선지해장국이 아닌 해장국집)이 없는데 다행히 가까운 곳에 맥드라이브24시가 있어서 간단한 요기거리와 커피를 사서는 일단 문무대왕릉으로 달렸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저도 경주는 내륙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왜구들을 물리치겠다며 바다에 묻히신 문무왕을 생각하면 경주도 해안도시긴 하더군요. (뭐 물론 예전으로 치면 경주읍내와 바다가 있는 동네가 다른 읍면이겠지만서도요...) 문무대왕릉까지 약 4~50분 정도 달리니, 아직 해가 뜨진 않았고, 나름 여러 사람들이 일출을 기대하면서 카메라나 핸드폰을 들고 그 새벽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다리고 있더군요. 저희도 기다리면서 사진을 몇장 찍긴 했는데, 이 날은 날이 흐려서 명확하게 해가 뜨는 건 못 보고 그냥 해가 떠 버렸네 하며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만, 그래도 저렇게 나라를 지키고 계시는 문무대왕릉을 보니 뭔가 뜨겁게 치밀어 오르더군요.
문무대왕릉에서 한 3~40분 정도 바들바들 떨면서 일출 보기에 실패하고 나서는 일단 다시 경주 시내로 돌아가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는 방향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잠시 감은사지를 들러서 잠깐 둘러 봤습니다. 위의 문무대왕릉을 짓고(?) 나서는 아들인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감은사라고 절을 완성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절터와 2개의 삼층석탑만 남아 있더군요. 그래도 탑이라도 남아 있다 보니 바로 직전에 다녀온 백제문화유산지구의 유적들이 대부분 터만 남은 것에 비해서는 다행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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