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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round/대~한민국

[2022 연말 해운대여행 #9]해운대도 식후경 - 아오모리

점심을 먹고 해운대를 좀 거니다가 숙소로 돌아와서는 좀 휴식을 취하고 이것저것을 좀 하다가 다시 저녁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연말이기도 하고 부산도 오고 해서 회를 좀 폼나게(^^) 먹어보자 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아오모리'라는 오마카세 스시 전문 음식점을 예약해서 방문했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근처는 아니고 센텀시티 쪽의 센텀시티호텔 건물에 있는 가게였는데요, 예약한 시간에 맞춰 입장하니, 바로 바에 준비된 예약석으로 안내해주셔서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보통 이런 오마카세 스시점의 바에 앉으면, 못해도 예닐곱 팀, 그러니까 15명 이상이 앉을 공간이 있어서 동시간 대에 이 정도 규모의 손님들이 모두 같이 음식을 즐기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저랑 마나느님 외에는 바에 아무도 없길래, 연말 평일인데 왜 손님이 우리 밖에 없지... 했는데, 나중에 메인 쉐프님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이것도 이 음식점의 장점 중 하나였습니다), 저희 방문 시점이 되기 얼마 전에 운영 방식도 바꾸고 코스 구성도 바꾸시면서, 특정 시간대에는 한 팀만 받는 걸로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정갈하게 세팅되어 있는 개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먼저 함께 마실 술을 물으시길래, 추천하신 걸로 하기로 했더니, 다양한 종류의 잔을 가져다 주시면서 맘에 드시는 걸 고르라고 하시던데, 잔들이 정말 고급스럽고 예뻤습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이후 코스 요리에 나오는 그릇들이 전부 단아하고 이쁘더군요. 메인 쉐프님께서 직접 고르고 고른 거라고 다른 쉐프님이 귀뜸해주시던데, 풍란을 가져다 인테리어로 두신 것도 그렇고 세세하게 모든 걸 신경쓰신 게 느껴져서 너무 좋았습니다.

어쨌든 음식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고, 매 음식마다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해서 만드셨고, 어떻게 맛 보는 게 좋은지 얘기해주시는데, 바에 손님이 저희 뿐이니 온전히 저와 마나느님이 먹는 속도와 반응을 보시고는 대응해주시고, 또 저희가 어떻게 먹었는지, 느낌이 어땠는지 얘기해드리고 하면서 대화를 주고 받고 하면서 먹다 보니 자리가 더욱더 즐거워지고, 음식도 더욱더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재료를 설명해주실 때 전부 국내 전국 각지에서 엄선해서 가져온 재료이고, 그걸 어떻게 처리하고 요리하는지 알려주시는데, 그런 얘기를 듣는게 너무 즐거웠습니다.

이날 마셨던 자쿠라는 사케를 담았던 술병과 술잔
첫번째 코스: 계란찜 - 성게와 유자, 캐비어가 들어가 있는 계란찜
두번째 코스: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밤가루 뿌린 찹쌀/문어와 연어 그리고 오리고기/단감과 곶감, 시금치두부 샐러드/잣 뿌린 청어/새우와 김을 토핑한 산마
세번째 코스: 옥돔과 표고버섯, 구운파와 유자 그리고 그린빈이 들어간 국
네번째 코스: 회 - 도로/광어/방어/광어 지느러미/그리 우산 모양 끝이 알싸했던 한련화
다섯번째 코스: 스시 - 성게와 김으로 비빔밥 스타일로 한 초밥/사께로 찐 전복 스시/바다장어에 캐비어 토핑한 스시
여섯번째 코스: 장어구이 - 아삭고추를 간장양념 한 후 일도츠마부시를 올린 사이드와 함께 나온 양념 장어구이를 산초 양념에 찍어 먹었음
일곱번째 코스: 토란을 구워 가츠오부시로 뜸들이고 오크라 게살을 더한 음식
여덟번째 코스: 오차즈케 - 지리멸치로 토핑한 밥에 차를 부은 오차즈케와 반찬으로는 나라즈케,오이,우엉이 나옴
마지막 코스: 디저트 - 곡성 메론 위에 오미자즙으로 만든 젤리와 블루베리를 올린 디저트
이 맛있고 훌륭한 구성의 음식과 그 모든 걸 설명해주고 대응해주신 메인쉐프님

나오는 코스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고, 개인적으로는 세번째 코스인 옥돔을 한 국과 스시 중 하나였던 전복스시, 그리고 오차즈케가 너무 인상적이었구요. 그리고 못 믿으시겠지만, 음식 먹다가 너무 맛있고 또 어렸을 때 먹었던 추억의 음식도 생각나고 하면서 울컥해서는 눈물까지..... 평생 동안 기억날만한 식사를 대접해주신 메인쉐프님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싶네요. 부산에 살진 않아서 자주 갈 순 없지만, 부산에 가면 또 한 번 들러서 그 날의 감동스러웠던 식사를 또 한 끼 하고 싶네요. 

 

P.S 3일차는 비가 심하게 와서 숙소에서만 있다가 기차를 타고 집으로 복귀해서 이 글이 이번 여행기 마지막입니다. 그럼 다음 여행기로 뵈어요.